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류史와 궤를 같이 한 해방둥이

대한민국 물류역사와 궤를 같이 해온 (주)한진의 ‘물류외길' 60년은 곧, 우리나라 물류 60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날의 역사가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인 것처럼 (주)한진이 일궈온 ‘수송보국’의 역사는 미래 글로벌 물류중심국 도약을 꿈꾸는 한국의 미래의 지표하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부실경영이나 문어발식 경영 등으로 점철된 우리의 현대경제사를 되돌아 볼 때 (주)한진이 걸어온 ‘물류외길’은 더욱 상징성을 갖게 한다. 지난 60년 '땅'과 '하늘' '바다'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앞으로 (주)한진의 물류에 대한 꿈은 대한민국이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 건설'이라는 국정 과제와 그 궤도를 함께 할 것이다.
최근 (주)한진이 지난 60년 동안 고수해 왔던 느리고, 신중하기만 하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신속하고, 과감한 모습으로 빠르게 진화되고 있어 그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기대는 국내시장에 안주하기보다는 세계 유수의 물류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의 빠른 현실적응력을 갖추려는 조직의 변화 노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지는 창립 6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대표 외골수 물류기업인 (주)한진의 궤적을 따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물류전문 기업 비전을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한진의 과거와 현재]
1945년 트럭 한대로 간판 내걸어
차량 5600대, 매출 7천억대로 성장 

오늘 한진그룹의 성장 발판 모체가 된 (주)한진은 트럭한대를 기반으로 1945년 11월 1일 인천시 해안동에 ‘한진상사’의 간판을 내걸면서부터다. 
(주)한진은 1966년 월남 전쟁시 미군의 하역 및 운송사업으로 1억 5000만 달러(당시 한국은행이 보유한 가용외화가 5000만 달러 남짓 수준)를 벌어들이면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특히 (주)한진은 당사 27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던 국영항공사인 대한항공공사(현 대한항공) 인수를 통해 오늘날 화물 수송 1위의 민영 항공사로 키워내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와 함께 1977년 한진해운을 설립 참여 등을 통해 세계 유일의 육-해-공 물류 인프라를 갖춘 종합물류그룹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등 오늘의 한진그룹의 모태역할을 했다.
한편 1969년 국내 최초로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3,835대의 견인 및 피견인 차량을 보유하면서 컨테이너, 일반화물 및 특수화물의 고객 맞춤 물류 수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또한 지난 60년간 축적된 한진만의 육운, 하역, 해운분야 물류 노하우를 함축 시킨 통합운영 시스템인 DLS(Digital Logistics System)를 개발은 실시간 화물추적과 EDI를 통해 대고객 서비스는 물론 물류비 절감에도 획기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어서 1974년 인천항에 국내 최초 민자부두를 건설하게 되면서 항만하역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1966년 하역면허 취득 이후 현재 부산항을 비롯한 인천, 평택, 포항, 광양, 울산, 마산, 제주, 보령항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 서비스를 도입해 일반고객 속으로 '생활 물류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주)한진은 전국에 59개의 물류터미널과 약 580개의 영업장, 2천700여대의 차량으로 월평균 500만 박스의 고객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주)한진은 택배차량 2696대와 화물차량 2478대, 그리고 중장비 212대, 고속버스 212대 등 총 5598대의 수송·물류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국내 대표적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해 있으며, 올해 매출 목표는 7200억 원이다.

[(주)한진의 기회와 위기]
국영 항공 인수로 우려 샀으나
마침내 종합물류그룹으로 성장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주)한진의 60년사를 돌아보면 항상 승승장구해 왔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이 한진의 지난 60년은 기회와 위기가 상존해 있었다.
(주)한진이 본격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인 시점은 지난 1966년부터로, 이후 베트남에서 벌어들인 달러는 무려 1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당시 한국은행이 보유한 가용외화가 5000만 달러 남짓인 것에 비하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주)한진은 당당히 재벌 반열에 들어선다. 고 조중훈 회장은 67년 7월 자본금 2억 원으로 대진해운을 설립, 그 해 9월 삼성물산으로부터 동양화재를 5억 7000만원에 인수했으며, 68년 2월에는 한국공항, 8월에는 건설회사인 한일개발(현 한진중공업)을 설립한다. 이어 교육기관으로 인하대학교와 한국항공대도 인수하는 등 수송물류기업 집단으로 변모를 시도하게 된다.
한편 한진은 1969년 위기이자 도전을 맞는다. 다름아닌 항공사업이었다. 고 조중훈 회장은 결국 69년 27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던 ‘말 많고 탈 많았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임원들은 "베트남에서 목숨 걸고 번 돈을 부실 항공사에 모두 쏟아 붓게 됐다"며 크게 우려했다. 그러나 조중훈 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국제선 개척으로 이를 헤쳐나가며, 또 한번의 신화를 만들게 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화물수송 세계 1위, 보유 항공기 115대, 32개국 91개 도시 취항, 매출(2004년) 7조 2천 109억 원이라는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오늘날 하늘에 대한항공, 땅에는 (주)한진, 바다에는 한진해운을 앞세워 인간과 화물이 이동하는 전 공간을 누비고 있다. 또 계열사 23개, 총자산 24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계 11위의 기업집단으로, 지난해 그룹 총 매출은 17조1000억원, 직원수 3만명에 달하고 있다.

[한진의 미래와 전략]
공격적 영업전략으로의 변화 뚜렷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당당히 선다

물류시장에서 한진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는 곳은 드물다. 하지만 이 같은 저력에도 불구하고 사실 기대 이하의 성장세를 이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만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리 걸음이나 다름 없는 행보를 걷게 한 것일까?
(주)한진은 그 동안 의사결정이 느리고, 보수적인 투자로 정평이 나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한진 60주년을 뒤로 하고 최근 주목할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이렇게 거대하고, 느림보 공룡기업이 카멜레온처럼 그때 그때 기업색깔을 빠르게 변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대외 선언적 의미의 전략에서 고객이 느낄 수 있는 변화가 향후 (주)한진의 미래를 밝게 예감할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한진은 美 달라스 공항 내 KAL 화물터미널 운영사업자 선정되면서 올해 12월부터 서비스 개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한진이 달라스 공항 내 보세창고(72,500평방피트) 운영을 통해 년간 3,683톤의 화물을 처리(운영인력: 78명, 투입장비: 항공기 LOADER/UNLOADER 약 50여기 조업장비 투입)하며, 이미 지난 2월에 오픈한 휴스톤 영업소와 연계해 텍사스 지역을 기반으로 미국 중남부 지역과 물류 거점을 확보, 내년부터 미국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에 운송 서비스를 정시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진은 세계 물류시장의 흐름이 원스톱 물류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물류업체들로 시장 재편이 급속도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진이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과 연계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서둘러야 영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판단도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미 한진은 지난 9월 중국 칭다오(靑島)에 244만 달러를 투입해 합작회사인 '칭다오한진육해국제물류유한공사'를 설립과 내년 중에 추진될 유럽 신규 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중국-유럽 등 3대 거점을 연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촘촘히 짜내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주)한진의 택배종가(宅配宗家) 명예회복 표방은 국내 물류시장에서 또 한번 주목 받는 대목이다. (주)한진의 택배사업 부문은 올해 ‘최초이면 최고가 돼라’는 모토 아래,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수립 그 동안 후발주자에게 빼앗긴 시장부터 시장을 확대하고, 이 결과 지난 6월 교보문고, 베델스만, 알라딘 등 월 40만 박스 규모의 저가형 택배 물량을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며. 농림부 양곡택배 등 년간 240만 포 규모의 관급물량 유치에도 성공하는 등 빠르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총 56억원을 들여 개인휴대단말기(PDA) 1694대를 구입해 실시간 고객정보 취합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IT 투자를 확대해 원가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주)한진은 내년 8월 국내 최대 규모인 대전 물류센터 오픈을 택배사업의 본격적인 터닝포인트로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원영 (주)한진 사장은 "앞으로는 그룹 내 물류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및 시스템 정비를 서두르게 될 것"이라며, "현 정부가 종합물류기업 육성 방안을 내놓는 등 동북아 물류 중심국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만큼 도이치포스트, 쉥커 등 세계적 물류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밝혀 향후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손정우 기자, jwson@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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