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연결하는 송유관망이 얼마전 개통됐다. 이에 따라 교통체증 완화로 년간 770억원의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산업용 기름이나 가정용 유류가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희비는 항상 동행하는 것. 내항유조선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송유관이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항 유조선업계도 전국 송유관망의 설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다만 수십년간 국내 소요 유류를 수송해온 자신들에 대해 어느 누구하나 신경을 써주지 않는 현실과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열 다스리기만을 해야하는 자신들의 처지가 답답한 것이다.
전국 송유관망 개통은 국가 전체 경제면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 ‘내항 유조선업계의 침몰’이라는 비극이 도사리고 있음을 대부분 국민이 간과하고 있다.
96년말 현재 내항 유조선은 모드 191척 27만4,000톤 규모다.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해 자본금 1억원 미만인데다 선박 1척만을 가지고 운항하는 업체가 태반이다. 상당히 영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수송하고 있는 유류제품의 수송분담률(95년 기준)은 자동차 21%, 송유관 16%, 철도 9% 보다 훨씬 많은 54%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 내항유조선에 의해 수송되고 있다. 그만큼 기여도가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항유조선이 유류를 공급하는 최종목적지와 송유관의 종착지, 즉 소비지가 같다는 점이다.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고, 현재로서는 내항 유조선이 송유관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계산서가 나와있기 때문에 내항 유조선업계의 침몰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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