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스승을 만나다

"일본물류기계화론을 바탕으로 물류계몽운동을 전개한 선생님은 나의 삶을 인간에 초점을 맞춘 물류의 길로 이끌었다."

파렛트시스템을 발견하여 이를 우리 산업계에 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방법으로 추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산신령처럼 홀연히 나타나셔서 오늘까지 나아갈 길을 가르쳐주고 계시는 본인의 물류스승이 한분 계신다.
일본의 물류개척자 - 히라하라 스나오(平原 直) 선생님.
히라하라 선생님께서는 1940년대부터 荷役硏究所를 설립하시고 [하역과 기계(荷役 機械)]라는 물류전문지를 발간하고 50여년간에 걸쳐 일본의 물류발전을 위하여 커다란 공헌을 하신 분으로서 9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후학들에게 명쾌한 물류강론을 펴시는 정열을 가지고 계신다.
2차 세계대전중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통운의 하역작업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하역인부들이 중노동의 고통으로 등뼈가 구부러지고 어깨뼈가 튀어나온 혹이 생기는 등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작업현장을 지켜본 후 인간존중이라는 큰 뜻을 세우고 일본물류기계화론을 바탕으로 물류계몽운동에 나서게 되었다.
본인이 태어나던 1949년 9월 하역연구소를 설립하여 재정상의 어려움을 견디면서 때로는 물류강연도중 각혈을 하면서도 일본의 물류근대화를 위하여 몸을 던진 분이시다. ''物流''라는 용어를 만들고 하역의 기계화를 부르짖으며 물류장비전시회를 개최하고 일본정부에 파렛트풀제도 도입을 제안하였으며, 일본파렛트협회 등 물류관련단체들을 설립하는 등 선생님은 가히 물류선각자이셨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 발전하고 있는 물류분야를 일본에 알리고 국제적인 물류전문가들과 교류를 하여 일본이 물류선진국의 대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였다.
본인은 히라하라 선생님으로부터 [하역과 기계] 창간호부터 40여년간 발간한 전부를 선물로 받아 소장하고 있다.
지금도 틈날 때마다 읽어보고 있는데, 세계의 물류발달과정을 소상히 파악할 수 있고 현장에 바탕을 둔 전문성이 뛰어난 주옥같은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또한 자택의 서재에서 고대 이집트 피라밋 건축이야기며 중국의 만리장성 축조작업 내용 등 100년이 넘는 수많은 물류전문서적들을 보면서 인류사의 물류발달과정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1985년 10월 2일 한국파렛트풀(주)(KPP)의 창립기념식에 참석하시어 축하와 격려를 하여 주셨고 1995년 10월 6일 창립10주년 기념식전에서는 고령으로 직접 참석은 못하시고 비디오강연을 통해 다음과 같이 축사를 해주셨다.
"그것은 10년전 KPP 창립일의 방이었습니다. 한강변 음식점에서 KPP 창립 임원들과의 저녁식사 좌석에서의 일입니다. 그 자리에서 서병륜 사정에게 본인은 이런 말하며 물었습니다.
내가 아직 28세의 젊은 이였을 때, 일본 하역노동자들을 어깨에 혹을 만드는 짐을 지는 중노동의 고통으로부터 구하고 싶어 하역기계화론을 주장하여 이것이 오늘의 물류론이 되었고 나의 일생은 일본물류근대화 추진의 외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운동을 위하여 직업을 버리고 수입이 없어 가족을 울렸을 뿐만 아니라 내가 주장한 하역기계화론, 물류근대화론은 당시 사회인.산업인들로부터 ''당신의 기계화론과 근대화론은 이상론, 공상론이다''라고 비웃음을 받았고, 노동조합으로부터는 ''기계화는 노동자의 직업을 빼앗는 것이다. 당신은 노동자의 적이다''라고 맹렬한 반대를 받았습니다. 이와같이 물류근대화나 파렛트풀의 추진운동은 커다란 고통과 고난은 있었어도 보답은 없는 가시받길이었습니다만 서병륜 사장은 그렇더라도 나와 같은 길을 가겠습니까?
그때 서사장은 ''제가 한국에서 물류와 파렛트풀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한국민의 안녕행복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히라하라 선생님께서 걸으신 길을 걷는 것은 저의 천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디신 선생님처럼 저도 한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참고 고난을 뛰어넘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결연히 그 결의를 말하여 주었습니다.
서사장의 결의에 가슴이 떨릴정도로 감동하였고 생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히라하라 선생님께서는 아시아선린물류론을 제창하고 계신다.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등에서 주요한 물류활동을 하고 있는 20여명의 제자들이 모여 상호 교류를 통하여 아시아선린물류를 실현하기 위한 모임이 유지되고 있다.
돌이커 보면 히라하라 선생님께서 걸어오신 물류의 길은 본인이 물류의 길을 걸어가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인은 여러면에서 히라하라 선생님과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제자이다.
오로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스승으로부터 물류받은 "物流之道"라는 인생 좌우명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우리나라의 물류발전을 위한 길에 최선을 다하고자 할 뿐이다.

서병륜 한국물류협회 회장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