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GLS, HTH 인수 ... 업계 선두 위협

CJ그룹 물류 자회사로 시작해 국내 물류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하고 있는 CJ GLS가 중견택배사 인수를 위한 MOU를 맺음에 따라 년간 매출 2조원 대의 국내 택배시장 지각변동에 불씨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지난 3월 6일 삼성물산이 전격 발표한 공시로 미칠 국내 택배시장 지각변동에 대해 그배경과 향후 시장 구도 전망에 대해 알아 보았다. <편집자>

삼성물산과 CJ GLS의 지향점 부합 결과
일부 HTH영업소 반발, 난관 봉착할 수도

■지각변동의 배경
국내 택배시장은 2000년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불러오면서 택배사의 난립 가운데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강·중·약 등 절묘한 3등분 구도를 그려내며, 균형을 이뤄내 왔다. 하지만 이번 삼성물산이 기업의 절대 경영권(지분율 78.3%)을 가지고 있던 (주)HTH 택배 지분 전량(994,995주)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CJ GLS와 체결하면서 지금까지의 균형상태는 새로운 국면을 연출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CJ GLS의 HTH택배 인수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장에 알려져 왔던 만큼 놀랄만한 사건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택배사업 진출 이후 택배시장 속성상 어떨 수 없이 발생되는 고객 불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던 만큼 이번 기회에 지분매각을 통해 삼성물산의 핵심비지니스에 몰두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삼성물산의 HTH 매각은 비핵심 자회사 지분매각의 기회이며, HTH는 삼성물산이 삼성몰과 삼성플라자 등을 운영하면서 물류사업 강화를 위해 설립한 택배회사지만, 삼성물산의 주력인 건설, 상사부문과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았던 만큼 이번 기회가 호기"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CJ GLS는 택배시장에서 현 4강 구도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시너지를 발휘 할 수 있는 기업인수를 모색하고 있었던 만큼 내부적으로는 발표시기만을 미뤘을 뿐 향후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양사의 MOU체결은 삼성물산과 CJ GLS의 목적이 부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일부 택배사 관계자는 "MOU 체결만을 가지고 마치 HTH가 전격 인수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일부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으며, 양 사의 M&A는 이제 막 시작인 만큼 최종 계약서에 인수 합병과 관련된 서명이 끝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관계자들은 이번 MOU가 전체 택배시장의 판도를 뒤 흔드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취재결과 HTH택배 각 영업소들에게는 인수합병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며, '서비스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요청 공문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일부 영업소들의 경우 이번 MOU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발조짐도 보이고 있어 향후 인수 합병과정은 여러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판도 예측 불허, 미궁에 빠질 수도
양사 합병돼도 당장 시너지 효과는 미미

■향후 택배시장 구도는 어떻게
지난 3월 6일 삼성물산의 전격적인 HTH택배 지분매각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 발표되면서 국내 택배시장 관계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현재 시장은 앞서 언급한 대로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 및 매출액부문 1위 기업인 현대택배와 택배 1위 등극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주)한진과 대한통운 관계자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 동안 택배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왔던 현대택배, 대한통운, (주)한진, CJ GLS의 상위그룹의 지각변동은 물론 우체국택배, HTH, 로젠택배 등의 중간그룹에도  HTH가 시장에서 퇴장 함에 따른 큰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여기다 최근 급격한 시장 확대를 꾀하면서 중견그룹으로 뛰어들려던 하위 그룹 택배사들의 향후 시장 전략도 원점에서 재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수치상으로만 보면 CJ GLS와 HTH택배가 합병 될 경우 매출액은 2,630 억원, 물동량 9,024 만개, 지점망 650개로 전체 택배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출액 및 물동량과 지점망의 경우 일반 수학 공식처럼 1+1=2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 사의 경우 현재 중복되는 지점망을 정리할 경우 650개의 지점망을 운영할 수는 없을것으로 보이며, 매출액 및 물동량의 경우도 양사가 지난해 기록한 그대로 합산되지는 못 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1위 택배기업인 현대택배를 위협 할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수치상 시너지는 발휘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다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대한통운 역시 올해를 택배시장 1위 등극을 목표로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와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어 시장 판도는 쉽게 역전되지는 못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주)한진 역시 택배 원조기업으로 올해 택배시장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어 향후 판도는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한편 택배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몇 년간 치열한 물동량 확보 전략에 따라 심화된 저가운임 탈피가 이번 양 사의 MOU 체결로 추세를 반전해 더욱 치열한 경쟁으로 나서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될 경우 올해 초 저가 운임수주 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였던 국내 택배시장의 근간이 양사의 MOU체결로 흔들릴 수 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7일 있은 CJ GLS의 글로벌 물류기업 인수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양사의 MOU 체결에 따라 대한통운 인수전망에 대해 민병규 대표는 "CJ GLS가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구도에 한 걸음 더 낳아가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경우 HTH인수와는 별개로 언제든지 대한통운 인수 전에 뛰어 들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시장 틀은 더욱 요동칠 수 있는 불씨를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다.

<손정우 기자, jwson@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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