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 활짝 열린 중국 유통시장, 문턱은 없나

그 동안 중국 유통시장은 '무주공산'으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 유통시장은 내노라는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중국 유통시장의 주인은 나'라며 강공을 펴고 있어 쟁패의 장이 되고 있다. '무주공산'의 시대를 접고 '춘추전국' 시대를 맞은 것이다.
현재 전세계 50대 유통업체 중 70%가 중국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들 외국유통업체는 대형 창고형 매장, 편의점, 할인점, 슈퍼마켓 등 중국 유통시장에 선진유통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선진유통기법을 경쟁우위로 중국 유통시장을 주도해 나아가고 있다.
KOTRA 베이징 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중국에 진출한 외국유통업체는 268개, 점포수는 4,502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 외국유통업체이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중국전체 소매총액의 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내 주요 도시의 신형 유통업종 영업액 중 외국유통업체의 비중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대형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유통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상당수의 유통 대기업들이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거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유통시장의 진입 문턱이 급속도로 낮아지는 가운데 많은 국내 전문가들과 시장 분석기관들이 유통시장을 '중국에서 가장 유력한 진출 대상'으로 꼽으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 유통시장이 글로벌 유통기업들간의 격전장으로 변한 것은 중국 유통시장이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시장이 크고 먹을 것이 많다는 얘기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시장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유통시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시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크지만 여전히 수익성이 불투명한데다 경쟁력의 한 축인 물류가 저급한 수준에 있어 시장 개척에 한계가 많은 상태다.
'2004년 중국 소매업백서’ 분석에 따르면 대형 매장을 앞세운 대형 외자 소매기업의 60% 이상이 적자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단일 매장 경영면적 1만 평방미터 이상인 외자 소매기업 중 68.75%가 적자를 봤으며 단일 경영면적 5천 평방미터 이상인 외자 소매기업 중 60%가 적자를 봤다.
중국 진출 외자 기업들의 자산 부채율도 비교적 높다. 아시아 투자기업은 평균 87.5%, 유럽 기업은 평균 89.1%, 미국기업은 평균 81.2%로, 평균 76.1%인 중국 내자기업의 자산 부채율에 비해 높은 상태다. 수익면에 있어서도 외자기업이 내자 소매기업에 비해 떨어진다. 2003년 현재 중국 내자기업 이윤은 총 11억 2천만 위안으로, 전년에 비해 68.77% 성장한 반면 같은 해 외자소매기업은 큰 폭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11월 14일 중궈징지스바오(中國經濟時報)도 중국 내 유통 및 서비스 분야 외국 기업 수익현황을 분석한 메릴린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대부분의 외국 유통기업과 가전업체가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유통 분야의 경우 성장하는 중국 기업과 다국적기업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프랑스 카르푸를 제외한 다른 유통기업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다.
물론 이들 외자 소매기업들의 적자는 장사가 잘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무리한 신 매장 확장 개설에 따른 것이란 분석. 이는 투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시장 개척 초기의 현상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 시 초기투자가 이루어진 2, 3 년 후 수익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면 조만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어떻든 이 같은 중국 진출 외자 소매기업들의 경영실적 분석자료는 우리 유통기업들이 '對중국 유통시장 투자여력은 어느 정도며 어느 단계에 가서 수익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지' 등 다각적인 자기 분석을 바탕으로 중국 유통시장에 발을 들여놓아야 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걸림돌은 물류시스템의 낙후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투자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나 물류시스템과 거래시스템이 여전히 낙후되어 있어 자금과 선진기술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중국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중국 진출이 그렇게 쉽지 만은 않다는 얘기다.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유통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상해, 베이징 등 주로 대도시의 범주 내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배송서비스 등 물류활동에 있어 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유통시장에서의 외자 유통업체들의 서비스 지역 확대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 유통기업들도 물류경쟁력 확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인 것 같다.
중국의 물류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물류시장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내놓은 '중국 물류시장의 개방과 우리의 진출방안'이란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물류시장의 관리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으며, 관리주체 상호간 협조와 협력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또한 관련 법규의 미비로 시장 진입이 무질서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류기업 기준과 물류기업 분류기준이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고 있으며 기업의 물류 등록에 필요한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일반기업의 물류기업으로의 업종변경 근거가 없어 실제와 부합하지 않는 물류기업이 대거 출현, 물류영역 중 창고와 운송분야의 무질서한 경쟁이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물류에 대한 전문지식이 낮고 물류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 통계수치도 정확하지 않다. 물류통계정보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부정확한 통계수치가 난립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부분의 정책 결정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자부 김성환 유통물류과장은 지난해 12월 8일 개최된 ‘제2차 한중 유통물류민간협력 추진협의회’에서 "중국정부의 개방화 노력에도 불구, 개방관련 법규와 제도들이 아직 구체적 실행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개방추이 및 중국 정부차원의 실천의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의 전략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유통기업은 중국진출에 앞서 철저한 시장·상권분석 후 중국시장에 진입, 매장 상품의 현지 소싱을 원칙으로 하는 현지화 전략과 공익활동을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 선진화된 경영기법을 바탕으로 경쟁우위 제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이들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기술을 강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물류거점을 확보함으로써 물류흐름을 원활히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