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다행” VS “지역·서비스 제한적”

기업 생존의 대안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시각차 커 
 
최근 들어 국내 물류기업들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탈피, 좀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을 위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확장을 가속화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기류에 대해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기대만큼의 결과가 없을 것"이라는 식의 폄하성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늦은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가 향후 우리 물류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견을 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물류 전문가들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물류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현황은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국내 물류기업 글로벌 네트워크 현황은 현황까지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황무지가 정답이며, 이 몇몇 기업들 조차 중국과의 합작사를 설립했거나, 동북아시아 국가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 물류기업들의 현실이다.

본지는 기획점검을 통해 국내 물류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의 현재 진행 과정을 취재하고, 현장 및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네트워크 확대의 허와 실, 전략적 방향에 대해 알아 보았다. <편집자>

[글로벌 네트워크 왜 필요한가?]
고객, 글로벌하고 정교한 문전서비스 원해
이전투구 국내시장 탈피, 안정수익 보장

국내 물류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는 기업들의 계획처럼 쉽지만 않을 뿐더러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정작 국내 물류기업들의 진출을 가로 막고 있다.

물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지불되는 전체 물류비를 100이라고 가정할 때 국내비용은 25, 해외비용이 75 정도로 해외 글로벌 물류서비스시장에서 지불되는 비용은 국내와 비교해 3배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확충은 향후 국내 물류업체들이 지향해야 할 캐시카우시장이며, 왜 지금에 와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우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국내 물류기업들의 향후 전략은 국내 이전투구 시장의 경쟁을 탈피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마련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물류서비스 기술 확보와 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네트워크 확장은 필수적이다.

한편 글로벌 물류시장의 전체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46%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의 네트워크 확대는 역량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의 적대적 M&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를 들면 독일우체국의 DHL단자스 인수와 영국계 대형 글로벌 기업인 엑셀의 인수 합병과 유럽 물류기업인 슁커의 미국계 글로벌 포워더 백스글로벌 인수, UPS SCS의 멘로 월드와이드 인수 등 적대적 M&A 예는 우리 물류기업들이 벤치마킹 할 전형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사례다.

한편 최근 들어 국내외 물류시장 환경은 단순 운송 및 보관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거점간 운송이 아닌 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다 정교한 서비스 형태로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네트워크와 택배서비스는 향후 고급 물류서비스에서 필수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다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와 점점 더 세분화 되고 있는 서비스기법은 네트워크가 기본이 되어야만 수익율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다 품종 소량 제품에 대한 문전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화하고 있는 서비스 질은 왜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확보가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방법]
역량 있는 다국적기업 M&A가 유일한 대안
대기업, 자사 글로벌 물류망 이용해 확장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확보는 하루아침에 구축되는 것이 아닌 만큼 대부분의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시장에서 역량 있는 다국적 물류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것이 유리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거대 자금과 물류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전제 조건이 있음은 물론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표준 교과서적 사례는 바로 최근 전세계 물류시장에서 M&A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DPWN이다. DPWN은 독일우체국으로 시작해 현재는 DHL익스프레스, 영국계 세계적인 3PL기업이었던 EXCEL, 유럽계 복합운송업체인 단자스, 미국계 항공 포워더인 AEI와 에어본 익스프레스 등을 차례로 인수 합병하면서 전세계 220여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원스톱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UPS의 경우는 지난 2년간 무려 7개 글로벌 물류기업을 인수하는 등 전방위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물류 전문가들은 국내 물류기업들에게 "당장 전세계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경우 네트워크 확장 방안은 일정부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물류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 현재로써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만은 않은 방법이다. 일정부분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를 인수할 경우 천문학적 자본이 투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DPWN이 글로벌 포워더인 엑셀을 인수한 가격이 55억 유로며, 이를 원화로 환산할 경우 6조 6천억에 달할 만큼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률 맞추기 급급한 국내 물류시장 환경의 경우 이와 같은 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 인수에 나선 CJ GLS의 경우도 4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기업 인수에 나선 만큼 현재 국내 물류기업 특성상 대단위 투자를 통한 글로벌 물류기업 인수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글로벌 물류전문가는 "국내 물류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작은 업체를 시작으로 각 대륙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글로벌 판매망이나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을 통한 네트워크 확보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전문가는 "예전 세계 경영의 주인공으로 자리했던 대우그룹의 경우 자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물류자회사의 네트워크 확대가 가능했지만, 그룹 몰락으로 인해 기회를 잃었다"고 말하고, "현재 현대 글로비스, 삼성의 로지텍, LG의 범한종합물류 등의 기업들이 전략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전략이 가시화 될 경우 보다 안정적인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내 전문 물류기업들의 공격적인 네트워크 확대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미 전세계 항공 화물운송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대한항공(한진) 및 아시아나 항공(한국복합물류)이 자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물류전문 기업들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기업 글로벌 네트워크 현실]
동북아에만 집중, 진정한 글로벌화 멀어
운송중심의 일부 서비스 수준에 머물러

이미 전세계 물류시장은 몇몇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대륙별로 거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물류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면서 자신들만의 거미줄 네트워크 망을 더해 강력해진 글로벌 물류 망을 확보하고 일괄 서비스 제공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적 물류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예는 아프리카로부터 원자재를 조달해, 아시아 생산거점을 거쳐 북미대륙 일반 소비자 문전까지 배송하는 3PL, 내지는 4PL시스템을 갖춰 전세계 자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물류서비스 제공능력을 갖춰나가는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이 같은 서비스 형태는 이들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기본이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서비스와 더불어 다양한 부가가치 서비스제품을 갖추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물류기업들은 이제 막 동북아시아 몇몇 나라와 제휴 혹은 브랜치를 두고, 원자재 수급은 고사하고 전체 물류서비스 과정에서 경우 겨우 운송만을 중심으로 한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 같은 수준을 글로벌 물류기업인양 대대적인 선포는 넌센스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왜 우리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가 표면화되는 것일까?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류 전문가들은 "내수 물류시장의 경우 이미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저가 수주 및 저 단가 운임으로 인해 수익률이 하락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제공할수록 수익률이 떨어지는 시장으로 전락 한 점을 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경쟁 시장인 택배의 경우 이미 떨어질대로 떨어진 수익률을 만회할 수 없을 정도로 업체간 이전투구가 심해 졌으며, 새로운 부가가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내 3PL시장 역시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려 비용 경쟁만이 심화되는 왜곡된 시장구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물류기업들이 표방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현황을 살펴보면 대한통운의 경우 상해 합작 법인설립과 베트남 물류기업과의 코렉스 사이공 로지스틱스 등의 법인형태 네트워크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주)한진 역시 중국 청도에 물류합작 기업을 설립 향후 10여개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며, 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주, 구주, 일본 동남아 등에도 추가로 거점을 확보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네트워크 가속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택배의 경우 2003년 COSCO Logistics 및 상하이아륜국제화운유한공사와 합작으로 중국현지법인인 상하이현대아륜국제화운유한공사를 설립했으며, 국내업계 최초로 1급 면허를 획득 일찍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해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택배서비스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중국 최대 물류기업인 시노트랜스(대표 장빈)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중국 전역에서의 종합물류사업에 돌입했다.

이밖에 최근 가장 괄목할만한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고 있는 기업은 CJ GLS다. CJ GLS의 경우 싱가포르 어코드사를 인수하면서 실질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했으며, 향후 지금과 같은 물류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글로벌 물류 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솔CSN 역시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시장에 진출 지난해 9월부터 삼성테스코 중국 수입물류 시작했으며, 현재 상해에 물류거점 운영하면서 올해 추가로 중국 남부 및 북부지역 물류센터 운영 계획을 갖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1995년부터 중국에 진출하여 상하이에 독자법인인 한진해운(중국)유한공사를 설립하였으며, 상하이 칭다오, 다롄, 톈진, 홍콩에 물류자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상하이 물류자회사는 1급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충칭, 광저우, 선전, 샤먼 등지에 연락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LG는 지난 2월 LG(중국)물류유한공사(Hi Logistics China)를 설립하였는데, 동사는 중국 현지업체의 지분 없이 하이로지스틱스와 LG전자(주), LG전자 중국지주회사가 일정한 지분을 출자한 형태이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부분이 우리 물류기업들의 해외 네트워크 전부다. 결국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크수준은 갓 돌이 지난 아기의 걸음마 수준이며,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100미터를 한숨에 달리는 현격한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손정우 기자, jwson@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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