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완성 교향곡이 좋다"

대한통운 한 직장에서 근무한 세월만 41년. 아마 앞으로도 우리 물류업계에서 그만한 거목의 인물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 무색하게 곽영욱(65) 대한통운 전임사장은 인터뷰 당일도 임원회의를 주제하고 약속한 시간을 20분이나 넘겨 얼굴을 나타냈다.
이제 자신이 생각해도 '늙었다'면서도 밝게 웃는 국내 물류업계 산 증인인 곽영욱 대한통운 전임 사장은 자신이 평생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나는 것이 인터뷰 내내 한편으로는 못내 아쉬운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1964년 대한통운 입사 후 퇴임을 앞둔 당일까지 하루도 대한통운 없이는 자신의 삶을 생각하지 못했던 그가 이제 퇴임을 코 앞두고 돌아서야 하는 마당에 아쉬운 것을 헤아리면 또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인터뷰 내내 곽영욱 사장은 회사를 걱정하며, 자신은 "미완성 교향곡이 좋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표 물류기업 대한통운 대표이사이자 성공한 법정관리인으로써의 곽영욱 사장. 모기업의 부도로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 안으며, 법정관리 속에서도 당당히 회사를 위해 고전 분투했던 곽영욱 사장을 떠나는 길목에서 만나보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행복한 사람, 남은 직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은 지난해 말 정부도, 회사의 주인이었던 채권단과 법원도 해결하지 못했던 102억 달러(10조7천억 원)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 관련 리스크를 해소했다. 그 중심에는 이제 퇴임을 코 앞에 둔 곽영욱 사장이 있다. 그는 퇴임의 변으로 "개인적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은 직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곽사장은 자신을 중심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똘똘 뭉쳐 98, 99년 각각 890억원과 140억원의 적자를 낸 회사를 지난해 매출 1조 1200억원, 순이익 612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으로 변화시킨 공을 모두 직원들에게 돌렸다. 곽 사장은 "법정관리 속에서 전체 직원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고 오늘의 성공을 이뤘다"며, "법정관리 하에서 고생한 직원들에게 월급도 더 많이 주고 싶었지만, 당시로는 시스템과 조직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였던 만큼 맘 만큼 넉넉한 대우를 못해줘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들 같은 직원들의 입장에서 욕심이 있었겠지만, 아버지의 입장 만큼이야 했겠냐"며, "떠나는 입장에서 그 동안의 잘못도 공도 다 자신이 안고 간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물류시장에 대한 전망에 대해 곽영욱 사장은 "한국은 지형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향후 물류역량 전망은 밝다"고 말하고, "물류산업이 앞으로는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산업인 만큼 중국과 러시아를 통과하는 철도에 대한 효율적 운영안이 마련되면 국내를 대표하는 산업군으로 자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밝게 했다.
미완성의 교향곡처럼 회사를 뒤로하고 퇴임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에 대해 곽 사장은 "지난 해 말 13억 달러의 리비아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것은 가장 큰 성과이지만, 이로 인해 내년에 맞게 될 대한통운의 인수합병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했지만, 여기까지가 내 임무"라며 아쉬움과 절제의 미를 느끼게 했다.
대한통운은 법정관리 초기만 해도 주식 가격은 1만원 이하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으며, 법정관리 속에서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당 5만원을 바라 보는 초우량 물류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곽영욱 사장이 있다.
퇴임 후에 일정에 대해서 곽 사장은 "국내 내노라 하는 기업들의 강의 요청이 많다"며, "이는 아마도 다 무너져 가는 회사를 당당히 주역으로 일으켜 세운 노하우를 알고 싶어서" 라고 말했다. 곽 사장은 "41년간 한 회사에서 근무한 것 아니냐"며, "너무 오랫동안 일에 묶여 살았고, 이제 남은 인생은 그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살아도 모자를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곽영욱 사장은 "대한통운은 이제 국내를 대표하는 물류기업으로 당당히 서 있다"며, "좋은 주인을 만나 지금의 대한통운보다 훨씬 큰 그림을 그리는 기업으로 자리했으면 좋겠다"고 남은 직원과 회사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전국 방방곡곡의 물류현장을 뛰어 다니며, 그 중심에 서 있었던 곽영욱 대표는 이제 퇴임하지만 그의 자리는 여전히 우리 물류인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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