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 두렵다, 지켜볼 뿐이다”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의 법적 근거를 담은 화물유통촉진법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우리나라 물류산업史가 새롭게 쓰여지게 됐다.
물론 본격적인 종합물류기업(이하 종물업) 시대는 제도가 정식 시행되는 2006년 1월 1일 이후에나 열리겠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물류시장은 새로운 역사 창조를 위한 産苦를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종물업 인증기준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인 조율작업을 거치게 되겠지만 종물업 인증제도에 힘을 실어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종물업 인증제도는 ‘이빨 없는 호랑이’ 신세를 면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개정 조세특례제한법이 발효되지 않아 종물업 인증업체를 이용하는 화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종물업 자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화물유통촉진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종물업 시대 개막의 예고'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단기간내 대형 투자는 어려울 듯

국내 대부분의 토종 포워더들은 종물업 인증제도의 구체적인 시행규정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확한 규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의 발목을 잡히게 될 지 모르는 무리한 투자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몇몇 대기업이나 리더그룹을 빼고는 당장 1년이란 준비기간 동안 투자를 급속히 늘려 해외법인을 확장한다거나 하는 일련의 작업을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투자를 했다가 인증을 받지 못한다면…’이란 우려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 보니 당장 뚜렷한 종물업 준비 방안을 당장 내놓을 수는 없는 것이 토종 중소 포워더들의 답답한 심정이다.
그러나 종물업 인증 여부에 따라 영업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포워더 들은 이미 현재까지 나와 있는 종물업 기준범위 내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 최소화한 전략적 제휴 주목

“종물업 인증기준 완화 여부를 떠나 자체적으로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종물업 인증을 못 받는다고 해도 그동안의 투자와 노력들이 기업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다만 정부가 업계의 현실을 수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운영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랄 뿐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바람이다.
종물업 인증준비에 이미 착수한 포워더의 한 대표는 “올들어 사내 사정에 맞춰 실행 가능한 것들을 먼저 준비 중이다”면서 “자체창고의 보유, 통관사들과의 제휴, 물류관리사 자격자 확보 등 내부 인력 자질 제고, ISO인증 등 기본적인 기준은 충족시킬 것이며 종물업과는 별개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전반적인 사업투자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물업 대응방안에 대해 또 다른 포워더는 “종합물류업 인증을 받기 위해 자체 창고 등 물류시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며 제3자 물류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종물업 인증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갑을관계를 최소화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체장고를 확보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인 만큼 이러한 분야에서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겠다는 예를 들었다.
이 밖의 포워더들은 종물업 대처방안으로 제휴를 통한 아웃소싱 확대, M&A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정기준에 못 미칠 시 경쟁력 확보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우려 때문에 액션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업체간 인수합병으로 인한 중소업체들의 존립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출자형태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들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 박성기 기자, skpark@klnews.co.kr

[종물업에 대한 포워더들이 시각]
문턱 낮아지면서 입장 양분

대부분 포워더들도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을 육성,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의 핵심역량화하고 국내 물류시장 체질 강화의 대들보를 삼겠다는 종물업 인증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 토종 포워더들은 자신들이 ‘종물업 시대의 주체가 되지는 못할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종물업 인증기준으로 보아서는 자신들이 그 시장에 끼어 들 만한 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종물업 선정기준에 부합하는 포워더는 외국계 포워더를 포함,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국내에는 종물업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없었기에 중소 포워더 입장에서는 법안 자체가 현실과 동 떨어진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종물업, 의도는 좋으나…

국내 중소 포워더의 한 임원은 “종합물류업으로 인증된 포워더를 이용하는 화주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는 등 물류 아웃소싱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2,000여개 복합운송주선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 현실과는 괴리감이 너무 큰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2,000여 개 업체의 입장을 전부 고려할 수는 없지만 국내 포워딩 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판단한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본금, 해외거점 기준 등 외형에 치중한 인증기준으로 포워딩업계를 포함한 국내 물류업계의 현실을 간과한다면 포워더들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의미다.
최근 인증기준 완화를 조건으로 한 화물유통촉진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로 종물업 진입 문턱이 다소 낮아지면서 ‘반대’ 일변도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기는 하였지만 상위권에 랭크 되어 있는 중견 포워더들 조차도 처음 종물업 인증기준이 나왔을 때는 ‘이럴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입장변화는 현재 국내 포워딩 업계가 정부의 종물업 인증제도에 대한 반대 일변도의 분위기에 쌓여 있지는 않음을 시사한다.
현재 포워더들에게 주어진 가장 확실한 ‘종물업으로 가는 길’은 M&A나 전략적 제휴다. 그러나 M&A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기업과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인증기준 맞추기 역시 쉽게 이루어질 경영전략은 아닌 듯 싶다.

여전히 부정적 입장 우세

인증기준 완화를 담보로 한 화물유통촉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이루어지면서 국내 포워딩 업계 내부는 종물업 인증기준 완화에 대한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타 업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당초 인증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던 포워더들로서는 ‘인증기준 완화는 곧 희소성의 감소’를 의미한다. 반길 수가 없는 일인 것이다.
반면 인증기준 완화로 ‘가능성’을 읽은 중견포워더들은 반기는 기색. 요는 어떻게 하면 인증기준을 맞출 수 있느냐가 숙제로 남게 됐다. 다시 말해 기존 인증기준 충족 포워더와 인증기준 미달 포워더간의 입장이 바뀌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 포워더들에게는 기회가 올 것 같지 않다. 어떤 인증기준이 나오더라도 자신들은 하청업자로 전락하거나 M&A의 대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극한 경우 물량확보를 할 수 없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국내 포워딩 업계는 종물업 인증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부분 포워더들은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제공을 예로 들면서 자본력이 강하지 못한 중소업체들의 도산 우려론을 펴는 등 중소기업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종물업 인증제도를 비합리적인 발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의 종물업 정책은 영세 물류업체를 정책적, 제도적으로 지원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물류기업이나 대기업 화주를 지원하는 차별적인 정책으로 풀이하고 있다.

집단 도산과 대량실업 우려

중소 포워더의 한 관계자는“화주들은 위탁 물류비의 2%에 달하는 법인세 공제 혜택을 위해 종물업 인증업체만을 이용할 것이며 종물업에 대한 물동량 위탁현상이 두드러지면서 2~3년 내에 수많은 영세 물류업체가 도산, 수십 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 할 것”으로 우려했다.
실업자 양산 우려는 종물업 인증제도 구상 당시부터 계속 있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종물업이 시행될 경우 대기업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복합운송주선업, 보세운송업, 화물자동차운수사업, 화물자동차운송주선업, 창고업 등 모든 물류업계가 예외 없이 집단 도산의 위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산위험을 지적한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글로벌 육성보다 물류업종별 지원책 강구를 주문하고 있다. 종물업을 통한 글로벌 물류기업 양성보다 현재의 각 물류업종별로 업종특성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포워딩 업체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해 왔다. 물론 내부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온 것은 사실이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종물업은 포워딩 업계로서는 불청객일 수밖에 없다. ‘업계 전체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낙인 찍힌 종물업은 ‘포워딩 업계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의 소산이라는 죄명까지 뒤집어 써 정부와 업계의 파열음만 지속시키고 있다.
정부로서도 ‘종물업이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첫 단추를 낄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같다.

기준완화로 일부 강경론 불식

종물업 인증제도에 대한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지난 2004년 11월 25일 건교위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화물유통촉진법 개정안이 심의유보를 받는 등 인증제도가 완화추세로 돌아서자 일부 중소업체들의 반발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다.
복합운송협회(KIFFA)의 한 관계자는 “화물유통촉진법 개정안이 본회를 통과했지만 종물업을 반대하는 우리 업계의 입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다만 개정안이 통과된 이상 인증기준이 시행령으로 나올 때 까지의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일부 중소포워딩 업계에서는 개정안 통과와 인증제도의 연기를 반기고 있는 추세다. 넘을 수 없는 ‘산’으로 여겨지던 인증제도가 6개월의 준비기간과 의견수렴을 통해 ‘언덕’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부처인 건교부가 국내 중소포워딩 업계의 현 상황을 좀더 심층적으로 분석 해 현실에 맞는 인증제 범위를 정해달라”며 종물업 인증제 연기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피력했다.
당초 종물업 인증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중소포워더 들의 반발을 감안, 정부가 인증기준을 완화한 것에 대해 포워딩 업계 일각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익 세력의 역반발

그러나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갖추고 있는 몇몇 포워딩 업체의 경우 지나친 종물업 인증기준 완화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종물업 인증기준의 완화는 종물업 인증제도가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제도로 변질되어버릴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내심 ‘희소성 감소’에 대한 불만이 더 많을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몇몇 국내 상위 포워더들은 당초 제도 도입 취지에 입각, 출발점부터 되짚어 보면서 당초 제도 도입의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비전으로 정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물류기업이 몇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증기준을 낮추어 놓으면 제도의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가 이들 주장의 논거다.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할 바엔 아예 제도 자체 도입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업계내 의견 대립과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의 종물업 제도 도입작업에 현실성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인 만큼, 관련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이를 보안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업계에서도 자기중심적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포워딩 업계 전체가 성숙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워딩 업계의 상충되는 시각은 각 업체의 상황에 따른 입장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양쪽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관련 규정 마련에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 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박성기 기자, skpark@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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