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의 유럽 진출과 물류기업 진출전략③

7. 유럽에서 이상적인 물류체계
 
유럽에서는 300㎞ 이내의 단거리 운송은 트럭이 유리하지만 300㎞를 넘는 장거리 운송에는 철도가 가장 유리하다. 때문에 동구권에 있는 대부분 기존의 공장에는 철도선이 깔려있고 공장전용의 철도 터미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우자동차의 경우에는 공장 안에 전용터미널이 있어서 함부르크의 해상 터미널에서 바르샤바 공장 내의 철도 터미널까지 논스톱으로 달려 20시간 이내에 화물이 공장에 Quaranteed Delivery가 가능하여 획기적인 물류를 펼칠 수 있었다. 당시에 폴란드는 EU 국가가 아니어서 트럭으로 운송할 때에는 폴·독 국경에서의 대기 시간만도 32시간여가 걸렸는데 항구에서 공장 안까지 20시간 이내의 Delivery란 획기적인 조건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해상 터미널에 있는 On-Dock Rail Terminal에서 전용열차가 편성되어 국경에서 논스톱으로 공장에 있는 터미널까지 열차가 운영되는 Block Train System 때문이었다. 일반열차와 달리 열차운송을 전후한 연결 트럭킹이 생략 되어 해상 터미널에서 Customer Door 까지 한 번에 최단 시일에 수송되는 체제이기 때문에 유럽에서 300㎞를 넘는 장거리 운송에서는 이 방법이 갖추어져야 물류의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조달물류에서 Block Train의 또 다른 강점
공장으로 원료를 공급해 주는 조달물류에서 Block Train Service 는 매우 중요한 점이 있다. 해상 터미널에서 공장까지 직통 열차를 운영하므로 시간과 경비를 최소화한다는 이점 이외에도, 공장 안, 혹은 공장 근처에 있는 철도 터미널의 컨테이너 적재 보관능력을 이용한 Buffer Stock을 가질 수가 있어서 성수기의 보관창고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 공장을 짓든 공장의 생산 능력은 일정한데 제품 판매에는 계절적으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어서 비수기에는 제품이 쌓이게 되어 공장에 있는 창고능력이 부족하여 야적의 필요가 생기게 된다. 이 때 철도 터미널의 컨테이너 보관능력을 활용하여 창고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이런 연유로 하여 공장을 건축한 초기에는 유럽에서 내륙운송의 방법을 피더선, 트럭, 철도 모두를 활용해 보지만 결국은 창고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Block Train System을 활용한 물류체제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8. 유럽에서 공장 설립 시 확보해야 할 물류조건
 
공장내 철도 터미널 확보
동유럽 국가에서 한국기업이 현지기업을 인수할 때 철도 터미널이 있는 공장을 인수할 경우 Block Train System을 활용한 특혜를 누릴 수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공장을 지어서 들어갈 때는 이런 조건을 사전에 해당 정부로부터 보장받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해당국에 진출 교섭을 할 때 반드시 이 조건을 허락 받아야 한다. 이 조건을 허락 받으면 물류상 큰 경쟁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요구하면 공장 내 철도 터미널 개설은 쉽지 않아
우리나라는 해외에 신규 공장을 지으며 들어갈 때 대부분 그냥 들어갔다가 나중에 물류비용 면에서 격차가 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하여 공장에 철도 터미널을 개설할 것을 원해도, 사후에는 이런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공장부근 가까운 역에 화물 터미널을 만들어 줄 뿐 공장에 만들어 주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터미널도 면적이 협소하여 그 후에 증가하는 물량을 견뎌내지 못해 혼잡으로 인한 많은 경비를 부담해야 하는 짐을 떠안게 되었다.
폴란드의 브로츠와프에는 LG가 계열업체들과 함께 진출하자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따라서 진출하여 이 지역이 폴란드에서 유명한 가전제품과 자동차공업 클러스터로 발전하였다. 따라서 철도 터미널이 협소하여 사설 철도 터미널이 확장되고 폴란드의 유명한 물류기지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현대자동차가 진출한 체코의 노소비체와 기아자동차가 진출한 슬로바키아의 질리나 사이에는 고속도로가 놓이게 되어 현대와 기아가 부품교환 등이 가능해져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등 물류 면에서 우리나라의 진출로 해당 국가에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대견한 일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동유럽에 진출함으로써 우리나라 화물이 그곳의 물류환경까지도 변화시킬만한 영향력은 생겼지만 이것이 한국의 물류기업으로 하여금 그곳의 물류산업을 장악하던가 그 물량을 배경으로 한국의 물류기업이 그곳의 물류를 지배하는 위업은 가져오지 못했다.
이점이 우리나라와 일본이 다른 점이다. 일본은 일본계의 큰 공장이 진출할 때는 물류산업이 동반 진출하게 되어 그 물량을 배경으로 여타 물량도 동시에 확보하여 일본 기업이 진출하는 곳에는 일본 물류업체가 반드시 진출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났다.
그 이유로는 우리나라가 진출할 때는 외국계의 포워더나 선사에게 물량을 나누어 주어버려서 그 물량에 대한 현지 물류에는 한국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기업이 해상수송은 선사들에게 나눠주지만 유럽의 항만에서부터 현지의 공장까지의 내륙운송은 계열 물류업체에게 맡기는, 즉 Merchant Haulage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계열 물류회사가 현지에서 이를 바탕으로 삼자물류업체로 성장하는 것을 돕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은 현지에서 트럭킹 정도의 삼자물류서비스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물량을 바탕으로 Dedicated Block Train Service 업체로 진출하는 것도 머지않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로비스가 러시아의 모스크바 근처에 철도 물류기지를 개설하게 된 것은 이런 일을 여는 전초적인 일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종합물류기업인증제도 등을 마련하고 우리나라의 물류법인이 삼자물류서비스업체로서 외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물류업체가 외국에 진출해서 처음부터 성공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빌 데가 있다는데, 아무런 연고도 없이 그 지역의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경쟁을 통해 기존거래처에서 물량을 뺏어 와야 하니 현지에 기반이 없는 한국 물류업체로서 용이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해외에 제조공장을 가지고 원료 또는 반 원료를 한국 혹은 중국에서 조달할 때는, 이 물량을 바탕으로 삼아 한국의 물류업체가 현지에서 In/Out Bound의 내륙물류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위에서 언급된 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고정 물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와 국민이 열망하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이것을 이루어 내는 것은 글로벌물류업체들의 몫이다
 
9. 정부에서도 해외진출을 실질적으로 도와야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글로벌 물류업체의 탄생은 해당업체들만의 과제가 아니고 국민과 정부 모두의 열망이니만큼, 정부도 이를 적극 도와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구호처럼만 강조될 뿐, 실질적인 지원책은 별로 마련 된 것이 없다. 종합물류기업으로 요건을 갖추어 인증기업이 되면,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진출 시 처음부터 물류회사도 동반 진출하여 상대국 정부로부터 이상적인 물류조건을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 정부에서도 정부 차원의. 협상력으로 적극 도와야 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글로벌물류업체들도 내륙물류기지에 터미널이나 보관시설을 가지고 있어야 이를 기반으로 삼자물류사업을 펼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설자금의 투자가 긴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물류기업들이 해외에 시설투자를 할 수 있는 장기적, 안정적인 자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수출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종합상사제를 마련하고, 혜택성 금융지원으로 성과를 앞당겼듯이, 글로벌종합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를 위한 장기안정적인 기금이나 펀드 등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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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주한 외국항만대표부 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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