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物流" - 금광을 찾아내다

1980년도는 본인의 인생에 있어 아주 뜻깊은 한 해였다. 그 이유는 물류라는 커다란 금광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옛 성현인 공자님 말씀에 나이 30세에 "立(인생의 뜻을 세운다)"이라고 하셨는데 본인으로서도 설흔살에 물류를 인생의 좌표로 설정하고 물류추진계획을 수립했다.
''79년 10월 물류에 관한 국내외 자료를 구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던 중, 을지로에 있던 동남서적의 외국출판물 코너에서 본인의 물류스승인 히라하라 선생님께서 발간하고 있던 [하역과 기계]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일본과 해외선진국의 물류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행운은 일본정부의 통산성에서 ''76년에 발간한 [物流SYSTEM化의 手引]이라는 책자를 통하여 물류시스템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파렛트풀제도가 국가적인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대우중공업의 지게차 마켓팅을 담당하고 있던 본인으로서는 지게차 마켓팅을 추진하기 위하여는 파렛트풀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물류계몽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였다.
''80년 1월 한달간 본인은 두번째 일본출장을 떠났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물류와 파렛트풀시스템을 어떻게 추진해왔는가를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이 업무를 관장했던 일본상공회의소, 일본운수성, 일본통산성, 일본물류협회, 파렛트풀회사, 물류연구기관, 생산성본부, 능률협회 등 30여곳을 방문했다.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물류와 파렛트풀제도 도입을 위해 추진했던 업무내용과 관련자료들을 입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또한 이 출장기간 동안에 본인의 물류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 세분을 만나게 된다.
첫번째로 만난 분이 당시 하역연구소의 히라하라 스나오(平原 直) 소장으로서 본인의 물류스승이 되었으며 앞편에서 서술했다.
두번째로 만난 분은 일본파렛트렌탈(주)의 사까이 겐지(坂井 健二) 사장이다. 현재의 한국파렛트풀(주)는 본인과 사까이 사장의 공동작품이다. 이에 대한 내용은 [물류사업화의 길] 부분에서 다룰 예정이다.
세번째로 만난 분은 일본물류관리협회의 이나쓰까 모도끼(滔束 原樹) 사무국장으로서 현재 일본로지스틱스시스템협회의 전무이사이시다. 이 분은 본인이 ''84년 한국물류관리연구원을 설립하자 많은 도움을 주었고 현재의 사단법인 한국물류협회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신 분이다.
이렇게 일본출장을 통해 일본의 물류 추진과정을 연구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유럽을 연구하기 위해 1개월간 스위스, 영국, 프랑스 3개국에 출장을 갔었다.
먼저 유럽 18개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교환방식 파렛트풀을 연구하기 위해 베른에 있는 스위스 철도청(SBB)을 방문했다. 당시 SBB의 파렛트풀 담당부장이었던 Mr. Hoegger씨는 동양에서 온 후배를 위해 정성을 다하여 파렛트풀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다. 각 지역의 철도역을 동행하면서 설명하였고 이용현장인 공장과 물류센터도 여러 곳을 안내하여 본인으로 하여금 파렛트풀 뿐만 아니라 철도망의 발달과정까지도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생활물자협동조합의 물류센터에서 본인은 바코드 1개를 주머니에 넣고 나와다가 입구의 감지장치에 걸려 도둑으로 몰릴 뻔 하기도 했다. 그때의 바코드는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물류와 정보시스템의 중요함을 몸으로 터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영국의 물류연구소인 National Material Handling Center를 방문했다. 당시의 소장이었던 Dr. Williams씨는 연구소의 활동내용을 자세가하게 설명해주면서 한국의 물류추진방안을 본인에게 제시해 주었다. 한국물류연구원과 한국물류협회의 활동방안은 이 분의 제안을 많이 참조하였음을 밝힌다.
또한 이 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던 세계 각국의 물류자료들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 본인도 물류자료를 3,000여권 모으게 되었다.
어렵게 찾아간 영국의 파렛트풀회사 GKN CHEP에서 로얄티 30만불 지불없이는 안내할 수 없다는 냉혹한 거절을 받고 씁쓸하게 쫓겨 나오기도 하였다.
물류책 한권을 사기 위해 눈이 펑펑 쏟아지는 런던거리를 헤매던 끝에 가까스로 출판사를 찾았으나 너무도 비싼 가격에 출장비를 걱정하면서 구입을 결심하기도 하였다.
다음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물류전시회를 참관하여 세계 각국의 물류장비와 자료들을 접할 수 있어 본인은 본격적으로 물류세계에 눈뜰 수 있었다.
귀국하던 비행기가 북극점을 지날 때 본인은 흥분에 겨워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지구를 내려다 보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에 도달했다.
드디어 "믈류"라는 금광을 찾았다.
이렇게 일본과 유럽을 연구하고 미국의 자료를 보완하여 80년말에 본인은 물류추진계획서를 작성하였다.
첫째, 사단법인 한국물류협회를 결성하고
둘째, 한국파렛트풀(주)를 설립한다.

서병륜 한국물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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