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의 땅’ 인도, 기회 뒤에 숨은 진입장벽

무한한 기회와 동시에 장벽 공존

2025-03-27     허지선 기자

세계 최대 인구와 빠르게 팽창하는 내수 시장, 전략적 위치와 유연한 외교력까지 인도는 분명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그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않다. 인도 물류시장은 복잡한 행정 체계, 문화적 차이, 고착화된 시장 구조 등 수많은 장벽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기회의 땅이라더니 ‘장벽의 땅’이라는 인도시장, 왜 진입하기 어렵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이곳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3,800억 달러’ 인도물류시장, 현대차·삼성전자 등도 진출해
2025년 현재, 인도 물류시장 규모는 약 3,8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KOTRA 인도 물류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까지만 해도 약 2,50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인도 물류시장이 연평균 10~12%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며 불과 몇 년 만에 급격한 확장을 이뤘다. 

△인도 산업 클러스터별 주요 국내기업 진출 현황

이제 인도를 단지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세계 최대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 시장, 제조업 중심의 산업 성장, 그리고 정부 주도의 인프라 혁신은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물류 분야는 단순한 인프라 보완 차원을 넘어, 인도 경제 전략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2022년 ‘국가물류정책(National Logistics Policy)’을 발표하고, 물류 효율화를 위한 복합수송 체계 및 디지털 물류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현재 국내 기업들 역시 인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도는 지역별로 산업 클러스터가 뚜렷해, 기업들은 산업 특성에 따라 전략적인 입지를 선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부는 자동차·중공업·화학, 동부는 철강·정유, 남부는 전자·IT, 북부는 소비재·물류 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생산기지와 R&D센터를 해당 지역 특성에 맞춰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인도 전역에 걸쳐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닌, 각 지역의 산업 생태계와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공급망 전략의 일환이다.

‘거대한 내수시장’은 물론 ‘유연한 외교 전략’으로 가치 충분
인도는 기회와 진입장벽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분명한 진입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복잡한 만큼, 그만큼의 이유와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인도의 가장 큰 매력은 ‘거대한 내수 시장’이다. 세계 1위의 인구 규모를 기반으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중산층 증가와 함께 소비력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인프라 확장까지 맞물리면서 인도 내수 시장은 이제 ‘하나의 대륙’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단지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인도 자체가 하나의 소비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제조 시설을 설립하는 목적은 단순히 해외 수출이 아닌, ‘인도 시장 자체’를 ‘타깃’으로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인도 내 생산·제조 공장을 운영 중인 주요 한국 기업 현황(KOTRA 자료 기준/디자인=물류신문)

두 번째로 인도의 ‘유연한 외교 전략’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미국과 중국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중동이 공급망 재편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실리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적 유연성은 인도산 제품이 특정 국가의 제재나 규제에 노출될 가능성을 낮추며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 및 수출 거점으로 인도를 주목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인도에서 중동 지역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인도는 향후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삼각 물류 허브로의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도를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드는 요인은 바로 ‘노동력과 언어의 경쟁력’이다. 인도는 젊고 인건비 경쟁력을 갖춘 인력이 풍부할 뿐 아니라, 영어 사용이 가능한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기본적인 영어 소통이 가능한 인력이 많다는 점은, 한국을 비롯한 비영어권 기업 입장에서 타 신흥시장 대비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인력 채용 전략에서 언어적 호환성은 의사소통은 물론 사업 운영 전반에 있어 중요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인도는 물류사와 화주사들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안 할 수는 없는 시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진입장벽은 존재하지만, 그 문턱을 넘었을 때 만날 수 있는 시장의 크기와 가능성은 여전히 인도라는 이름을 놓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출하려 하니 사방이 ‘진입장벽’
그 어떤 조건으로 보더라도 인도는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특히 물류산업 측면에서 인도는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을 동시에 품은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막상 시장 진입을 시도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도는 ‘기회의 땅’이기 이전에 ‘장벽의 땅’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진입장벽은 ‘통관과 운송시장의 회색지대’다. 일부 인도 지역에서는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에 대해 개장검사가 기본처럼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공식적인 절차보다 비공식적인 관행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통관 과정에서 ‘언더머니(UTT, Under the Table)’, 즉 뒷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하며, 예산에 이를 포함해 두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질 정도로 관행화돼 있다고 한다. 언더머니를 지불하는 경우 형식적인 검사만으로 통과되지만, 이를 거부하면 컨테이너를 모두 열어 샅샅이 검수하는 고강도 검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러한 비공식적 통관 문화는 단순히 리드타임의 불확실성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윤리 기준이나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요구와 충돌할 수 있어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특히 인도 시장을 처음 접하는 기업들에게는 예측 불가능성과 운영상 어려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미 고착화된 '2PL(2자 물류) 중심구조' 역시 진입장벽 중 하나다. 인도 물류시장은 현대글로비스, LX판토스, 삼성SDS 등 대형 물류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운임 경쟁력, 스페이스 안정성, 통관 네트워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중소형 물류사가 이들과 경쟁해 시장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단순한 가격 경쟁력 문제를 넘어, 운송 효율성이나 운영 안정성에서도 대형사 대비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생태계는 인도뿐 아니라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인도는 특히 그 진입 여지가 더욱 좁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는 ‘수출 품목의 제한성’이다. 인도로 향하는 수출 품목은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케미컬 등 일부 산업군에 집중되어 있으며, 산업 다변화 수준이 아직 높지 않다. 여기에 한국 화주들 스스로도 인도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진입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통관 문화, 현지 유통망, 행정 체계, 문화적 특성 등에 대한 정보 부족은 고객사 발굴에도 어려움을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시장 확장에 한계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 외에도 열악한 운송 인프라, 운임의 급격한 변동성 등 크고 작은 장벽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이 같은 요소들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기업 입장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시장 분석 없이는 사업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작용한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인도는 분명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그 문턱은 생각보다 높고, 단순한 ‘기회’만을 보고 들어가기에 위험 요소가 많다.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보이지 않는 구조와 관행을 먼저 읽어야 하는 시장인 인도 물류시장은 지금, 철저한 준비와 전략 없이는 쉽게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 ‘인정’하고 ‘현지 대응력’ 갖춰야
인도의 높은 진입장벽과 복잡한 시장 구조는 이 시장을 ‘쉬운 기회’로 만들지 않는다. 실제 인도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전략으로 ‘인도 현실에 대한 인정’을 꼽는다. 인도의 행정 체계는 한국과 달리 복잡하고, 통관 과정에는 여전히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문화적 차이와 느린 행정 리듬도 사업 진행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되기 쉽다. 

문제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차이를 받아들이기보다 한국의 기준과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대응하려 한다는 점이다. 결국 낯선 시장을 자신의 프레임으로만 보게 되면, 리스크는 더 크게 다가온다. 인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이 시장이 가진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대응 방식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현지 대응력 또한 핵심 전략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물류사들이 인도 현지의 로컬 협력사와 협업하는 만큼, 인도는 ‘현지 네트워크’ 없이는 운영하기 힘든 시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협력사를 잘 고르는 것을 넘어, 현지 직원과의 협력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하느냐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인도 내 물류 운영의 실무를 현지 인력에게 위임하고, 본사는 조율과 전략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사고나 변수 발생 시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도 결국은 현장에 있는 이들이다. 인도는 특히 물류 사고 발생 시 비용 증가 폭이 빠르고 크기 때문에, 초기 대응 속도가 생존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다. 

인도시장에 진출한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인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동시에 리스크도 함께 내포된 시장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품고 있는 것이 바로 인도의 본질이기도 하다. 현실을 인정하고, 현지를 신뢰하며 인도를 이해하는 것이 인도에서 버티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