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동물의약품 수요 증가에 반려동물 특화 물류 서비스도 등장

대한민국 반려인 약 1,500만 명, 즉 지나가는 사람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셈이다. 10년 사이 애완용품, 애견이라는 단어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로 대체됐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동등하게 존중하려는 인식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젊은 사람과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절반 이상의 가구(54%)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 9,000억 원에서 지난해 3조 4,000억 원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2027년에는 6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려동물 시장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유통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도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에 물류 기업들도 반려동물 특화 서비스 제공에 나서는 등 반려동물 산업의 주도권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사료에 장례사업까지
많은 기업이 반려동물 시장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일부 눈길을 끄는 기업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 사업에 ‘진심’인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은 반려동물 사업 확장의 대표적인 예다.

GS리테일은 지난 2017년 반려동물 쇼핑몰 1위 ‘펫프렌즈’에 첫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7월 지분 95%를 인수했다. 2018년에도 펫츠비(현 어바웃펫)에 첫 투자 후 지난해 4월 ‘어바웃펫’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외에도 도그메이트(펫시터 예약서비스), 펫핏(자연식 강아지 사료), 바램시스템(스마트 급수기 제조), 21그램(반려동물 장례업체), 카카오 모빌리티(펫택시 사업 진출) 등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며 반려동물 시장 전반으로 걸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식품업체들도 무항생제, 유기농 등 건강하고 특별한 사료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하림그룹의 반려동물 식품업체 ‘하림 펫푸드’는 국내 최초 ‘휴먼그레이드(Human Grade)’ 사료를 출시해 차별화된 사료 시장을 개척했다. ‘휴먼그레이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료를 사용해 만든 사료의 등급을 뜻한다. 반려동물이 더 안전하고 신선한 제품을 먹길 바라는 주인의 마음으로 선보인 ‘휴먼그레이드’ 사료는 ‘하림 펫푸드’를 시작으로 펫푸드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한편 지난해 출범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하림 펫푸드’는 업계와 적극적 협업에 나서며 추가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버거킹과 함께 100% 휴먼그레이드 원료로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반려견용 메뉴 ‘리얼 독퍼’를 출시했고 향후 진에어와 함께 반려동물 동반 고객을 대상으로 기내식 사료 제공 프로모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항공·숙박 등 추가적인 시장 확대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늘려 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가 약 70% 차지하는 국내 사료 시장에서 하림 등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성과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는 반려동물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제품을 먹여야겠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반려동물 식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품질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반려동물 쇼핑몰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이 체감되고 있다. 뷰티·자동차 등 반려동물과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기업들도 최근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펫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라며 “아직 블루오션 시장인 반려동물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다른 유통기업 사례에서 보여주듯 공격적인 투자가 단기간의 수익으로 이어질지 미지수이다. 장기간 투자를 통해 흑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본인들만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물류기업도 나선다…반려동물 특화 서비스 선보여
유통기업은 물론 식품기업도 반려동물에 특화된 상품을 출시함에 따라 물류업계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증가하는 주문량으로 인해 재고관리, 배송서비스 등 반려동물용품에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반려동물용품 배송은 간단한 장난감부터 부피가 큰 기저귀, 무거운 대용량 사료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분류하기 힘든 작업이 많아 자동화 시스템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다양성 관리가 관건인 반려동물용품에 전문적인 물류 서비스의 역할도 한몫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커머스 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빠른배송’은 반려동물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사료, 배변패드 등 필수용품들을 빠른배송으로 받고 싶어하는 반려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이커머스 플랫폼 ‘강아지대통령·고양이대통령’을 운영하는 펀엔씨는 3,000평 규모의 반려동물 특화 풀필먼트 서비스인 ‘Pet Food Trust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펀엔씨 관계자는 “펀엔씨는 국내 유일 휴먼그레이드 자체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 반려용품에 최적화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일 주문한 제품을 다음 날 새벽에 받을 수 있는 ‘반짝배송’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라며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한 반짝배송은 폐기율 0.16%, 클레임 0.004% 등의 효율성을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쿠팡과 마켓컬리도 자사 유통·물류망의 강점을 내세우며 반려동물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계절에 맞춰 새로운 반려동물용품을 준비하는 고객을 위해 환절기별로 반려동물 카테고리 기획전을 준비하며 반려동물을 핵심 카테고리에 넣는 등 플랫폼 정비에 나섰으며 빠른배송을 앞세워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당일배송,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 쇼핑몰 펫프렌즈도 서울에서 주문 시 1시간 이내 배송해주는 ‘심쿵배송’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S리테일의 자회사 펫 쇼핑몰 어바웃펫 또한 빠른배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바웃펫은 네이버와 손잡은 이후 어바웃펫의 당일배송 서비스가 네이버 펫의 신규방문자 수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반려동물용품 구매자는 “많은 플랫폼이 소비자 요구에 맞춘 다양한 브랜드 입점, 카테고리 등 편의성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이에 하루에도 몇 번씩 어플을 이용해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송도 소비자에 맞춰 새벽배송, 빠른배송이 가능해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원하는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의약품 수요도 증가세...‘콜드체인 중요성 커져’
반려동물이 증가함에 따라 동물의약품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반려동물 시장에서 선점을 서두르는 일부 기업들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콜드체인 서비스를 공략해 틈새시장을 노려 차별화를 두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건강을 예방하는 보조식품, 영양제 등도 반려동물 양육 가구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어 동물의약품 유통업체들이 반려동물 콜드체인 사업에 빠질 수 없어 보인다. 일반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동물의약품 역시 초저온, 습도 등 콜드체인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동물의약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은 기존의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동물의약품 영역 사업 확장에 나섰다. 지오영은 자체 개발한 IoT 온습도 센서를 활용해 초저온 관리가 필요한 동물의약품의 운송과 콜드체인 모니터링 서비스 확대 등 동물의 약품 특화 물류를 위한 투자에 한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물병원을 비롯해 동물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의약품처럼 콜드체인을 이용한 안전한 배송이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콜드체인 산업을 잘 공략한다면 반려동물 시장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콜드체인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콜드체인 전망이 좋아 보인다. 동물의약품뿐 아니라 콜드체인을 활용한 습식사료 전망도 증가할 것 같다”라며 “현재 습식사료의 대부분은 가공식품으로 분류돼 배송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사료가 콜드체인을 이용해 배송되는 경우가 증가할 경우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