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중순 극동-호주 해상항로 최대 동맹그룹인 ANZESC가 서비스를 개편하고 한진해운, 에버그린 등이 포진한 ASA그룹이 7월초 부산을 직기항하면 한국-호주간 선복규모는 현재의 1.5배가 된다. 물동량이 그만큼 늘겠지만 어떻든 선사들간의 집하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같다.
현재 한국-호주간 항로 투입 선대들의 소석률은 낮은 편이 아니다. 육류 등 호주에서 수입되는 北向(Inbound) 냉동화물이 많은데다 南向(Outbound)의 경우도 들어오는 냉동화물을 싣기 위한 空컨테이너 물량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 배정된 선복은 사실 다 찬다는 것이 선사들의 얘기다.
호주경제는 아시아 경제부진에도 불구, 비교적 견실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과거 6년간 수출은 6%, 수입은 8% 성장했으나 특히 아시아지역이 호주 교역량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며 지난해만도 아시아로부터의 수입이 15%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와 호주의 경우 올들어 20% 가량의 물량 증가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에도 한국-호주간 운임은 바닥이다. 최근 물동량이 20%가량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선복이 50%가량 늘어난다면 선사간 경쟁이 치열해져 운임하락을 막을 길은 없어보인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Cape Line 라인이 3달이 채 안되서 한국-호주항로에서 철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캐이프 라인은 지난 2월 20일부터 1,000TEU급 컨테이너 3척을 투입해 우리나라와 호주, 북태평양, 파푸아뉴기니-호주 동부를 연결하는 12일 간격의 정기 서비스를 제공해오다 3개월도 채 안돼 이사회에서 전격 서비스 중단 결정을 내림에 따라 중도하차했다.
우리나라와 호주간 해상 컨테이너물동량은 외국적선사(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T/S 서비스 제외) 취급실적 기준으로 올들어 1/4분기중 수입 9,105TEU, 수출 9,840TEU 등 모두 18,945TEU. 이는 전년동기의 수입 4,169TEU, 수출 8,358TEU 등 모두 12,527TEU에 비해 무려 50%가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이는 IMF 이후 수입물동량이 최악이었던 지난해 1/4분기와의 비교여서 비교가치가 떨어진다. 98년 한해동안 물동량은 수입 22,402TEU, 수출 37,882TEU 등 모두 60,284TEU. 이를 4분기로 나눈 분기당 평균 물동량은 15,071TEU. 이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올 1/4분기 물동량은 예년의 20% 가량이 늘어난 셈이 된다. 특히 올들어 주목할 것은 인.아웃의 균형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항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호주항로 취항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제휴체간에도 선박을 직접 투입하지 않는 선사가 있는가 하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선사들도 타선사와 어떤 형태로는 손을 잡고 있어 뚜렷한 경쟁관계의 선을 긋기가 어렵다. 게다가 서비스 지역도 호주 동부와 서부가 나뉘어져 있을 뿐 아니라 직항 서비스를 하는 선사와 피더서비스를 하는 선사가 혼재돼 있다.
호주선사인 ANL, Blue Star 라인, 영국선사인 P&O Swire, 일본의 K-라인, MOL, NYK 등을 비롯, OOCL, ZIM, 양밍라인 등 유수의 선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ANZESC가 단연 으뜸. 이들 동맹사들은 지난해 한국-호주항로 물동량의 55%를 취급했다. 이밖에 중국의 巨艦 COSCO가 단독선사로는 블루스타라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5,108TEU를 실어날랐고 금년 1/4분기 실적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조양상선, 시랜드, 블루스타라인과 협력하고 있는 머스크라인은 지난해 이 항로에서 7,578TEU를 실어날랐고 스위스 선사인 MSC 역시 외로운 투쟁을 통해 6,950TEU의 화물을 처리했다. 이밖에 현대상선과 함께 싱가포르 T/S를 통해 이 항로 서비스중인 PIL, MISC 등이 1,000TEU 내외의 실적을 보였으며 한진해운과 조만간 부산항을 기항하게 될 ASA의 RCL과 에버그린 등은 미미한 실적을 보였다.
주목할 것은 한국-호주 해상수송시장이 선사들의 시장이라기보다는 복합운송주선업체들의 시장이란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항로의 운임불안이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복합운송주선업체들이 한국-호주항로(대양주)에서 취급한 컨테이너화물은 수출 21,895TEU, 수입 3,176TEU 등 모두 15,186TEU를 취급했다. 이는 전년대비 18.1%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전체(외국적선사 취급실적 기준) 물동량중 3분의 1이상을 포워더들이 취급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특히 수출은 절반이상을 포워더들이 취급했다.
올들어서도 수출 4,433TEU, 수입 1,189TEU 등 모두 5,622TEU를 처리해 지난해와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이와관련 선사 관계자들은 포워더의 이름이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포워더에 의해 취급된 화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호주 컨테이너항로는 절반이상이 포워더들에 의해 점유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주항로를 서비스하는 복합운송주선업체들은 "ANZESC 회원사들이나 한진해운, 에버그린 등의 영업패턴이나 영업력으로 볼 때 이들의 한국서비스 강화는 ''자신들의 목을 죄는''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선사들간 경쟁은 물론 선사와 복합운송업체간, 복합운송업계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한진해운을 비롯한 ASA의 극동-호주항로에서의 한국직기항에 대해서는 한두가지의 풀이가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 에버그린 등의 주력선대가 4,000~5,000TEU급으로 대형화되면서 2000TEU급 내외의 기존 선박을 투입하기 적당한 항로로 호주항로가 선택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으며 월드와이드 서비스 전략이 일환으로 호주항로를 강화함으로써 ''월드와이드 서비스 선사''라는 위상에 걸맞는 서비스체제도 갖추면서 화주들의 입맞도 맞추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ANZESC의 서비스 강화도 ASA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것같다.
<금년초 일본의 MOL, 말레이사아 MISC, 홍콩의 OOCL, 싱가포르 PIL 등과 함께 동남아-호주간 컨항로를 개설하고 싱가포르를 환적항으로 하는 한국-호주간 서비스를 시작한 현대상선의 경우 아직 부산항 직기항의 계획은 없지만 올 하반기중 호주와 뉴질랜드를 연계하는 서비스망 신설, 신조선 투입 등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다.
현재 이들 4개사는 1,300~1,500TEU급 8척으로 *바이트 노선(포트켈랑-싱가포르-프리멘틀-멜버른-아델레이드-프리멘틀-포트켈랑)과 *토레스 노선(포트켈랑-싱가포르-시드니-멜버른-타스마니아-프리멘틀-포트켈랑)을 각각 주간정요일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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