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선사들은 분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제조산업과는 달리 비즈니스 자체가 글로벌화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주요 지역별로 서버를 두고 있어 국가간 네트워크가 취약하다.
안경진 현대상선 부장(정보기술실)은 “경영환경이 갈수록 글로벌화하고 있는데 반해 해운기업들의 시스템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글로벌 Visibility 확보와 실시간 프로세스 구현에 난맥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해운기업들에게 있어서 시스템 통합에 대한 투자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으며 현대상선도 지난 90년대 말부터 통합의 방향으로 재편작업을 펴나가고 있다.

해운기업들의 IT 아웃소싱에는 한계가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안 부장은 “현대상선만 해도 200만개의 컨테이너가 전 세계, 70개 해운노선에서 움직인다. 지역별로 수요공급을 예측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송자산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이벤트)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해운산업의 특성이 요구하는 바를 수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급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인다.
금융 등 B2C는 정형화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패키지 도입이 수월하다. 비즈니스 마감과 함께 매출과 비용, 수익 등이 확정되는 등 툴 생성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해운서비스의 경우 운임이 3~4년 후에 정산되는 경우가 많고 적하지에서의 운임이 양하지에 가서 변하는 예가 많다. 예측할 수 없는 이벤트가 서비스 과정 도처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분야이기도 하다. 어떻게 정형화된 패키지로 이를 관리하겠는가?

국내 해운산업의 경우 타 비즈니스 부문에 비해 정보화의 레퍼런스가 많지 않고 적당한 솔루션이 없다. 자체적으로 연구하여 도입하거나 추진하는 수준이다. 일부 구성요소들의 아웃소싱이 있을 수 있겠지만 통합화작업을 타깃으로 한 정보화는 전사적 협조와 경영층의 의지가 없으면 안된다.
이와 관련 안 부장은 “해운기업의 경우 금융 등 타 분야와는 달리 ‘톱-다운’ 방식의 어프로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타 분야는 업무 흐름이 단발성인데다 복잡하지 않다. 채권 채무관계도 단순하고 원가개념의 적용이 쉽지만 해운물류는 서비스를 위한 자산이 글로벌하게 움직이는 데다 지역별, 화물성격별로 시장환경이 급변한다. 이상징후(이벤트) 역시 실시간 발견이 어려운 산업이다.
경영층이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Visibility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이를 통해 주요업무 프로세스를 지표화하여 필요한 정보와 대응책들을 하부에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안경진 부장은 현대상선의 예를 바탕으로 해운기업들의 단계적 정보화 방안을 제시한다. 단계적 정보화가 제안되고 있는 것은 현재 해운기업이 시급해 해결해야 할 과제, 다시말해 분산된 글로벌 시스템의 통합작업이 우선되어야 하는 데다 해운기업의 성격상 기업전체의 ERP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 부장은 “먼저 글로벌하게 분산되어 있는 IT자산을 통합하고 적·양하지간 실시간 프로세스를 구현해 글로벌 Visibility를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한다.
다음 단계로는 통합시스템과 확보된 Visibility를 바탕으로 채산분석, 집하분석, 경쟁사 분석, Biz 조기예상 관리, 계약·운임 DB관리, 대하주 서비스의 통합흐름관리, 최적의 오더 플랜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 등 핵심영역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글로벌 로지스틱스 서비스 분야의 프로세스 개선이 이루어진 후 EAI, CRM, B2Bi 등 전사적 정보공유, 협업 유도, 고객-업체-협력사와의 eBiz 환경 구축(ERP), 회계 ERP 등 웹 기반의 업무환경이 구축된다면 전단계에서 이룬 프로세스 개선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략경영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글로벌 해운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안 부장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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