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2. 2020년 대한민국 물류 '희노애락'

Part 3. “답답하다 답답해”, 무엇이 물류를 막았는가?

2020-12-15     김재황 기자

장애물 1. 택배기사들 힘 되어줄 관련법 제정은 언제?
앞선 Part 1을 통해 2020년, 택배기사들의 치열하고도 혹독한 업무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었다는 사실을 되짚어본 바 있다. 그렇다면, 이를 도울 대책은 올 한 해 어떻게 마련되었을까?

택배기사들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에 대한 내용이 담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은 지난해 8월, 처음 발의됐으나 아직까지 법안 제정을 향한 길은 멀기만 하다. 여야의 치열한 정치 논리 다툼 속에 생활물류법의 법 제정은 그 시일이 점점 미뤄지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택배기사들 당사자들이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 말,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생활물류법의 조속한 입법을 위한 항의 차원에서 직접 농성에 돌입하는 등 적극적인 항의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정부 여당 쪽의 생각은 분명하다. 어떻게든 현재와 같은 택배기사들의 과로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택배 노동자 사망 문제는 단순히 노사 간의 협의만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한 중차대한 사안”이라면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할 사회적 합의기구를 출범시키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리핑을 열고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정부 대책의 중심에는 1일 최대 작업시간 한도 마련, 심야 배송 제한, 택배사와 대리점의 불공정한 관행 개선 등이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는 “택배산업의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고 인프라 확충을 통한 물류산업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생활물류법을 연내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연 2020년 한 해 동안 자리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데 그친 생활물류법이 남은 시일 안에 택배기사들의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애물 2. 배송 모빌리티의 다양화, 언제 가능해질까?
코로나19로 인한 배송물량의 폭증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 등 대대적인 확진자 발생으로 셧다운까지 진행된 지역의 경우 이전과 비교해 배송서비스의 이용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물량이 늘어난 만큼이나 물류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라스트마일을 담당하는 배송라이더들의 수급은 그에 미치지 못해 정상적인 배송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택시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한시적으로 택시의 음식배달업을 허용했는데, 불과 2개월이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음식배달에 참여하는 택시업체가 전국적으로 약 1,5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대수로 따져도 약 43,000대로 이는 일본 전국에서 운행되는 택시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 택시업계의 반응 역시 좋다. 특히,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져있던 택시업계들은 인근 음식점들과의 배달 계약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 창구가 열렸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유럽의 독일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택시 승객이 이전과 비교해 약 80% 가까이 감소한 독일 택시업계는 식료품 배송서비스라는 새로운 출구를 통해 숨 쉴 구멍을 찾은 모양새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독일의 택시 식료품 배송서비스는 특히 외출이 더욱 힘든 노년층 고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과 독일 등에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택시 배송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있을까? 국내에서도 빈 택시를 활용해 작은 물건을 운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한 서비스를 들고 시장에 등장한 업체 A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택시기사 130명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에 나선 결과, 무려 96%가 배송서비스 플랫폼이 개시된다면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당시 택시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에서의 택시배송 서비스의 본격적인 문은 열리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관련 업계의 반발이다. 지난해 4월, 과기부 규제샌드박스를 접수한 후 6월, 국토부와 관련업계 당사자들과 직접 모여 사전검토회의까지 진행했으나 이후 화물업계와 퀵 업계의 반발로 아직까지도 뚜렷한 결과물을 받아들지 못한 채 멍하니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다. 업체 A 측은 택시 배송서비스가 도심 내 긴급 배송 시에만 제공되기 때문에 화물이나 퀵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의견이다.

A 업체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했음에도 현재 약 2,000명 가까운 택시기사분들이 택시배송서비스에 등록을 완료할 정도로 업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과 함께 “요즘과 같이 배송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시기에 빈 택시를 활용한 배송서비스가 도입된다면 물류의 흐름이 더욱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