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품종 소량화의 대응방안

오늘날은 경쟁의 시대이다. 우리 인간생활에 있어 개인과 개인간에 삶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보다 넓게는 국가와 국가간에도 국제적인 경쟁이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여러 수많은 경쟁형태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것이 기업간의 경쟁일 것이다. 특히 같은 업종에서 동일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경쟁기업간에는 항상 사활을 건 전면적인 전쟁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어느 기업이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여 사업에 성공하게 되면 이를 따라잡기 위한 동종업계의 후발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경쟁기업들간에 초기에는 한정된 품목으로 가격을 맞추고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게 되고 소비자인 고객들은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경쟁의 다음단계가 되면 새로운 상품의 개발로 경쟁을 하게 되고 소비자인 고객의 요구에 맞는 다품종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또한 점점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공급되면 단위품목당 수량의 소량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결국 공급자측면의 경쟁전략과 소비자측면의 선택권한 강화의 상승효과로 다품종소량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같이 사업초기의 소품종다량체제가 경쟁이 치열하여 소비자우위시대의 다품종소량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급자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품종다량체제의 생산측면, 유통측면에서 누릴 수 있었던 저비용.고효율이라는 처지가 다품종소량체제의 고비용.저효율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러한 다품종소량화라는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기업의 물류관리자들이다.
왜냐하면 다품종소량화가 진전되어 갈수록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게 되고 단위품목당 수량이 적어지게 되어 결품이 발생하고 악성재고가 쌓일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조달물류측면에서 보면 원자재나 부품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것도 더욱 어려운 입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인이 지금까지 각 기업의 물류컨설팅을 하여 오면서 물류현장에서 부딪쳤던 여러 물류문제들 가운데서 다품종소량화로 인하여 발생됐던 것들을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생산설비의 가동효율이 낮아진다. 판매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영업부문에서 요청하여 오는 다양한 물동량을 생산하자니 생산공장의 비용부담이 늘어나고 가동효율이 떨어지게 되기 마련이다.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여 공급하기에는 공장설비의 탄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많은 회사에서 생산부서와 판매부서간에 입장차이가 발생하고 있었다.
둘째로 재고확보가 어렵다. 고객이 원하는 수요에 맞추어 판매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상품에 대하여 언제든지 재고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또한 재고를 생산공장의 제품창고에 보관하고 있을 것인가, 기 지역의 물류센터에 배치할 것인가 등 재고배치에 대한 전략도 어려운 과제이었다.
셋째로, 납기단축이 불가능하다. 고객이나 거래처로부터 주문을 받아 납품을 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여야 하는데도 다품종소량화의 결과로 생산스케줄상의 문제, 창고나 배송센터에서의 입고.출하작업시간의 지연 등의 이유로 납기단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넷째로 배달이 어렵다. 주문량의 단위품목당 물량규모가 소량화되면서 아울러 자주 납품하여 줄 것을 요청받고 있어 배송차량의 증차가 불가피하나 자가단독의 배송시스템에 의한 납품방식은 경제성이나 효율측면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그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다섯째로 판매점포에 상품의 구색 갖추기가 어렵다. 제한된 점포의 면적에 늘어나는 품목의 상품들을 골고루 진열하여 언제든지 고객이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판매기회를 잃어 그대로 매출감소를 가져오는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하고 있었다.
이와같이 다품종소량화라는 물류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물류현장을 많이 발견하였으며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여 왔다. 특히 의류업계, 식품업계, 생활용품, 가전업계, 자동차수리부품 등은 전형적인 다품종소량이라는 물류문제를 어려운 과제로 안고 있는 분야이었다.
본인이 물류컨설팅을 하여 오면서 검토하여 본 다품종소량화에 대한 해결방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생산설비의 가동효율을 높이기 위하여는 주력품목인 A품목은 연속적으로 생산을 하고 B품목은 병행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갖추고 생산일정을 교대로 잡아 수요에 대응하여 주기적으로 생산을 하고 C품목은 OEM방식으로 중소생산회사에 위탁생산을 의뢰하도록 한다.
둘째로 다품종소량물류체제에 적합한 물류설비를 도입한다. 소품종다량에 맞춰 설치하였던 물류설비들을 다품종소량에 적합한 물류설비로 전환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운반설비인 고정식 컨베이어를 무인운반차(AGVS)로 전환하고 파렛트적재장비인 파렛타이저도 기계식에서 로보트식으로 바꾸도록 한다.
창고설비는 저장형에서 유통형으로 기능을 개편하며 보관랙들은 유동형이나 회전형으로 대폭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피킹시스템은 디지털피킹시스템을 도입한다.
셋째로 온라인리얼타임(Online Real Time) 정보체제를 구축한다. 물류전과정의 재고현황, 입출하작업내용, 수배송정보, 생산공정의 생산현황, 판매장의 진열재고와 판매현황 등 회사의 전반의 물류정보를 동시에 입력하여 통합관리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물동량의 현품에 코드를 부착하여 자동인식센서를 통해 데이터가 컴퓨터에 입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로 소요량수급계획과 재고배치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즉, 각 품목별 수급계획을 세원 적정재고량과 조달납기를 설정하여야 한다. ABC분석을 통해 각 품목별 재고배치전략을 세워 A품목은 말단공정에 배치하고 C품목은 집중통합적으로 배치하고 B품목은 중간절충방식으로 배치한다. 그리하여 결품을 방지하면서도 악성과다재고가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다섯째로 배송체계의 전문화나 공동화를 추진한다. 현재와 같이 각사가 자가배송트럭에 의하여 판매점포나 거래처에 직접납품하는 배송체계는 다품종.소량화.다빈도의 물류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므로 전문적인 배송회사에 위탁하거나 공동배송체계를 만들어 비용이 적게 들고 납품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배송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여섯째로 판매점포간에 상품재고 이동이 가능하도록 한다. 전국의 판매망에 산재해 있는 점포의 상품재고를 통합관리하여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가까운 점포간에 상품의 재고이동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있도록 한다. 특히 자사영업망이 아닌 대리점방식의 점포간에도 상품교환이 가능하도록 한다.
앞에서 언급한 몇가지 방안들은 다품종소량화의 물류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물류관리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서병륜 한국물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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