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일부 종금사들이 영업이 정지되고 굴지의 증권사가 도산하는 금융공항상태가 벌어지면서 증권시장에는 한기가 돌고, 환율은 연일 기록행진을 하고 있다. 국민은 은행을 믿지 못해 예금을 인출하고, 신뢰를 상실한 기업은 대출금 회수압력에 시달리고, 금융기관들은 서로를 믿지 못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극심한 신용공항으로 경제의 동맥이 막히고 터져도 정치권은 서로 책임이 없다는 논쟁에 여념이 없다. 한라라는 거함이 좌초했다. 경제에 관한 식견이 있고 없으을 떠나 국민들은 대기업의 방만했던 그간의 경영행동을 탓하고 내일은 어떤 기업이 무너질 것인가 불안해 하고 있다.
대기업 부도, 협력업체 연쇄부도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국민과 정책의 관심조차 없는 곳에 뜻밖에도 포워딩 업체와 지입차주 등 군소 영세물류업자들이 방치되어 있다.
기아사태때 자칫하면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를 어음을 들고 당황하던 어느 중소포워딩 업체가 불운하게도 한라의 어음을 가지고 다시 고민에 빠져있다. 이제 일감을 찾아나설때는 점쟁이라도 동행해야 할 판이다.
한국경제는 그 팽창의 원천을 수출에서 구했었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와 가치를 부가해 다시 내다 파는 우리경제의 물류혈맥을 가능하는 심장의 역할은 많은 군소 포워딩업체들이 담당해 왔다. 업체간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서비스를 추구하고 한국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를 한다는 보람으로 살았는데, 경제한파의 한가운에 서있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실패로 초래된 오늘의 현실이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있지만 결국 한국경제의 활로는 대외무역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편, 달러 값의 폭등은 한국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개선시킬 것으로 보이며, 다시 한번 군소 물류업체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이 부실하고 부도덕한 재벌기업들의 도산이 포워딩업체들을 몰아내고 영세 지입차주들을 몰락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외국업체의 국내 대리점이나 중소기업의 영역까지도 불가사리처럼 먹어치우는 대기업만 남아서 이 나라 물류시장을 과점체제로 지배하도록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가?
경제파탄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대기업이 살아남고, 외국기업의 경영여건은 향상시켜주면서 영세업체에게 ‘고통분담’을 떠넘기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 될 수 없다.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경쟁은 효율적인 것이다. 작고 영세하지만 그간 물류활동의 최전방에서 선전해온 그들에게도 관심과 대책이 주어져야 마땅한 것이다. <전 남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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