서평 / 불안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 타인의 사유

2025-08-13     김태완

우리는 늘 불안과 더불어 살고 있다. 일이 잘 풀릴 때이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이건 그 나름대로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의 삶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름대로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는 일로 인해 우리의 준비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아져 가는 작금의 현실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심리적·정신적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불안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불안을 떨쳐버리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직면하고 있는 모든 일을 우리가 예측을 하고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불안이라는 심리적 상태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불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늘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나마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불안의 철학’은 불안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에 관한 책이다. 숨이 막힐 듯 각박한 삶의 현실 속에서 늘 불안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 봄직한 책이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앞날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면 과연 인생은 살만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인생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 보자!”라는 의욕도 생길 수 있는 법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면 애써 노력할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런 인생은 굳이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예측한대로 세상이 흘러가야 안심하는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이런 사람들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불안에 휩싸인다. 아직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불안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자신이 통제하고 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보다 비행기를 탈 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동차는 자신이 통제가 가능하지만 비행기는 자신의 통제권 밖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도 이와 같다. 타인의 마음은 자신이 통제하고 조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많은 일들은 대부분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다. 낙관적인 생각이 불안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불안해 지더라도 우리는 ‘앞날을 미리 내다볼 수 없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마음에 평화를 가져오는 유일한 방법은 최악의 사나리오를 상정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문제없다. 최악의 사태를 받아들일 준비가 미리 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이 말이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 수 있는 준비는 된 상태라고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의 실체
어떤 일이 있어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실체가 없는 것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은 본래 필요 없는 감정이다. 그러나 늘 따라다는 경우가 많다. 불안은 주관적인 감정이라 마음가짐에 따라 이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미움 받을 용기’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아들러는 불안의 원인에 대해 ‘목적’에 주목한다. 그는 일이나 대인관계처럼 살아가는 데 피할 수 없는 과제를 ‘인생의 과제’라고 명명하고 이런 인생의 과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감정이 ‘불안’이라고 지적하며 불안의 목적은 인생의 과제에서 벗어나는 일인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모든 사람들은 인생의 과제에서 좌절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결과에 대해서 외부로부터 평가나 자신 스스로의 평가가 있게 마련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평가는 결과에 의한 것이지 결코 인격에 관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불안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 바에는 과제로부터 도망치거나 기피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일에 처음부터 좋은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한번 과제에서 도망치면 나중에 또 도망치게 된다. 그때부터는 불안해질 때마다 그 불안은 과제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구실이 된다. 즉, 인생의 고난에서 도망치려고 생각하는 것이 먼저이고 이 사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안이라는 감정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일이나 과제에 대한 인식은 자신이 과거의 경험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가에 따라 결정된다. 의미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부여하는 자의적인 것이다. 특정 장소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이 그 장소 근처에만 가면 불안한 감정이 생기고 그 장소를 회피하려고 하는 이유는 그 장소에 대해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결코 그 장소를 회피하려는 정당화된 이유라고 말할 수 없다. 공포에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는 반면 불안에는 구체적인 대상이 없다.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공포나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과는 달리 바로 행동에 나서지 않고 망설이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한다. 그러나 불안해져서 결정 내리기를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고 불안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불안의 목적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 적어도 당장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불안은 어떻게 해야 해소할수 있을까? 간단하다. 결정을 내리면 된다. 불안에는 대상이 없으며 불안은 일할 수 없는 원인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겠다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감정이며 회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또한 과거 자신의 경험에 자신이 부여한 의미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불안하면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없다. 그러나 불안을 우리 삶에서 떼어낼 수 없다. 이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이 중요하다.

불안의 해법
사람에게는 한 번의 인생밖에는 주어지지 않는다. 한 번의 인생은 다른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타인의 기대’나 ‘세상’이라는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는 사람들의 기대에 반하는 행동을 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맞춰 살려고 하는 사람은 정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 때로는 진심으로 화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감정적인 노여움은 고립될 수 있다. 그러나 윤리적으로, 이성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우리는 공분이라고 한다. 공분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킨다. SNS가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여행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선물이다. 특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행복과 힐링이라는 감정으로 변화되는 과정 속에서 불안에 대해 대처법을 발견할 수 있다. 불안은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도 거절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 이러한 불안함 때문에 고백을 하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불안은 행동을 주저하게 만들지만 결국 그 주저함이 후회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불안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역경에 맞서는 힘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안전해 보이는 인생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하면 펼쳐질 인생에서 어떤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보이지 않게 돼 심연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심연으로 뛰어드는 데서 오는 불안함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불안은 자신을 성장으로 이끄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불안은 다른 사람에게 맞춰 가며 남들이 하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증거이다. 불안은 소유에서도 온다. 따라서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이에 대해 자유로워지는 것도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불안을 대인관계의 회피의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괴로운 인생이 될 수 있다. 많은 친구가 아니라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 주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은 행복해질 수 있다. 인간의 불안은 개인을 공동체와 연결시켜주는 연대감을 통해 제거될 수 있다.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삶 속에서도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에 희망만 있으면 인간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기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근심하는 것이 70%, 지나간 과거로 인해 근심하는 것이 25%, 지금 현재로 인해 근심하는 것이 5%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불안함을 마주하는 가장 올바른 태도이다. 

불안은 우리와 결코 뗄 수 없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발생하지도 않았거나 과거의 경험으로 인한 것들로 인한 불안감에 휩쓸리는 것보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마주하는 불안감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움에 도전하고 그 도전을 위해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 불안감이 희망과 성취로 바뀌는 사실을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