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향기가 있는 여자

“모든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 속물이다. 나는 그 무엇인가가 여자이다. 특히 아름다운 여자. 세상에는 의외로 미녀가 많다” 윤현석이란 소설가의 ‘샤워’라는 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가상의 어느 도시에 한 眈美主義者가 있었다. 이 탐미주의자는 “예쁜 여자는 늙어서는 안된다”는 법을 만든다. 그 도시의 이름을 로지스틱스 시티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그곳엔 아름다운 미인들이 많다. 그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혹 그 도시에 가보고 싶은 여인이나 그곳에 살기에 적합한 여인이 있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길.....

옛사람들이 여자의 모습이나 맵시를 108가지로 나눈 百八女相考라는 것이 있다. 이 백팔여상고에선 책임감 있고 지배력이 있는 여인을 갑인(甲人)이라고 부른다.
“앞으론 해외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직접 찾아가 제가 느낀 것을 탐방기로 써보고 싶어요.” 조양상선(주) 경영기획팀에 근무하는 갑인-임영경(林英慶) 씨는 혼자서 사보 ‘조양가족’을 만드는 여자다. 기획에서부터 편집위원 주재회의, 취재, 원고청탁, 원고회수, 교정, 수정, 인쇄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한다.
그래서 그녀는 조양가족이 꼭 자기 자식같단다. (혹 오해가 있을까봐 밝혀두지만 임영경 씨는 아직 미혼임. 애인(?),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임영경 씨가 조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94년 10월 1일. 그때부터 줄 곳 사보 제작에만 매달려 왔다.

조양에서 그녀 만큼 발이 넓은 사람도 드물다. 신입사원에서부터 사장까지, 다른 부서에서 계열사까지 사보를 만들기 위해 만나지 않은 사람,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그만 큼 일도 힘들지만 재미와 보람도 크다.
그런데 최근들어 그녀는 고민이 한가지 생겼다. IMF 때문에 이번 봄호 제작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쑥쑥 잘도 순산하던 자식(?)이었는데....그러나 안타깝다고 속만 태우고 있을 순 없다. 그래서 요즘엔 인터넷을 통해 회사 소식을 알리는데 골몰하고 있다.
그녀가 만드는 조양가족은 색다른 점이 있다. 신문을 통해 익숙해져 있는 ‘섹션’개념을 도입, 전 칼럼을 내용별 특성에 맞게 섹션화한 것이다. 조양가족이 하나의 몸짓으로 엮어내는 칼럼들 위주의 ‘Together'', 기획특집을 비롯 외부컬럼들을 모아놓은 ’Special'', 풍성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Culture’ 등 크게 세부분으로 나눈 구성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에 띠는 사진에서도 고심해서 고른 흔적들이 엿보인다. ‘갈수록 사보내용이 좋아진다’는 자화자찬섞인 평도 서슴치 않을 만큼 사보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물론 ‘좀 더 잘만들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과 책임감이 매번 들기는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 어쩌면 그녀는 지금 앵두꽃 가지를 꺾어 자기 발 등에 던져줄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김성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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