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기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자동창고 공급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IMF 한파로 불어닥친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으로 인해 구조조정, 인원절감, 사업포기 등의 ‘IMF 유행병’을 혹독하게 앓고 있다.
IMF사태로 살인적인 고금리와 환율상승에 따른 자금난 때문에 신규사업은 물론 진행중인 사업까지 중단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생존이 급급한 상황에서 자동창고와 물류센터에 당장 투자 할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분간 국내 자동창고시장은 쥐죽은 듯이 조용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삼성항공, 현대엘리베이터, LG산전 등 나름대로 자동창고, 물류센터 시장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업체들에게 97년 영업실적을 묻는 질문을 던졌지만 하나같이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올해 초 98년 전망과 목표치를 묻는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애초에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모업체 관계자만이 “지난해 실적은 96년에 비해 70-80% 수준에 불과하며 올해는 97년 실적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일부 업체는 공사를 끝내놓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 삼성항공의 경우 나산 등 2-3개 업체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도 최근 부도가 난 파스퇴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LG산전 역시 삼양유통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는 사업포기설까지 들리고 있으며 실제 이미 사업을 포기, 정리중인 업체도 있다.
LG산전은 최근 물류자동화사업부문에서 손을 때기로 하고 정리절차를 밟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물류자동화사업부문을 타사로 이관하거나 별도의 법인형태로 분리 또는 협력업체 형태로 존속시켜 사업을 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로봇팔레타이저 영업부문은 일본의 某업체로 이관하는 방안이 추진중이며 타사 이관 혹은 다른 형태로 존속시키더라도 기존 인력과 사업은 계속해서 유지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정리절차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산전의 물류자동화사업 정리로 인해 앞으로 이 부문에서 손을 떼는 업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여 시장 판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항공도 최근 FA영업팀을 창원으로 옮기고 서울에는 물류팀만을 남겨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FA팀과 물류팀이 통합, 축소됐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삼성 관계자는 인원 및 사업축소 등은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T사와 C사 등이 물류사업을 포기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떠돌았다. 그러나 이 회사 관계자들은 “최근 조직개편으로 인원감축이 있었지만 사업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는다”며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이처럼 국내시장이 어수선하자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물류설비 수출을 올해에는 더욱 박차를 가해 500만불어치의 수출실적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대상지역은 중국과 동남아시장이지만 최근 동남아 경제의 파탄으로 해외진출 역시 수월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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