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통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서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는 한국 진출 2년만에 흑자를 이루어 한국 유통기업의 경쟁력에 본질적인 우려를 가지게 한다. 그간 신세계와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미국의 MWC인 프로이스 코스코는
한국 유통시장에 직접진출을 하는 것을 최근 결정하였다. 한국시장에서의 외국업체들의 선전에 고무된 월 마트 등 다른 외국업체들의 한국탐색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1997년의 대미를 어수선하게 장식했던 지방유통업체들의 궤멸이 Opening Hvent에 불과했다면 이제 Main Event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시장의 대외개방을 앞두고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다점포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지방의 중소유통업체들을 대량 학살했던 대형유통업체들이 이제는 외국의 초대형 유통업체들과의 대회전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공개된 자료(Levy & Weltz, Retailing Management)에 의하면 95년 월마트의 순익률은 3.25%, 자산수익률 8.16%에 이르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프로이스 코스크의 매출이익률은 11.03%에 경비율은 9.79%이고, 미국의 우량 백화점의 하나인 노드스트롬의 매출이익률은 33.26%에 경비율은 24.63%를 기록하고 있다.
경쟁력의 원천을 가격차별화 또는 서비스차별화로 요약한다면, 자료의 시사점은 한국의 유통기업이 현상황에서 가격차별화를 경쟁의 무기로 삼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유통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단지 서비스의 차별화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현상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 유통기업의 유통경로의 왜곡, 즉 특정매입 위주의 유통관행으로, 소위 "Ownership Channel"을 구성하지 않으므로 본질적인 서비스의 제공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다.
서비스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Loss"의 귀속처가 불명한 상황에서 외국업체를 능가하는 서비스가 창출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유통경로의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해 보고 싶은 이유의 하나이다.

최재섭 전 남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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