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30개사 난립 후 1차 정리, 현재 비슷한 상황

2006년 들어 물밑에서 논의되던 국내 택배시장의 업체들간 인수·합병 논의가 최근 들어 다시 본격화 되고 있어 그 향배에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택배시장은 지난해와 유사한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산업 군 중 가장 안정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 군으로 자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평가는 그 동안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나름의 생존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며,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한 전술과 더불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현장 서비스 맨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0년 이후 국내 택배시장은 메이저 빅3(한진, 대한통운, 현대택배)와 더불어 CJ그룹 CJ GLS와 삼성물산이 HTH로 택배시장에 뛰어드는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여타 중견 택배사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면서 택배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된다.

2000년 대 초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세에 힘 입어 국내 택배서비스 업체는 메이저 사를 포함해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는 5세기 고구려, 오렌지 택배, 유니온 택배 등 약 30개사에 달했으나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자진 폐업했거나 혹은 대기업에게 인수·합병되어 현재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택배기업은 약 15~6개로 감소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국내 택배시장은 당시 상황과 유사한 국면을 맞으며, 또 한번의 기업간 M&A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최근 들어 다시 국내 택배시장의 기업간 인수·합병 논의로 이어지게 하는 원인일까? 이와 같은 질문의 해답은 2002년 첫 번째 국내 택배시장의 춘추전국시대 상황을 반추해 보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당시 국내 택배시장은 폭풍과도 같은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 폭풍과 같은 택배시장 급성장은 물동량을 수용하기 위해 동시 다발적으로 많은 서비스 업체의 출현이 필요했으며, 민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맞물려 별다른 시장 진입장벽이 없어 너도 나도 택배회사를 설립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당시 국내 시장은 오프라인 시장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온라인 시장의 태동으로 인한 고객 수요는 예상 밖의 큰 수요를 만들어 내면서 공급에 주력하는 시장 요구가 우후죽순과 같은 택배업체들을 양산하게 됐다. 하지만, 결국 치열한 경쟁과 고객들의 서비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업체들은 기업 간 M&A가 되거나, 경쟁을 극복하지 못한 체 스스로 퇴출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물론 현재의 국면이 당시 상황과 똑같지는 않지만, 2006년을 마감하면서 국내 택배시장은 당시와 유사한 상황으로 또 한번의 격랑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지는 최근 국내 택배시장에서 다시 일고 있는 업체간 M&A의 원인과 과거에서 현재 시장에 이르기까지 시장에서 나타난 신규 진출업체와 업체간 인수 합병 업체 및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장 움직임의 사실 여부를 알아보고, 향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취재 해 보았다.

[택배업체간 인수·합병 설 배경]

공급과잉 따른 수익성 악화가 시장재구성 불씨
대규모 투자 필요, 중견택배사 진퇴유곡 빠져

최근 국내 택배시장에서 업체간 인수·합병 설의 원인은 외형적으로 시장의 협소함에 반해 서비스 제공업체가 너무 많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안정적인 물동량 성장에도 불구하고 택배 개당 운임이 여전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 못하고 서비스 공급과잉에 따른 각 사의 수익성 악화로 인해 시장 재 구성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 택배 물동량은 경기 악화와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년간 평균 20% 이상의 안정적인 성장에 이어 2007년에도 그 추이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택배시장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와 같은 물동량 증가 추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고 지속될 것이며, 수익성이 크게 낳아지지는 않겠지만, 외형적으로 물동량이 떨어져 택배사들의 전체 매출이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는 현 추세에서 소비자들은 이미 택배서비스의 매력과 편리함 때문에 서비스 아이템을 늘리면 늘렸지, 다른 서비스로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 이유를 들고 있다. 해외 택배시장에서의 DHL, UPS, FedEx등 유럽과 북미지역 택배서비스 업체 관계자들 역시 “자국의 택배시장은 물동량 부분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 시장 역시 이미 고객들이 서비스의 편리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특별히 택배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서비스 아이템이 없는 만큼 외형적인 성장세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국내 택배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세를 보이면서 택배시장의 특별한 진입 규제가 없어 우후죽순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 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들 업체 중 대다수 업체들의 경우 자연 도태되거나 기업 간 합병을 통해 새로운 업체로 탈바꿈 해 운영되고 있는가 하면 신규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하거나 사라지는 등 지난 15년 여간 국내 택배시장은 순환적 형태를 띠고 있다.

당시 업체들의 퇴출과 업체간 합병 원인에 대해 택배 원로들은 난립된 중견 업체와 메이저 사간 과다 경쟁으로 인해 운영 수익률 악화가 자연적 퇴출원인 이었다는 지적도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급조된 택배사들이 중장기적인 성장전략 없이 당장 눈 앞에 펼쳐진 물동량 증가만을 보고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 들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당시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중소 택배 대표자들이 회사 설립에서부터 일정 정도의 서비스 수준만 갖추고 난 후 매각을 염두에 두고서 회사를 설립해 매각 혹은 합병을 유도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2003년에서 2004년에 이르면서 난립되었던 중견 택배사들의 퇴출과 기업 간 합병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택배서비스시장의 특성을 무시하고, 바로 앞에 보이는 신기루를 쫓다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택배사간 인수와 합병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30여개의 택배사가 난립해 있던 당시와 현재의 택배시장 국면을 비교하면 일맥 상통하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공통점은 안정적인 물동량 증가세와는 반대로 택배운임의 지속적인 하락이 도저히 더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없을 만큼 각각의 택배사 수익률을 확보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단위 투자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중견업체들이 순발력 있게 자금적인 부분에서 잘 버텨왔지만,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 지금까지의 투자와는 사뭇 다른 규모의 과감한 배팅을 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는 점도 당시의 상황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여기다 당시와 같이 대기업들의 경우 택배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택배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견 택배사들의 경우 지금까지 서비스 및 여타 물동량 확보 전에서 대기업 택배사와 비교해 민첩한 대응을 통해 정면 승부를 벌여 왔지만,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또 한번의 대단위 투자가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고 말하고, “중소택배사들의 초기 출범에 따른 투자와는 차원이 다른 대단위 투자가 요구되고 있지만, 현 국면은 향후 10년, 혹은 20년을 앞두고 막대한 자금이 투자 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재 도약을 위해 차입을 통한 투자를 해야 할지 아니면 합병을 해야 할지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 택배사들의 경우 지난 몇 년간 괄목할 만한 물동량 증가세와 더불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대단위 허브 터미널과 전국적인 서브 터미널을 구축해야 하지만, 메이저 택배사처럼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한계에 따라 수백억원이 투자되어야 하는 자금조달 능력에 한계에 봉착해 있는 만큼 지금이 또 다른 도약을 위해 투자, 아니면 여기서 기존 구성원들을 위해 과감한 합병에 나서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해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결국 2006년 하반기를 보내면서 국내 택배사들의 무리한 금융부담을 안고서라도 대단위 투자를 결정하느냐 아니면 기업인으로써 책임을 지고 구성원들의 안위를 위해 기업을 매각하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을 맞고 있는 만큼 국내 택배시장의 기업간 인수 및 합병에 대한 추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택배기업 어떻게 진화했나]

5세기고구려, 새한택배 상호만 남고 시장 퇴출
이 클라인 등은 상호변경해 신생사로

국내 택배시장은 2000년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불러오면서 택배사의 난립 가운데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강·중·약 등 절묘한 3등분 구도를 그려내며, 균형을 이뤄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절묘한 3각 구도의 시장은 메이저 사와 중견 그룹으로 양분화 되면서 간격을 좁혀왔던 편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2000년대 초 당시 국내 택배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했던 택배기업은 약 30여개사로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거나 기업간 합병을 통해 새로운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0년 초 본지가 확보하고 있는 중견 택배사 리스트를 일부 거론하면 5세기 고구려, 나래택배, 미래로 택배, 새한택배, 오렌지택배, 우성택배, 월드택배, 유니온 택배, 중앙택배, 한서 택배, 한일택배 등 지금은 상호만 남아 자연도태 되는 운명을 맞았다.

한편 일부 택배기업은 기업간 인수 및 합병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이름으로 혹은 신생업체로 현재 당당히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KGB브랜드로 시작한 현 로젠택배는 KGB브랜드를 원 소유자인 박해돈 현 KGB물류그룹에게 브랜드를 넘기고 새 브랜드로 출범해 중견택배사의 기린아로 자리하고 있으며, 최초의 KGB상표권을 갖고 있던 박해돈 회장은 직접 KGB브랜드를 통해 새롭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2006년 초 출범해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KGB특급택배로 출범했던 택배사는 브랜드 사용권에 휘말려 이젠택배로 사명을 바꿨지만, 2005년 11월 끝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와 함께 데이콤 이 트랜스는 한국택배 물류와 기업간 합병을 통해 현재 KT로지스 택배로 사명을 바꿔 운영하고 있으며, 스마일 택배 역시 현재는 성화기업 택배로 사명을 바꿔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편 이 클라인 택배는 2001년 CJ GLS이 30억원을 투자해 지분 85%를 확보해 운영하다가 2004년 12월 일본의 사가와 규빈과 50: 50의 지분율을 가지고 공동으로 출범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렌지 택배의 경우 동서택배와 합병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 오다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에게 최종적으로 인수되었으나 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올해 초에는 국내 시장에서 업체간 가장 큰 M&A로 남게 된 CJ GLS의 HTH 택배 인수도 국내 택배시장 지각변동에 불씨를 당기는 시발점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사간 합병은 그 동안 택배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왔던 현대택배, 대한통운, (주)한진, CJ GLS의 상위그룹의 지각변동은 물론 우체국택배, HTH, 로젠택배 등의 중간그룹에도 HTH가 시장에서 퇴장 함에 따른 큰 변화가 예고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해에는 신세계그룹의 물류자회사인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는 예전의 오렌지 택배 인수의 교훈으로 아예 처음부터 중견 택배사 인수를 카드를 버리고,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하면서 지난 11월 1일 본격 출범하는 등 시장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택배시장 M&A 전망]

하위 그룹 택배사 자금난 봉착, 시장 존속 고민
대기업-중견기업 이해 맞으면 급격한 시장 변동

대부분 택배사 관계자들이 전망하는 택배기업 간 인수?합병 논의는 당장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2007년으로 넘어가게 되면 분명한 시장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던 상 중 하 3등분 구도에서 상 하위그룹으로 시장이 극명하게 나눠지며 메이저사 들의 시장 장악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상반기에 HTH가 CJ GLS에게 합병되면서 중견 그룹 한 축이 시장에서 사라졌으며, 우체국 택배와 로젠택배의 경우 메이저사들의 물동량에 근접해 더 이상의 중견 택배사 군에서 탈피해 메이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수 합병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메이저가 중견택배사를 인수할 가능성은 없으며, 새로운 대기업이 중견 택배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와 함께 각 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외 경기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대중적으로 꾸준한 택배 수요는 물동량 확보에서 현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동량 증가가 전체 시장 재편을 늦추고 있지만,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률이 더욱 하락하면서 시장 재편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다 몇몇 하위 그룹 택배사들은 단가 하락과 고정비 지출이 확대되면서 자금난에 봉착해 더욱 더 어려운 국면을 맞으며, 시장존속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 재편에 핵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의 배경은 이들 하위 그룹 택배사들의 경우 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기존 누적 적자 분이 향후 시장 투자비율에서 더욱 대기업 택배사들과 차이를 보이며, 대단위 투자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택배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택배시장 전문가는 "하반기 각 택배사들의 신규 터미널 오픈과 택배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대기업의 택배사 설립이 2007년 초 조금 더 가시화 될 경우 중견 택배사 뿐만 아니라 메이저사 들에게도 수익률 악화가 나타나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미치며, 시장의 M&A논의는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 간 국내 택배시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골치거리로 자리했던 저단가 경쟁 폐해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업계 재편 속도를 가속화 시키는 가장 큰 불씨로 작용하게 될 전망된다. 이처럼 국내 택배시장은 상위그룹은 상위그룹대로 하위 그룹은 하위 그룹 나름의 덩치 키우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군들이 속속 택배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한계점에 봉착한 중견 택배사들 역시 가격 조정만 된다면 언제든지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2007년 상반기에는 또 다른 시장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택배관련 법이 시장에 적용될 경우 택배사업 진출에도 일정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M&A시장은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택배시장의 기업간 인수 합병 국면은 시장 진출을 노리는 대기업과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기업간의 이해가 맞을 경우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시장에서 급격히 활성화되고 있는 택배기업간 인수 합병논의가 향후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손정우 기자, jwson@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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