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창고 수입화물 밀반출 사고 첫 승소

화주.창고업자에 책임있다" 판결 '환영'

악덕화주들의 보세창고에서의 불법 화물반출로 선의의 피해를 보아온 해운선사들에게 모처럼만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L/G(letter of guarantee:은행이 사고발생시 화주와 연대책임을 지겠다고 보증한 수입화물 선취보증서) 위조, 화주들의 무단화물반출 등 화물밀반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해운선사들은 ''실화주에게 화물이 인도될 때까지 해운선사에게 수송의뢰 화물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법해석 때문에 70%이상의 변상책임을 져왔다. 1974년 12월 10일 대법원 판례(판례 74다 376) 이후 25년간 그같은 질곡속에서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외국적선사인 A사는 자신들이 수송한 냉동갈치 수입화주의 화물밀반출 사고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앞으로는 선사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아도 될 것같다"는 자신을 얻었다.
사건은 수입업자인 S산업이 97년 8월 중국 수출상으로부터 냉동갈치 2.055상자를 수입키로 하고 이의 수송을 A사에 의뢰, 부산항까지 수송한 뒤 이를 보세창고업자인 M사의 창고에 입고, 보관하다 M사에 ''수출상에 화물대금을 지불했다''고 속인 후 화물을 반출해 나간데서부터 발생했다.
사건 이후 선하증권 소지자인 중국 수출상은 수송업체인 A사에게 ''운송계약 불이행''을 들어 냉동갈치 대금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A사는 98년 5월 미화 5만8,567달러를 배상하게 된 것.
이에 따라 A사는 부산지방법원에 창고업자인 M사와 수입화주인 S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부산지방법원은 보세창고업체인 M사가 보관화물을 선하증권을 제시받고 내주거나 운송인, 즉 A사의 화물인도지시(D/O)를 받은 후 화물을 내주어야 했음에도 불구,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서 99년 7월 28일 최종판결을 통해 원고인 A사의 손을 들었다.
이와 관련 그동안 피해를 보아온 해운선사들은 "원고인 해운선사측이 승소하기는 20여년전 D/O제도가 폐지된 이후 처음있는 일"이라면서 ''정의구현''의 길을 연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판례로 보자면 보세창고 화물밀반출의 경우 선사들이 승소했던 경우는 수입화주와 보세창고가 짜고 사기극을 벌였던 사건 이외에는 없었다. 74년 12월 10일 판례 이후 금하방직 L/G 위조 화물밀반출 등 유사사건 발생시 우리나라 상법 제129조 및 820조에 의해 B/L 회수전 화물인도 사고에 대해서는 해운선사에게 최소 70%의 변상책임 선고가 내려져왔다. "화물이 실화주에게 확실하게 인도될 때까지의 모든 책임이 해운선사에게 있다"는 해석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해운선사들은 "이번 부산지방법원의 판결로 사건이 종결된 것은 아니어서 지켜보아야겠지만 이번 판결은 경직된 법해석 자세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에 근거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환영하는 바"라면서 "이번 판결이 앞으로 D/O제도 부활의 계기가 될 수있을 것이며 최소한 해운선사들이 유사 사건 발생시 罪없이 피해를 보는 불합리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희망을 가지게 했다"고 평했다. <김성우 기자>

<보세창고 화물밀반출 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그동안의 보세창고 화물무단반출 사고와 대응史는 수입화물 보세장치장 배정권 선사보유, 화물인도지시서(D/O) 제도의 부활 등을 요구하는 선사와 화주의 보세장치장 배정권을 보장하고 있는 관련법 준수와 수출입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한 수출입화주 국제경쟁력 확보 필요성을 주장하며 D/O징구제도 부활 無用論을 펴온 화주와의 대립史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운선사들의 대응은 법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 현실.
91년 7월 도산한 금하방직 L/G 위조 원면 불법반출 98년 2월 발생한 서호실업의 피혁 불법반출 사건 등 대부분 보세화물 수입화물 밀반출 사고시 해운선사들은 선의의 피해를 보아왔으며 그동안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原罪''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분위기 속에 영업을 해왔다. 그동안 왜 선사들은 이같은 어이없는 피해를 보아야 했던가?
근본적인 이유는 상도의를 상실한 악덕 화주들의 불법행위에 있겠지만 해운선사들은 법.제도적 모순이 악덕 화주들을 부추겨왔다는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20년전 선사발행 D/O(화물인도 지시서)제도가 수출입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이유 때문에 폐지됐고 그 이후 선사들은 상법상 화물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화물을 관리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에따라 D/O제도 부활은 해운선사들의 숙원이 돼왔고 책임을 다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왔다.
그 보완책이라 할 수 있는 은행발행의 L/G(letter of guarantee:화물선취보증서)제도도 한계가 많았다. L/G 위조를 보완할 길이 없었고 국내 은행발행 L/G 역시 은행의 연대보증서임에도 불구, 은행 스스로는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었기 때문에 해운선사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었다.
이에따라 해운선사들은 가능한 수입화물을 해운선사가 지정한 창고에 입고시키는 등 자구노력을 해보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고객의 뒷힘에 밀려 수입화물은 화주 지정창고로 흘러들어갔고 그곳에서 소리소문없이 화물은 빠져나갔던 것.
이러한 제도적.현실적 모순에도 불구, 법은 항상 해운선사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실화주에게 수입화물이 완전하게 전달될 때까지 모든 책임은 해운선사에게 있다"는 경직된 법해석에 끌려다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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