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측의 회계투명성 요구로 개선 가능성 불투명

외항업계 환차손 1천5백원/달러 기준 5조7천억원

해운기업들에 대한 환차손 회계기준 변경이 어렵게 됐다. 이에따라 국적 외항선사들은 올해만 5천6백억원, 1년후 갚아야 할 부채에서 발생할 평가손 1조7천7백억원을 합치면 모두 2조3천3백억원의 환율평가차손을 보게됐다. 이는 지난 11월 27일 환율(1달러=1,113원)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12월 10일 환율 1달러=1,500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총 환차손은 5조6천7백40억원이 된다.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폭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환차손이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당국은 지난달 13일 환차손 회계기준 변경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혀 해운기업들이 상당히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게 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회계의 투명성을 요구해 옴에 따라 사실상 외환차손 회계처리 기준 개선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최근 국적외항선사 단체인 한국선주협회는 증권감독원에 외화환산 회계제도 개선을 재 건의했다. 국적외항선사들의 거품에 불과한 환차손 때문에 떨어지고 있는 대외신용도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선협은 재건의를 통해 97 사업년도 결산기를 앞두고 거액의 환율차손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기업재무제표의 왜곡현상으로 대외신용 유지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외항해운업의 특성을 감안해 외화환산 회계제도의 개선을 재검토해 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선협은 기말현재 1년이내에 도래하는 외화부채 평가차손에 대해 종전에는 당기손익에 전액 반영했으나 금년의 경우 이 부분 환차손만도 5천5백70억원에 달해 이를 당기손익에 일시에 반영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으므로 당기에 실현된 환차손만 반영하고 미상환 부채평가손익은 상환기간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취급되도록 조치해 줄 것을 건의했다.
선협은 건의를 통해 미상환 외화부채 평가손익에 대한 회계처리방법과 관련 제1안으로 총외화부채를 평가하되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하지 않고 투자자 등 제3자의 판단을 위해 [주석]형태로만 표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함께 제2안으로 총평가차액을 현재와 같이 자본계정조정으로 할 것이 아니라 선박, 터미널 시설, 선박부대시설, 항공기 등 실물자산에 기인한 외채는 외화표시 자산가액이 그만큼 증액된 것이 사실인 만큼 평가차손액을 부채로 계상하되 상대계정은 자산계정으로 하여 이연자산 또는 당해자산의 평가계정 등으로 처리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국적외항해운업계가 선박 및 선박관련 설비 취득을 위해 해외에서 빌려 쓴 돈은 1년내 도래분 20억7천1백만달러, 1년후 도래분 65억7천9백만달러 등 모두 86억5천만달러. 이를 지난 96년 12월 31일 환율(매매기준율 1달러=844원)과 올 11월 27일 환율(1달러=1,113원)간의 평가차액(2백69원/달러)을 대입해 계산하면 1년내 도래분의 환율평가차손은 5천5백71억원, 1년후 도래분 평가손은 1조7천6백98억원 등 모두 2조3천2백69억원에 달한다.
물론 이를 12월 10일의 환율인 1달러=1,500원으로 재평가해보면 96년 12월 31일과의 평가차액이 달러당 6백56원으로 늘어 1년내 도래분 평가손은 1조3천5백86억원, 1년후 도래분 평가손은 4조3천1백58억원으로 외항해운업계의 환율평가차손은 총 5조6천7백44억원이 된다.
지난해 국적외항업계는 당기반영 1천7백68억원, 자본조정 2천7백17억원 등 모두 4천4백85억원의 환차손의 회계반영으로 업계 총자본이 8천49억원에서 7천5백83억원으로 줄었다. 올해의 경우 기준환율을 1달러당 1,113원(11월 27일)으로 할 경우 당기반영 5천6백36억원, 자본조정 1조4천8백57억원 등 모두 2조4백93억원을 회계에 반영하게 돼 총 자본은 7천5백83억원에서 *7천6백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빠진다. 기준환율을 1달러=1,500원(12월 10일)으로 잡으면 자본잠식의 폭은 2배이상 늘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외항해운기업들은 달러로 벌어 달러로 부채를 갚기 때문에 달러부채를 갚아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회계장부가 완전히 빨간색 투성이가 되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 손상을 막을 길이 없게 된다. 국가의 신용도가 끝없는 나락속에 뒹굴고 있는데다 국적외항해운기업들의 대외신용도까지 죽을 쓴다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진다.
지난 10월 31일 선협은 증권감독원에 건의서를 제출하고 외항해운업체들의 경우 선박확보자금을 외화로 장기차입하고 외화로 받은 운임으로 이를 상환하고 있어 외화상환차손익, 외화환산차손익 및 평가문제 등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 외화수입이 없는 업종과 동일하게 외화환산회계를 적용함으로써 외항해운업체의 재무제표가 크게 악화됨은 물론 대외신용도 하락으로 국제경쟁력이 저하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강조, 이의 개선을 주문했었다.
그러나 증감원은 회신을 통해 98년도에 국제증권감독자기구(IOSCO)가 국제회계기준(AIAS)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무제표 작성기준으로 승인할 예정으로 있어 우리 기업 회계기준과 국제회계기준과의 조화가 당면과제로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기업회계기준의 개정은 어렵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얼마후 업계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11월 13일 증감원이 [환차손으로 올 기업들의 결산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계기준 변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현행 회계기준을 고수할 경우 달러빚이 많은 해운 항공업체들이 무더기로 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었다.
증감원은 *장기 외화부채에서 발생하는 평가손실(환산손실)을 자산에 반영한 뒤 수년에 걸쳐 비용으로 분할 계상하는 방법과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2~3년 동안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아예 반영하지 않는 방법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MF의 상륙으로 상황은 급반전, 지난 2일 증감원은 [회계기준심의위]에서 외환차손 개선 방안에 대해 상정 협의하려던 계획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IMF측이 국제회계기준 적용문제를 제기해 나왔다는 재정경제원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최근 해양수산부 해운선원국 국제해운과는 외항해운기업의 외환차손 회계처리 기준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IMF의 회계투명성 요구가 발목을 잡고 있어 개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업무보고했다.
이제 대부분 12월 결산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일은 열심히 했으나 외환시장 불안정으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고도 적자를 보게 됐고 자본도 잠식당했다]는 보고를 해야할 판이다. 그 제1탄이 9월 결산법인인 대한해운의 주주총회. 지난 9일 주총서 대한해운은 매출 50% 신장, 영업이익 32.6% 증가 등 어려운 해운시황하에서도 영업실적이 대폭 신장됐으나 2백여억원의 외화평가손이 발생 1백80억원의 손실로 제30기(96년 10월 1일 부터 97년 9월 30일까지)를 마감하게 됐다고 보고할 수 밖에 없었다.
<김성우 기자>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