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처방 대신 근본해결이 필요한 때

또 다시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3년 이후 거의 매년 반복되다보니 연중행사처럼 느껴진다는 이들도 많다.
파업의 명분도 매번 비슷하다. 운임 인상, 노동권 보장, 화물운송시장 구조의 변화 등이다.
그렇다면 매년 거듭되는 파업을 단행하는 화물연대가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럼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잘못된 것일까. 그것 역시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물류가 멈추면 모든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혈관이 막히면 사람은 죽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사람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물류산업이 멈추면 전체적인 경제에 큰 위기가 온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렇다보니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대다수의 기업과 정부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3년 발생했던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이 가져온 손실액은 약 1조 5,000억 원 규모다.
그렇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물연대가 매번 반복적인 파업을 진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화물연대 파업 당시마다 정부는 물론 업계, 화주 심지어 화물연대 조차 미봉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만 하는데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의 사태를 막는데 급급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언제나 그랬듯 작년 화물연대 파업 역시 국내 화물운송시장에 내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채 임시변통적인 처방으로 끝이 났다”며 “국내 화물운송시장에서 고질적으로 지적되어 온 구조적인 문제점과 국고지원의 문제, 화물주선업체 및 자사물류회사 문제 등이 그대로 방치된 채 해결됐다는 것은 똑같은 현상의 발생을 예고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화물연대 역시 총파업에 돌입할 때의 기세와는 달리 끝이 날 때는 너무 허무하게 끝이 난다. 화물연대는 자신들이 주장한 요구조건이 어느 정도 수용되면 된다는 식이다. 정부 역시 어떻게 하면 현 사태를 빨리 끝낼 것인지에만 집중하니 해결책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물류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차주들을 고용할 것인지에만 집중한다. 그렇다보니 현실적인 대안은 없고 화물연대 측과 잦은 마찰만이 발생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인정과 불인정의 싸움

한편 화물연대의 지속되는 파업은 정부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정부가 아무리 좋은 대안이 제시한다고 해도 멈춰지지 않을 싸움이라는 의견도 많다.
다시 말해 정부가 화물연대 측의 요구대로 정책을 수렴한다고 해도 화물연대를 정식적으로 인정하기 전까지는 화물연대 파업은 끝날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부는 TFT를 6개월 이상 구성, 다단계 근절 등을 골자로 한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때 정부를 향한 시선 중에는 화물연대 측의 의견을 너무 많이 수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는 또 다시 파업을 선택했다. 이번엔 특수노동자 인정요구 등이 주요 골자였다.
그래서일까. 전문가들은 이제는 정부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결국 화물연대를 합법적인 단체로 인정하지 않는 한 이 싸움은 끝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은 화물연대를 인정하느냐 안하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같이 합법적인 단체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개인사업자들이 모여 만든 것으로 불법 단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마찰의 시작점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싸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해 총파업 당시 화물연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우리는 어떤 꼬투리라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화물연대란 단체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파업 통한 세력 확대냐 VS 진정 차주들을 위한 대변이냐 

화물연대 파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양분화 되고 있다.
파업은 화물연대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구사하는 전략이라는 시각과 약자인 화물차주들을 대변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2008년 파업 이후 1만 5,000명을 넘어섰다. 파업당시 일시적으로 가입해 활동을 하지 않는 인원들을 제외해도 1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것을 2003년 총 파업 이후다. 특히 작년은 사상 초유의 고유가로 인한 생계형 파업으로 화물연대 가입 횟수는 훨씬 늘었다. 
이처럼 총 파업 단행 전과 진행 후 화물연대 조합원 규모는 큰 차이를 보인다. 화물연대 입장에서는 파업이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 전문가는 “화물연대는 파업을 진행함으로서 일거삼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자신들의 규모와 힘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됨으로서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돼 그 세력을 더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는 달리 화물연대의 이러한 행동은 약자인 화물차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목적이야 어찌됐건 기업과 정부보다 약자인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는 화물연대 밖에 없다며 그들의 존재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열심히 뛰며 흘린 땀만큼 보상받아 마땅한 이들이 불합리한 다단계 구조와 힘의 논리에서 소외받는 것을 대변할 창구가 없는 만큼 이들을 위한 단체는 분명 필요로 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 화물차주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화물연대 파업이 있기 전까지는 누구하나 신경도 쓰지 않았다. 화물연대만이 이를 개선시키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화물차 노동자들의 고충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화물연대의 존재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택배업계는 택배대란 막기 위한 방지책 마련해야 

올해 화물연대 파업의 배경은 지금까지 있었던 파업과는 다른 점이 있다. 시발점이 택배산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운임인상 등을 요구하는 영업소장과 그것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회사 측의 마찰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총파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택배일선에서 뛰는 이들의 수입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최근 택배업계에 종사하는 화물차주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화물연대 역시 지난 3월부터 택배차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택배업계 종사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택배차주들은 일 평균 14시간을 근무하며 약 120개 정도의 상품을 배송한다. 한 건당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900원 수준. 일당으로 치면 9만 원 수준밖에 되지 않아 노동력대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름값, 보험료, 소모품 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남는 금액은 약 5만 원 수준밖에 되지 않으며, 범칙금 딱지를 끊는 날은 그야 말로 하루 일당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만다.
본지는 이러한 것들을 문제로 지적하며 택배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택배회사들이 이런 것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개선점을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택배차주들을 비롯해 택배 회사들의 경영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 파행의 길로 내몰기도 한다. 지난 동원택배 사례가 바로 그것.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놓고 택배대란의 전초 단계라 말하며 개선되지 않는 한 조만간 대대적인 대란으로 확산될 것이라 지적한다. 생활 속 서비스로 자리매김 한 택배서비스인 만큼 물류대란보다 그 피해는 더욱 클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얘기다.
한 택배전문가는 “지금껏 택배회사 간의 물동량 확보 전쟁때문에 피해를 본 것은 결국 일선영업소장들이었다. 결국 고래싸움에 새우등만 터진 꼴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이제는 새우가 아닌 소비자까지 그 피해가 확산될 것이다. 무엇보다 택배업체들은 택배기사들의 현실과 고충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협의점을 찾아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각 주체들은 순망치한의 관계란 점 명심해야 

한 전문가는 화물연대와 물류업체의 관계를 순망치한이라고 표현했다.
가까운 사이의 한 쪽이 망하면 다른 한 쪽도 온전할 수 없다는 뜻의 순망치한처럼 한 쪽이 멈추거나 좋지 않게 되면 결국 남은 한 쪽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물연대가 멈추면 기업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기업이 멈추면 화물차주들 역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이제는 서로에게 총을 겨누지 말고 대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 두 주체는 서로 공생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수차례 화물연대 파업을 겪으며 느낀 것이 있다. 과거에는 몰랐던 화물차주와의 관계유지에 대해 깨닫게 됐다. 입술을 잃어 이가 시린 것을 느낄 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화해와 타협의 저자세로 임하고 잦은 대화를 통해 화물차주들을 이해함으로써 기업들 스스로 파업까지 가지 않게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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