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밑바닥 여론 가감없이 수렴해서 경영개선 도모

직원들…경영개선보다 음해성투서 등으로 악용우려

*..."일일평균 5~6건 제보, 비실명제보는 폐기, 세번의 검증절차 거쳐"
*..."경영자의 사심없는 제도운영과 악용소지 막을 수 있는 제반장치 마련해야"

대한통운이 지난달 1일부터 조선왕조시대의 ‘신문고제도’를 연상하는 ‘경영직보제도’를 도입하면서 직원들간 대인기피현상이나 일체의 언행을 조심하는 등 극도의 불안감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5월8일 대표이사로 취임한 곽영욱 사장이 ‘100억 이익달성 돌격경영의 해’를 선언하면서 추진한 ‘인사평가위원회’ 구성 ''TOP 미팅'' 등 경영 혁신사업의 하나로 도입됐다.
경영직보제도의 취지는 직원, 고객, 협력업체 등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경영전반에 걸친 문제점 및 개선사항을 수렴하여 경영에 직접 반영하고자 하는 제도로 회사 전 임직원과 고객, 협력업체, 관계회사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직보내용은 △참신한 아이디어나 업무개선사항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안제도 △고충 및 불만사항이나 건의사항 △관행, 제도, 조직풍토 쇄신 등에 대한 개선안 △고객의 불만사항 및 제언 △복무와 관련한 비위사항 및 부정행위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정보 △경영전반에 걸친 제언 및 제도개선사항 등이다. 이를 위해 대한통운은 사장라인 자택(0342-717-6050) 사무실(02-753-8864)과 인사라인(02-756-4868)에 FAX를 설치해놓고 있다.
사장비시설 성대경 부장은 “이 제도를 시행하고부터 사장라인과 인사라인에는 일일평균 5~6건의 제보가 접수되고, 직보되는 내용은 사장이 직접 챙겨서 감사실, 인사부 등 관련부서에 조사를 지시하고 임원회의, 부서장회의, 인사평가위원회를 통해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보되는 내용의 악용우려에 대해 “실명으로 제보되는 내용이 아닌 것은 폐기처분하고, 실명에 한해서도 세번의 검증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악용될 우려는 전혀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일반 직원들의 반응은 다르다. 우선 신임사장이 취임하면서 임원들과 일선지점장 등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작으로 연공서열을 탈피한 ‘과격’할 정도의 파격적인 인사가 진행되고, 전임사장재임기간 동안에 문제시되던 사안들이 감사받거나 인사조치되고 있어서 태연히 업무를 보고 있을 수가 없다는 분위기다.
또한 사장취임과 함께 전임사장 라인으로 승승장구해오던 몇몇 ‘잘나가던 사람’들이 투서와 암행감사로 인해 옷을 벗거나 신분상 불이익을 당하고, 부서나 직원들 개개인의 근황과 정보가 속속들이 임원들에게 노출되는 있어서 ‘튀는 언행’과 직원끼리의 모임 등을 일체 삼가하고 있다. 이때문에 직원들은 하루종일 ‘사장실’이나 ‘임원실’ 또는 ‘감사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임원진이 대폭 물갈이 되면서 인맥형성을 위한 자기사람 심기가 표면화되고, 몇몇 직원들이 줄대기에 혈안이 되어있어서 진짜 경영개선을 위한 바른말 은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직원은 “참신한 아이디어나 업무상 개선사항 등은 부서조직체제에서 충분히 제안하고 있으므로 직보제도의 취지가 개인비리나 업무상 직권남용 등 주로 고발성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어디서 어떻게 불똥이 튈지 불안하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기획실 이재숙 부장은 “경영직보제도가 제대로만 정착되면 그동안 관행이 되었거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던 불합리한 사안들이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전달되므로 앞으로 경영합리화와 조직풍토쇄신 등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원본부장 서정욱 이사는 “앞으로 직보제도는 계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며, 미흡한 사안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고쳐나가서 경영개선을 위한 제도로 정착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물류업계 최초로 도입한 경영직보제도가 군대조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조직체계를 이어온 대한통운에서 얼마만큼의 실효성있는 제도로 정착될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또 이제도가 당초의 취지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사심없는 제도운영과 악용의 소지를 막을 수 있는 제반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직원들의 시각이다. 앞으로 ‘모험적’인 제도에 가까운 경영직보제도가 얼마만큼의 경영효율을 가져올지 그 결과에 주목되고 있다.
한편, 대한통운은 곽영욱 사장이 취임한 이래 경영혁신을 위한 사업, 인사, 의사결정체제를 과감하게 도입하거나 혁신적변화를 가져왔고, 평직원들의 가감없는 의견수렴을 통한 조직풍토쇄신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올해 100억 달성을 위한 돌격경영 선언으로 지난해 상반기 2백14억원 적자를 올해 상반기에는 약40억원의 흑자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전략사업인 택배부문은 상반기에 850만개의 물량을 취급해서 지난해에 비해 165%의 성장율을 보였다. 현재 택배부문은 미국의 특급운송회사인 UPS와의 합작법인을 통한 외자유치를 진행중에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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