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70년대 부산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신발·고무산업의 사양화, 향토기업들의 연쇄적인 부도, IMF의 영향 등으로 전국 최대의 실업율을 보이던 작년 초 등장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부산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로 바뀌어야 한다. 삼성차 빅딜에 이어 부산경제의 마지막 젖줄이던 항만물동량이 감소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1876년 개항이래 한국 수출입의 관문으로서 역할을 당당히 수행해 오던 부산항은 IMF금융위기에 따른 물량감소, 이른바 양항체제(two port system)도입에 따른 인근 광양항으로의 선사이동 등에 따라 94년 이래 큰 폭으로 증가해 오던 컨테이너 물동량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수치적으로는 98년 환적화물포함 575만TEU로 97년 523만TEU에 비해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항만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물동량 감소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 무엇보다도 IMF에 따른 수출입물량의 감소를 들 수 있다.
특히 부산세관에 따르면 수입화물 물동량은 전년대비 24%가 감소한 2,200만ton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기업의 수입억제책으로 원자재 및 반제품의 재고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또한 이제는 오히려 공 컨테이너를 수입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둘째는 양항 체제에 따른 인근 광양항 개장의 여파로 컨테이너 물량이 분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양항은 98년 7월 개장된 이래 정기선 선대이용의 효율성 저하, 배후거점시설의 취약 등으로 선사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으나 항만시설사용료 면제, 예도선료 감면 등의 정책적인 지원 아래 선사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21세기 태평양시대를 주도할 동북아경제권의 Hub-Port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 홍콩, 카오슝, 요코하마 등 경쟁항만에서는 항만시설의 여유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시설확충을 하고 있는데 반해 지리적인 여건을 외면한 채 인접한 두 항만을 컨테이너 전용부두화하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는 Port-Sales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세계 유수의 항만이 물량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나, 부산항은 종래까지 거의 독점적인 운영을 해 온 관계로 Port Sales에 대한 인식이 미미한 실정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정부와 한국컨테이너 공단 등 항만당국의 Port Sales 인식이 크게 부족해 향후 동북아 중심항만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제반 환경변화를 예상치 못하고 주먹구구식 계산으로 착수한 개발계획을 들 수 있겠다.
가덕신항만, 양산ICD 등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시설이 과연 애초에 입안된 사업계획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들이 많다. 다시 한번 손익을 평가해 보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개선하는 것만이 지역경제, 나아가서는 국가경제를 다지는 기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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