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심화 속, 제 입장에만 충실할 방법론 제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강화와 상생의 길 모색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과제 풀이를 위한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산업자원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2월 15일 주최한 ‘유통물류 2015 산업발전전략’세미나에서 대형 유통업계와 중소 유통업계는 양 업계가 상생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뜻을 모았으나 각론에 들어가서는 제 입장을 앞세우는 구태를 뛰어넘지 못했다.

“유통.물류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

정부는 유통과 물류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자부는 전경련, 컨설팅사인 AT-Kearney와 유통물류산업의 ‘2015 산업발전전략’을 공동으로 작업, 12월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미나를 통해 그 동안 단순히 제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여겨졌던 유통과 물류산업이 2015년에는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다른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비전에 따르면 유통산업은 현재 GDP의 약 8~9%를 차지하고 있으나, 2015년에는 10%이상의 국민경제적 비중을 갖는 산업으로 육성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물류산업은 현재 10% 수준인 기업물류비를 7% 수준으로 낮출 만큼 효율성을 갖추고, 연간 2.7조원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통과 물류산업의 발전기반은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의 유통·물류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란 기대다.
이날 산자부는 향후 10년 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유통산업 분야의 경우 ①혁신기반 유통구조 고도화, ②선진형 유통시스템 정비, ③지식기반형 인프라확충, ④대·중소유통균형발전 등 4대 발전전략을 설정하였다.
물류산업 분야는 ① 물류아웃소싱 활성화, ② 대형 물류기업 육성, ③ 소프트 물류체계 정비 추진, ④ 산업물류의 글로벌화 등 4대 발전전략을 제시하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최대 쟁점은 갈수록 양극화되어 가고 있는 대형유통시장과 중소형 유통시장의 相生論이었다.
정부가 대.중소 유통 균형 발전을 위해 대형점과 중소유통 및 납품업체와의 상생발전 도모, 재래시장 시설현대화 및 경영현대화, 상권중심지 활성화, 지방유통업 지원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강화 등 4개 세부추진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 기대치를 끌어올렸으나 지정토론은 상생 방법론보다는 각 업계의 입장만을 재확인하는 작업으로 일관됐다.

“대형할인점이 재래시장을 옥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이민권 시장경제연구센터 조사연구실장은 나날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재래시장 체질개선에 중점을 두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권 실장은 대형유통점에 대응해 재래시장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래시장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민권실장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재래시장의 매출은 8.2%가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30%까지 감소되고 있는 반면 대형할인점의 경우 올해 3.2%나 증가해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형유통업과 중소유통업간의 협력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겠으나, 재래시장의 체질을 개선시켜 경쟁력 강화시켜나갈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가장 요구된다는 것이 이민권실장의 주장.
이민권 실장은 “대형할인점 한 개 매장이 재래시장 7개의 매출을 감축시키는 등 재래시장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형할인점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입장으로 시장상인들의 자부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세한 재래시장 및 소상인들과 대형할인점의 경우 규모면에서 공정한 경쟁의 촉진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영세소매업의 체질을 강화시킨 후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민권 실장은 정부 지원방향에 대해 특정시장 등의 개별단위 지원보다는 지역별 지원이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이밖에도 소비자들이 쇼핑의 편의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시설현대화의 구축, 경영현대화를 위한 경영매니저 양성 등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상생 위한 가이드라인 구축 시급”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철저한 분석을 통한 실무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재래시장과 대형할인점 간의 상생관계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실무적인 가이드라인 구축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김경배 회장은 다양한 법률을 개정, 중소유통업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함께 대형할인점과 중소유통상인 간 상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배 회장은 “대형할인점 한개, 두개 매장이 어느 지역에 설립됐을 때 그 지역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는 그런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철저한 분석을 통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본의 경우 중소유통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안이 6~7개가 존재하고 있으나, 현재 국내에는 유통산업발전법, 재래시장특별법 등 2개밖에 없는 실정이다며, 중소유통업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경배 회장은 소상인들과 같은 자영업자들은 지속적인 매출 감소를 감안하며 경영을 지속하다 폐업하게 되면 3개월 정도 후에는 영세민으로 전락하게 된다며, 일반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민연금제도와 같은 중소유통인 만을 위한 공제제도 등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시장개입 바람직하지 않아”

반면 대형유통시장에서는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므로 정부가 개입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테스코 안희만 상무이사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유통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희만 상무는 1993년 이마트 창동점 오픈 이후 대형할인점지원특별법이 시행령으로 발효해 국내할인점들이 성장을 한 것이 아니라며,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를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희만 이사는 국내 유통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할인점 출점 규제 등에 대한 제도보다는 상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제조업체와 그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간의 연결되는 부분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안희만 이사는 “할인점물류센터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까지의 상품이동단계에서는 저온차량, 컨테이너풀 등을 활용한 상품별 포장 등으로 상품의 변질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제조단계에서 할인점물류센터까지의 이동단계에서 상품이 파손,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의 연결되는 부분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할인점-재래시장 차별화 전략 필요”

한편 차별화를 통한 두 마리 토끼잡기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백인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할인점과 중소유통업태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대형할인점업체들의 PB상품 판매 비율이 늘어나야 하며, PB상품 개발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한 유통업체의 경우 전체 판매상품 중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100%로, 영국의 대형할인점에서는 중소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전혀 다른 상품을 판매해 서로 경쟁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 백인수 연구위원의 주장. 그는 대형할인점업체들은 PB상품 판매 비율을 높여 중소유통업태와 차별화를 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위원은 “PB상품 위주의 판매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의 할인점과는 다르게 국내 대형할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PB상품의 비율은 전체 판매 상품의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10%를 제외한 90%의 상품은 중소유통상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동일하기 때문에 가격 측면 등에서 우위를 자랑하는 대형할인점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재래시장 등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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