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수수료 인상 요구, 2006년 시장 핵으로 작용

현장서비스 맨, 현 수수료로는 배송 더 이상 못해

운임 하락에 따른 택배수수료 하락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지난 2003년 물류대란 이상의 택배서비스 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2006년 국내 택배시장은 1월 설 특수기간이 끝나면서 각종 업체들의 계약 갱신 등이 이어져 잠시 수면 밑으로 앉아 있던 택배요금 인하 경쟁이 재현되고 있다. 특히 단가하락은 택배현장에서 뛰고 있는 수·배송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수수료 하락으로 이어져 현 상태라면 택배 수·배송 현장 직원들은 언제든지 일손을 멈출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연말 메이저 택배사의 한 지점이 택배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24시간 택배화물에 대한 수·배송을 전면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 택배수수료 인상 요구가 2006년 전체 택배시장의 핵 폭풍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각 택배사 관계자들은 단가는 유지하면서 수수료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 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택배현장에서 수·배송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 직원들은 정확히 산정해 말할 수는 없지만 개략적으로 택배 개당 수수료로 30~35%의 비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가격경쟁으로 인한 택배단가는 도서 및 음반의 경우 최저 천원대에서(500원~700원 대)에서 개별 택배화물의 경우 많게는 4000원(900원~1500원)에 이르고 있다. 이 경우 건 당 현장 직원들이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는 500원에서 1500원 정도. 이렇다 보니 하루 100~150개의 화물을 수·배송 물량을 취급하는 현장 직원들이 오전 8시부터 시작해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된 근무를 하면서 고작 자신이 가져가는 금액은 하루 10만원이 채 못 되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현장 배송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게 되고, 종국에는 배송을 멈추는 사태를 불러 오는 가 하면 메이저사나 중견 택배사 모두 언제든지 배송 중단사태 발생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지고 있다.
본지는 현재 택배 수수료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비용 추세,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 및 향후 시장 전망과 대안을 알아 보았다.

■택배수수료 왜 문제인가?

◎택배 수수료의 현실 . . .
최근 국내 택배시장은 온라인 쇼핑몰의 대중화와 택배서비스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친근함과 맞물려 년 평균 15% 대의 꾸준한 물동량 증가를 보이면서 2조원 매출 시대를 맞고 있다. 대다수 택배시장 관계자들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현 물동량 증가추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택배화물 부족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이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는 물동량에 비해 택배화물 개당 단가의 하향 추세다. 택배사 관계자에 따르면 "택배화물 개당 가격이 사안별로 천차만별이라 정확한 가격을 가지고 수·배송 수수료를 산정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택배사가 개당 수수료가 정액제가 아닌 정율제를 적용하고 있어 단가하락은 수수료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택배시장 가격의 대외공시 가격은 동일권의 경우 개당 5000원~6000원 이며, 타 권역의 경우 6~7000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비용을 다 치르는 고객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 B2C 택배화물의 시장 가격은 우체국의 경우 2천원~3천원 사이, 중견택배사는 2천5백원 수준, 메이저 택배는 2천원에서 3천 5백원 사이로 계약이 가능하다. 더구나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의 경우 도어 투 도어 서비스는 아니지만 터미널 투 도어 화물의 경우 저가운임이 대세여서 1500원 이하로도 대량 물량 계약이 성행하고 있으며, 메이저사와 연관된 온라인 전문 택배사는 지난해 1500원대 운임에서 가격대를 다시 내려 경쟁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3000원의 택배가격을 높게 가정할 경우 화물 당 현장 직원들에게 지불되는 수수료률 30%로 산정하면 900원의 비용을 받을 수 있으며, 하루 100개 화물을 배송한다면 9만원의 수익을 얻는다는 계산이다. 이를 다시 한달 25일을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 수익은 225만원, 여기서 차량 유지비와 보험료 및 기타 비용을 빼면 한달 수익은 150~170만원이 고작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가정은 개당 화물운임이 평균치를 최대 3000원으로 가정했을 경우인 만큼 2천원 혹은 천원대의 가격이라면 택배 현장 직원들의 한달 수익은 100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하루 12시간의 고 강도의 노농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택배 현장 종사자들의 한달 수익이 150만원 안팍이라는 것은 국내 4인 가족 평균 임금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의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택배현장 무슨 일 일어나고 있나? . . .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택배운임을 경쟁적으로 인하해 왔던 택배시장은 최근 들어 그 한계를 들어내며, 외형적으로 운임경쟁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있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IMF이후 물류 및 운송시장이 극명한 사회 양극화를 보여주는 장으로 부상하면서 운임인하가 그 한계점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체 물류시장의 80%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육상운송업계는 2003년 물류대란을 계기로 자체적인 물류연대를 만들어 계속적으로 자기 몫 찾기에 나서고 있는 반면 같은 시장에서 그 동안 묵묵히 자리자리를 지켜오던 택배시장 현장직들은 최근 들어 지급 받는 현 수수료로는 더 이상 일을 계속할 수 없다며 파업을 불사하는 등 자신들의 독자적 의견을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연말 메이저 택배사 중 한 곳은 현장 배송 1톤 차량 70여대 차량이 일시에 멈추면서 다음날 배송해야 할 택배화물이 적체되는 사태를 맞아 이를 수습하기 위해 본사는 결국 택배수수료 인상을 약속하는 사건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파업이 일어난 메이저 사 한 곳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택배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적은 수수료로 인한 파업은 메이저 사 뿐만이 아니라 현재 운영되는 전체 택배사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만약 어느 곳이건 한번 불 붙어 시장에 확산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메이저 택배 및 중견택배 모두 현장 배송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택배수수료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메이저사들의 경우 다양한 복지 혜택 및 브랜드 힘으로 인한 자부심이 있을 뿐이며, 중견 택배사들의 경우 생존을 위한 근로라는 차이 뿐이다.
따라서 전체 택배사가 더 이상 현 수준의 택배수수료를 지급하거나, 가격 경쟁으로 인한 수수료 인하가 계속될 경우 당장 전체 일반 소비자들과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는 서비스는 일거에 멈출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택배시장 현실에 대해 택배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계약 갱신이 화주쪽 주도로 이루어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화주가 택배사 계약 담당자들의 눈치를 보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가격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뻔한 상태에서 화주쪽이 먼저 계약을 갱신하자는 요구를 할 수 없게 된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택배 전문가들은 올해 택배시장에서는 화주들이 그 동안 누렸던 이익에 대한 대가를 치루게 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택배수수료 문제해결 방안과 향후 전망
택배사. . . 적정 수수료율 적극 검토, 합리적 비용 산출필요
화주. . . . 싼 배송료 사고 벗어나 적정 택배 운임 검토해야

택배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돼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은 자본주의 시장 경쟁체제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은 재편되고, 경쟁력 있는 업체가 살아 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택배시장 경쟁구도는 시장 가장 하부에서 서비스를 맡고 있는 현장 서비스 직들이 고스란히 경제적 고통을 짊어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더 이상 현 택배수수료 수준을 방치할 경우 택배 현장 배송직원들의 서비스거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앞서 언급 했듯이 국내를 대표하는 메이저 택배사가 단지 낮은 수수요율 인상을 빌미로 배송을 거부한 사태는 전체 시장에서 어느 업체든 재발의 개연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어 택배 본사와 배송을 의뢰하는 화주들의 근본적인 마인드 재고가 없이는 문제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이번 사태의 해결방안으로 각 택배사들은 적정한 수수료율을 연구해 현장 서비스 직에게 합리적인 비용지급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이다. 또한 화주들 역시 지금까지의 싼 배송료 정책을 과감히 버리고, 파트너인 택배사와 머리를 맞대고 적정한 운임원가를 산출해 안정적인 서비스와 더불어 고객 접점에 있는 서비스 맨들의 수고를 인정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다 전체 택배사들은 근본적인 운임경쟁에서 벗어나 공정한 경쟁을 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 택배수수료율은 정률제로 가격이 내려가면 수수료율도 비례해 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수수료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정한 가격대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택배사들은 자체적인 운송 시스템을 확보해 배송 사원들의 근로 형태를 개선하고, 수수료율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한진택배는 수수료 인상을 결정해 현장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으며, 나머지 택배사들도 현장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합리적인 수수료 재 조율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현 추세를 이어 갈 경우 향후 시장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송물량은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서비스 현장직들의 요구를 묵살 할 경우 제 2의 배송거부 사태는 전체 시장의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업계와 정부 관계자 모두 향후 추이에 면밀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택배시장의 안정은 바로 현장 직원들의 처우개선에서부터 나온다는 진실, 또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택배업계 수뇌부의 적극적 개선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손정우 기자, jwson@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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