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금융지원을 통해 당면한 금융위기를 해소하기로 결정한 이후 나타나고 있는 국민들의 반응은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 같은 것으로 비춰진다. 온 국민들이 나서서 IMF라는 ‘괴물’을 향해 분노하고, 자신들의 과거지사에 대해 끝없는 반성을 외쳐대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을 헤쳐나가기위해 선택한 금융개혁입법을 하면서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 기능들을 다시 한 그룻에 담으려다 대통령당선자의 제지를 받았다.
IMF시대라고 명명하는 이 시대는 군중심리에 기대어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간의 잘못을 투명하게 가려내고, 다시는 그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 무슨 일이 생기면 국민의 감정을 이용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은 정부도 언론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책임은 규명되어야 한다. 국민의 권능을 도의시한 정치인과 관료, 그리고 재벌이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경제위기는 서곡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선택과 집중’의 철학을 새삼 생각해본다.
공룡같은 재정경제원은 기득권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을 선택해 공복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은 문어발들을 잘라내고 전문화를 선택해 경영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경제상황이 어렵고, IMF와의 협약에 따르는 경제정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물류환경은 더욱 더 열악해 질 것으로 보인다.
물류관련 정부부처들은 제각기 물류효율성의 증대를 위해 물류정보화를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종종 중복투자와 역할의 상충이 문제가 된다는 견해가 있었다. 통합과 조정이 필요한 곳에 견제와 균형이 도입된 관료주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지난 한해동안 물류관련 단체들의 난립과 분화가 돋보이기도 했다. 이 역시 직능단체의 생산성 향상을 외면하고 회원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효율적인 요소로 지적되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맞으면서 물류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그 역할에 관한 기대가 높은 이 때에, 물류정책과 물류관련 단체들의 ‘선택과 집중’이 요망되는 때이다.

최재섭 전 남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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