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판매업체 '위탁교육업체'라며 교재구입 유도

- 합격시 수당, 의무고용 등 들먹이며 유인
- 물류관리사 제도와 시험 내용도 상당수 비슷

올해부터 판매관리사에서 유통관리사로 바뀌어 시행되는 유통관리사 시험제도가 교재판매업체와 교육업체 등의 허위, 과장광고로 인해 심한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유통산업 발전을 명목으로 만들어 낸 유통관리사 자격제도가 자칫하면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던 물류관리사 제도 등과 마찬가지로 유통관리사 자격제도 운영에 많은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고소득 보장' 등 미끼로

*허위광고 실태 = 한솔교육평가원의 텔레마케터 직원이라고 밝힌 H 과장은 한솔교육평가원이 시험 시행처인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공식 지정을 받은 위탁교육 업체라고 설명하면서 교재구입을 강요했다. 또한 H 과장은 "현재 대한상의로부터 위탁교육을 지정 받은 업체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솔교육평가원, 굿데이평가원, 대한교육평가원 3곳으로, 이곳에서만 유통관리사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교재구입을 유도했다.
H 과장은 또 2004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에 따라 직원 200명 이상의 유통관련 기업은 직원의 5%를 유통관리사로 의무적으로 고용하게 되며,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시행되는 2006년 1월 1일부터는 유통관리사 자격증만 취득하면 확실한 고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허위였다. 법률 제7219호(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로 지난해 9월 23일 일부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어디에도 이와 같은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시험정보원이라고 밝힌 한 업체는 "유통관리사 시험에 합격 후 실명으로 합격수기 128만원의 홍보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허위광고를 하며 교재구입을 유도했다,
현재 허위과장광고를 하고 있는 한솔교육평가원, 굿데이교육평가원, 대한교육평가원, 국가시험정보원 등 유통관리사 자격증 교재판매 업체와 인터넷 교육업체 중 상당수가 이 같은 허위, 과장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터무니 없는 허위 광고로 취업에 목마른 수험생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자격증 교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유통관리사 자격증 교육을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위탁 받았다거나, 출제위원이 직접 강의한다는 것은 완전한 사기"라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에 말에 따르면 "유통관리사 자격을 취득하면 학사고시에 응시할 경우 18학점의 가산점이 부여되고 농협의 인사고가에 반영하기도 하나 반영비율은 극히 낮아 실제적으로 자격증을 활용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피해방지 대책 전혀 없는 상황

*아쉬운 대응 = 유통관리사 자격시험의 주관처인 대한상공회의소 교육검정단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했으나 유통관리사 시험관리 담당자는 "위탁교육업체를 지정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한솔교육평가원, 굿데이교육평가원, 대한교육평가원이라는 업체는 들어본 적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위탁교육업체로 지정 받았다고 허위광고를 하고 있는 업체를 지적해주었지만 담당공무원은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담당자가 허위광고를 전달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려는 의사나, 주관처로서 이러 이러한 예방책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 없이 전화를 끊었다는 것은 '시험 주관처로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치 않고 있구나'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취업에 목마른 수험생들이 현혹되기 쉬운 허위과장 광고에 대하여 수험생들의 특별한 주의가 요망되며, 정부나 시험 주관처인 대한상공회의소 차원의 피해방지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자격증 제도 운영.관리 문제 많아

*자격증 제도의 문제 = 정부가 유통산업의 발전을 위해 마련했던 판매관리사 제도가 시험이 시작된 후 몇 해 안돼 유통관리사로 변경되어 수험생들이 많은 혼선을 빚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유통관리사 자격 검정은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커뮤니케이션, 소비자 동향 파악 등 판매 현장에서 활약할 전문가의 능력을 평가하는 국가자격 시험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판매관리사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류관리사의 시험내용과 상당수가 중복되는 등 "정부가 취업 활성화를 명목으로 유명무실한 자격증만 만들어 내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한국물류관리사협회는 물류관리사를 취득한 4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물류관리사제도 운영중 90% 이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한국물류관리사협회는 "물류관리사 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통관리사와 물류관리사자격을 취득한 김모씨는 "유통관리사 2급의 경우 300시간 정도 투자만 하면 유통관리사와 국제무역사 등의 자격은 손쉽게 취득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종합 문제집과 기출 문제집만 공부하면 쉽게 취득할 수 있어 유통과 물류 관련 실무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물류관리사 시험에 합격한 백某 씨는 물류관리사시험을 보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너무 간단하고 우스운 얘기지만 이력서에 한 줄 더 채우겠다는 심정으로 시험에 응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물류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정부의 "물류전문가 양성"이라는 정책 취지와는 달리 단순한 동기로 시험에 응시하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보여져 자격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 단속 등 힘써야

*앞으로의 과제 = 유통, 물류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의 사례처럼 우리 정부도 앞으로 국제적인 유통, 물류분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지적되고 있는 객관식 시험의 문제, 응시 자격의 문제 등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적한 유통관리사 자격취득과 관련한 교재판매업체와 교육업체들의 허위과장광고를 단속하여 수험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으로보인다.

[외국의 물류관련 자격제도 운영 실태]

*미국 = 미국의 경우 유통관련 산업과 관련된 자격제도중 하나인 물류관리사는 로지스틱스 기술자로 구성된 비영리 국제조직"SOLE(Society of Logistics Engineers)"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SOLE는 66년도에 미국에 설립된 이래 연구회 활동이나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자격의 인정, 유공자에의 포상 등을 통해서 로지스틱스 사회적 지위 향상에 근무하여 왔다. 매년 8월에는 국제 로지스틱스 심포지움을 개최한다. 또한 SOLE은 전문자격으로서 물류전문가(Certified Professional Logistics)의 인증을 실시하고 있으며, 세계 50여개국 약 110개 지국에서 의견교환 등으로 전문성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SOLE 전문자격은 석사학위 2개 정도 취득할 수 있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하이레벨의 자격으로 알려져 있다. SOLE 자격취득자는 전 세계적으로 1,900여명이며, 우리나라에는 1명만이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유통, 물류 관련 전문가(LOGISTICIAN)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물론 사회적 지위도 절대 높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유통.물류관련 전문가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유통 물류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다.

*일본 = 일본의 경우 유통, 물류 관련 자격제도는 로지스틱스시스템 협회 차원에서 로지스틱스 종합교육의 전문기관으로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의해서 로지스틱스 인재의 육성과 지원 및 로지스틱스 마인드의 보급을 가지고 경영혁신과 사회로의 공헌이라는 개념으로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로지스틱스 경영사 자격은 CLO(Chief Logistics Office : 로지스틱스의 최고 책임자)로서 경영의 각 기능을 종합적으로 디자인하여 전략의 입안과 실천을 할 수가 있는 수준 높은 자격이다. 일본정부는 "물류관리기술사"를 양성하기 위해 물류의 전 영역에 걸친 전문지식과 매니저먼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이 강좌에서는 기업에 있어서 로지스틱스의 고도화를 추진하여 물류의 합리화와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지식과 기법을 경험이 풍부한 강사진에 의한 강의와 실질적인 수강자 참가형의 연습을 통해서 습득시킨다. 이 같은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물류기술관리사보"의 자격취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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