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미국 LPGA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하자 그녀의 성장과정을 혹독했던 연습의 회고가 신문지상을 떠들석하게 장식을 했다. 분명 그녀의 쾌거는 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견디어온 그 훈련의 과정은 더 장한 일이다.
한때 마이크 타이슨이 질풍처럼 사각의 링을 호령하여 도전자를 3,4분만에 캔버스에 뉘이고 나면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타이슨이 주먹 한번 휘두를때 얼마씩을 벌었는가, 1초에 얼마를 받았는가를 계산해 내곤 했다. 그러나 그들은 타이슨이 복싱계를 호령하기까지 지나온 훈련의 과정은 모른다.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했으며, 얼마나 챔피언을 열망했는지를 모른다.
지난회에 외국 유통업체들의 정영성과를 나타내는 재무적 성과지표를 소개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통상산업부의 97년 자료에 따르면 95년 우리나라 도소매업체의 평균 순익은 매출액 대비 0.2%, 자산수익률 0.8%에 불과하다.
한때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가들은 미국이나 일본으로 날아가서 집객에 성공한 유통업체의 점포를 방문하고, 그 규모와 구성, 그리고 집객력에 감탄을 연발한 후에 그것의 외형을 베껴오기에 급급했었다. 그들은 선진 유통기업의 입지와 상품구성, 그리고 표면적인 운영상황을 훑어보고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믿고, 그것을 한국에 심으로고 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유통기업이 성공하는 밑바탕에 어떤 기획력이, 재무능력이, 교육, 훈련, 인사의 원칙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는 알지 못했다.
히말라야의 한 고봉(고봉)을 등정하는 산사나이는 베이스 캠프를 치고, 전진기지를 열고, 또 몇개의 캠프를 치고 하루에 몇백미터를 눈보라를 마주하고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신문을 통해 보는 거이라곤 다소 고통스레 웃으며 태극기를 치켜든 사진 한장 뿐이다.
기업이 정상으로 가는 길은 그런 길이다. 우리는 정상에 오른 것만을 보고 그것을 베끼려 했지만, 정작 우리가 베껴야 할 것은 거기에 오르는 법인 것이다. 개방의 넘실대는 파도가 공포스러운 이때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렇게 오르는 법을 배우자.

최재섭 전 남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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