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둘 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바람둥이’ 유형 

복수의 물류사 대상으로 가격 하락 유도…“물류사는 응할 수밖에 없어” 

2021-05-03     김재황 기자

#대학생 A는 오늘도 같은 과 여학생인 B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녀를 홀로 마음에 담아둔 지도 벌써 6개월째. 누가 봐도 아름다운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위해 A는 B에게 지극정성 노력해왔다. 그녀가 필요한 건 무엇일까 생각해 선물을 준비하는가 하면 그녀가 아프다고 할  때에는 먼 곳에 있어도 약을 사서 그녀의 집 앞에 두고 오는 등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B는 A의 짝사랑을 받아주었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늘 꿈꾸던 B와의 만남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A에게 어느 날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진다.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굳게 믿었던 B가 알고 보니 양다리라는 소문이 들려온 것이다. 이를 믿을 수 없었던 A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나섰고 결국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말았다. 사실을 알고 보니 B는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또 다른 남자 C에게도 A에게 대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해왔던 것이다. 결국 B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했던 A와 C의 마음에는 상처만 남게 됐다. 

일반적으로 화주사가 자신들이 확보하고 있는 물류를 처리할 물류사를 선정할 때에는 비딩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비딩이란 쉽게 말해 화주사가 다수의 물류사를 대상으로 자사의 물류파트너 자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찰하는 형식을 말한다. 화주사는 각각의 조건을 내건 물류업체들 중 한 곳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업체와의 추가 협상 등을 통해 계약을 맺게 된다. 물론 이는 일반적인 경우를 예로 든 것이다. 

하지만, 실제에서는 이와 다른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물류사 G사가 겪었던 일이다. 화주사 T사가 비딩한 물류 파트너 입찰에 본격 참여한 G사. T사가 확보한 물량의 특성이나 환경 등 만족할 만한 조건들을 세세히 따져 준비한 끝에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추가적인 일부분의 협상만 마무리하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 상황. 그러나 T사는 돌연 2차 비딩을 진행했다. 분명 G사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건에 대한 비딩을 재차 진행한 것이다. 2차 비딩에서도 당연히 또 다른 우선 협상 대상업체가 선정됐지만 T사의 추가 비딩은 멈출줄 몰랐다. 결국 8차까지 진행되고서야 T사의 비딩은 마무리됐다. 

문제는 그 후가 더 컸다. 8개의 우선 협상 대상업체를 확보하게 된 T사는 시쳇말로 8개의 다리를 각 업체에 걸쳐놓은 채 ‘갑’으로서 협상에 임하기 시작했다. 당시 우선 협상 대상업체로 참여했던 한 물류사 관계자에 따르면 말이 협상이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실상 굴복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T사에서 내밀었다는 후문이다. 물류사 관계자는 “이러한 경우 물류업체 입장에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더욱 답답하다”면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해당 화주사의 물량에 대한 준비는 해야 하는 동시에 화주사가 언제든지 다른 협상 대상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재정적 부담도 함께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또 있는데 바로 화주사가 애초에 복수의 물류사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경우이다. 한 화주사 P사의 입찰에 참여했던 물류사 S사의 관계자는 “단독으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줄 알고 기뻐하던 차에 다른 물류업체들도 동시에 포함된 것을 알고 당황한 기억이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당시 화주사 P사는 복수의 물류사를 번갈아가면서 다니면서 말 그대로 가격 깎아내리기에 나섰다”면서 “이 경우 물류사는 철저히 을의 입장에 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화주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이와 같은 화주사의 물류사 양다리 걸치기는 대형 화주사일수록 물류사 입장에서는 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주사의 규모가 클수록 그들이 취급하고 있는 물량도 더욱 많을 것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그들이 제시하는 낮은 가격에 물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물류사 관계자는 “복수의 물류사를 대상으로 ‘바람둥이’ 행세를 하는 화주사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물류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