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味引村에 있어요”

기자는 내세울만한 취미 하나 없는 심심한 사람이다. 가끔씩 집 앞의 가까운 스포츠 센터에서 운동을 하기는 하지만 취미라기 보다는 건강에 대한 의무감 때문이다.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라인스케이트나 스노보드 등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주말이 되면 격무(?)에 지친 몸은 집 밖으로의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모아진 시간들이 드디어 기자에게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줬다.
냉장고에서 꺼낸 갖은 재료로 국적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만들어 식구들에게 ‘퓨전요리’라고 살살 달래가면서 먹이는 일이 새로 생긴 즐거움이다. 어느날 ‘이번 주말에는 무슨 음식을 만들어 먹을까’ 생각하면서 인터넷 사이트를 뒤졌다. 무심코 뒤진 그곳에서 같은 물류업계에 몸담고 있는 강한슬 씨를 만났다.
토로스 물류에서 근무하는 강한슬(28) 사원(수출물류팀 항운업무파트)은 맛집 탐방의 취미를 거의 음식평론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요리 전문 사이트에 자유기고를 하고 있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원정까지 다녀온다고 하니 보통사람 수준은 아닌 듯 싶다.

▲“중계무역 전문가가 필요하면 찾아주세요”
TOLOS 물류 주식회사는 기업의 종합 물류관리 대행 기업으로서 지난 1998년 4월 삼성전자 물류 조직을 모태로 출범하였다. 경영과 기획·인사·총무 파트를 비롯한 공장은 수원을 소재지로 하고 있고 서울 삼성본관에는 수출물류팀 직원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수출물류팀에서는 해외영업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크게 수출기획과 선적업무·대금회수·포워딩 업무를 처리한다. “기획파트에서는 운임계약을 비롯하여 물동량 배치, 재고분석 등 수출물류의 아우트라인을 설계해줍니다. 선적업무는 해외 바이어로부터 수주가 이루어진 제품에 대해 WTS(해외영업시스템)를 이용하여 입고에서 통관, 선적에 이르는 수출관련 물류업무를 담당합니다. 네고(Nego)업무는 무역거래에 수반되는 수출대금을 회수하는데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역전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부서 소개부터 시작하는 강한슬 사원.
“포워딩 업무는 아시다시피 하주의 수출운송의뢰에 대해 화물의 집하에서부터 통관, 선적, 서류작성 및 도착지의 수하인에게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수출관련 업무입니다. 제 일은 주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제3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중계무역입니다.”
토로스 물류에 입사한지 이제 2년 6개월이 되었다는 강한슬 씨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제3국으로 수출하는 일을 한국에서 오퍼레이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문과를 졸업하고 물류에 발을 디뎠을 때는 용어조차 생소했지만 이제는 ‘차후로 삼각무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후배들에게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는 상사’가 될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다.
“한국을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제품이 바로 수출되는데 이때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에 참고할 만한 지침서가 없는 실정입니다. 또한 중국현지 물류법규에 대해 자문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기존의 사례가 없을 경우, 산자부나 무역협회 등을 뛰어다니며 조언을 구한다고 밝힌 강한슬 씨는 ‘발품 팔아 모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한다.
“아직은 미숙하고 더 많은 노하우를 쌓아야 하지만 언제가는 사람들이 ‘중계무역하면 강한슬’이라고 말하는 날이 오도록 하겠습니다”

▲“지출의 80%가 밥값…”
“퇴근 후나 주말에는 맛있는 집을 찾아다닙니다.”
기자가 보기에 강한슬 씨는 단순히 맛있는 집에서 한끼 배를 불리우고 만족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002년 1월부터 약 6개월 가량 쿠켄네트라는 온라인 사이트에 <강한슬의 밥집이야기 designtimesp=11459>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운좋게 쿠켄네트에서 실시한 ‘싱가포르 음식축제’에 참가할 수 있었고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지속적인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1년 4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모임의 이름은 ‘미인촌’.
오해하지 마시라. ‘美人村’이 아니고 ‘味引村’이다. 맛을 이끌어간다는 뜻이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모여 맛있는 집을 찾아갑니다. 서로 정보 공유도 하고 의무적으로 동호회 사이트에 맛집 기행을 올리고 있습니다.”
‘味引村’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주제가 있는 맛집’탐방이다. 올해의 주제는 ‘제철음식’이라고 한다.
“지난 2월의 테마는 충주의 꿩요리였고 3월에는 황태, 4월은 오대산 봄나물 입니다.”
기자도 미인촌의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싶어 슬그머니 물어보니 “25명의 소수정예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결원이 생길 때만 보충하고 있어요”라고 한다. 유명 음식점 사장을 비롯하여 요리연구가, 음식평론가, 요리 스타일리스트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이 자리에 기자가 끼기에는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두손 들기로 했다.
올 상반기 예정인 말레이시아 맛기행과 하반기의 뉴욕 맛기행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는 강한슬 씨는 저축하는 비용을 제외하고는 지출의 대분분이 이런 동호회 활동과 평상시의 식사비용으로 나간다고 한다.
너무 많이 먹어서 요즘은 몸매 관리를 위해 헬스클럽을 찾는 다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음식 많이 먹고 열심히 운동합시다.”

▲“한국판 미슐랭가이드를 준비중이에요”
조그만 서울 시내에서도 지역별 음식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강북지역은 전통적인 음식점이 많습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향도 강하고 소박하면서 인정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지요.”
반면에 강남의 음식점들은 음식보다는 내부 인테리어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한다.
“여성 또는 연인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퓨전음식이 많은 강남지역은 타지역보다 음식이 더 달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런 얘기가 퍼지면 ‘일은 안하고 먹으러만 다니는 거야?’라고 오해받을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강한슬 씨는 손사래를 친다.
“제 업무에 있어서 만큼은 최선을 다합니다. 전문 물류인으로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구요. ”
특히 지난 1월에 새로 부임한 정형균 대표가 직원들의 자기개발에 전력투구할 것을 당부했다면서 꼭 회사 대표의 엄명이 아니더라도 이물에서 성공하려면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더 있느냐고 한다.
“한국의 미슐랭가이드를 위해 우리가 찾는 맛집들을 모두 DB화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미식가들의 지침서로 불리는 미슐렝가이드. 강한슬 씨를 비롯한 미인촌 식구들은 근시일 내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미슐랭가이드를 능가하는 전문 미식가 서적을 발행할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강한슬 씨!
혼자만 잘먹지 말고 우리 e-Logisitcs 독자에게도 맛있고 좋은 집 추천 좀 해 주시지요!!

[강한슬이 추천한다] 부담없는 맛집

1. 가쯔라
명동에 위치한 가쯔라는 일본인들의 왕래가 많은 이 곳에서도 서민적인 일본음식의 맛과 분위기를 내는 몇 안되는 집이다. 주로 月桂冠의 사케를 판매하는 이 집은 그에 어울리는 안주 뿐만 아니라 가쯔동(돈까스 덮밥), 우동(가도기치사의 면과 국물을 사용) 등의 식사류의 맛도 훌륭하다. 좌석은 로바다야끼와 같이 의자처럼 앉는 좌식 바닥으로 되어 있다.
오전 11시∼오후 11시까지 영업하며, 저녁 7~8시는 자리를 잡기 어려우니 가벼운 사케와 함께 저녁을 즐길 예정이라면 좀더 서둘러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식사메뉴는 5∼7천원 선.
*전화 : 02)779-3690
*위치 : 명동입구 대로변,미도파 백화점을 마주보고 있는 버스정류장 뒤편 LG019 대리점
건물1층

2. 불이아 (不二我)
"둘도 없는 우리"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불이아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즐기기에 좋은 집이다. 불이아는 중국 사천식 샤브샤브 요리인 훠궈를 하는 곳으로 사골로 국물을 낸 담백한 백탕과 각종 향신료와 고추기름의 홍탕을 함께 먹는 즐거움이 있다. 각종 재료들을 데쳐서 건져먹고 난 뒤 국물에 말아먹는 우동사리 등의 국수와 향이 있는 양꼬치구이를 함께 즐기는 것도 이 집에서 느낄 수 있는 별미 중 하나다.
*전화 : 02)335-6689
*위치 :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1번출구로 나와 오른쪽 골목으로 직진, 청기와 주유소가 있는 블록 안쪽의 먹자골목 내에 위치

3. 내고향식당
남대문 갈치골목에 위치한 이 집은 "왕성식당"과 함께 골목 내에서 갈치조림으로 유명한 집이다. 골목은 좁고 집은 허름하지만, 음식맛은 반찬 하나하나까지 정갈하다. 속까지 잘 조려진 무우와 신선하고 부드러운 갈치살, 칼칼한 조림국물이 잘 어우러져 조림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정도. 입맛이 없는 날, 이 곳을 찾는다면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치 : 남대문시장의 수입상가 쪽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 오른편에 있는 대화문구사 오른쪽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 왼쪽 2번째 집. (바로 맞은 편에 왕성식당이 있다.)

4. 대청마루
이 집은 돼지고기 전문집이다.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소고기도 갖추고는 있지만 쥔장은 가능한 돼지고기를 추천한다. 음식이 좋아서 장사를 한 분이라 이렇게 장사해서 남을까 싶을 정도로 장사속같은 거 별로 없이 가격대비 좋은 질의 고기를 준다. 이 곳은 고깃집이지만 보유하고 있는 와인리스트가 매우 다양하고 가격도 매우 저렴한 편. 이 곳의 강력 추천 메뉴는 항정살과 내공이 느껴지는 청국장이다. 항정살은 돼지 겨드랑이살로 돼지 1마리에서 2근이 채 나오지 않는 부위."천겹살" 또는 "천겹차돌"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육질 사이사이에 마아블링이 천개 이상이 들어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적당한 유분으로 고기가 연하면서도 결이 살아있어 쫄깃하고,육즙이 담백하고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다.
* 전화 : 704-8105
* 위치 : 원효대교 북단(원효로) - 원효대교 건너기 바로 직전 오른쪽 편에, 주유소와 버스정류장 사이 길가에 위치해 있다(입구는 뒤쪽 골목에 있음)

<비즈니스 장소가 필요하다면 designtimesp=11512>
1. 라브리(L''abri)
광화문 교보빌딩 2층에 "안식처"라는 의미의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기존에 있던 레스토랑을 서울 F&B에서 인수하여 프랑스 요리연구가 김수미 씨가 컨설팅을 맡아 작년 재오픈하였다. 좌우 메인홀과 와인바의 3개의 각각 다른 분위기의 분리된 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다양한 크기의 별실이 마련되어 있어 비즈니스를 위한 모임이나 각종 소모임에 적합하다. 이 곳은120여종의 와인리스트를 구비하고 있고 다른 프렌치 레스토랑에 비해 와인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3만원대의 런치메뉴를 구비하고 있으므로 저녁대의 높은 가격이 부담스러울 경우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추천메뉴는 발사믹 식초소스의 "양갈비 스테이크"와 오를로프 스타일의 "송아지 안심스테이크". 현재 강남에 2호점을 준비 중에 있다.
* 전화 : (02) 721-3239, 739-8830
*위치 : 광화문 교보빌딩 2층(로비에 있는 에스컬레이터 이용)
****> 점심 11:00 ~ 14:30 저녁 17:30 ~ 22:00 (와인바는 24:00 까지)

2. 콩두
삼청동에 위치한 콩두는 히딩크 감독의 방문으로 더욱 유명해진 한식 기반의 퓨전레스토랑이다. 이름처럼 이 곳은 콩과 두부라는 재료를 소재로 연두부 비빔밥, 순두부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콩이라는 재료에서 맛 볼 수 있는 담백함과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독특한 아이디어가 잘 어우러져 있는 집이다. 또한 콩두는 주얼리 디자이너인 한윤주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레스토랑 곳곳에서 그녀의 디자이너 다운 인테리어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벽 한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건물 가운데에 있는 정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도시적이면서도 자연 친화적이고, 동양적인 정취가 느껴지면서도 서구적인 풍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다양한 와인리스트를 구비하고 있어 음식과 함께 가볍게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이 곳 역시 저녁보다 저렴한 런치세트를 구비하고 있으므로 점심메뉴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
* 전화 : 02)722-0272
* 위치 : 삼청동 진선북까페에서 금융연수원쪽으로 올라가는 길 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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