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규 평택대학교 교수
박명규 평택대학교 교수

Covid-19가 유발시킨 2년여 간의 글로벌 비대면사회 이후에, 라스베가스의 LVCC와 유레카 전시관을 신년 벽두부터 달구었던 CES2023은 한때 전시장을 등졌던 신년 글로벌 기술트렌드를 탐색하려던 글로벌 테크니션들의 발길을 또다시 라스베가스로 되돌리게 만들었다.

올해의 CES는 대체로 3개의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ICBM(IoT, Cloud, Big Data, Mobility)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금년도에는 ‘CES’라는 새로운 한 단어에 흠뻑 녹여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2023년도의 CES는 1.초연결사회(Connectional Technology) 2.친환경기술(Environmental Technology) 3.지속가능성 관련기술(Sustainable Technology)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마지막 S는 항간에서는 보안기술(Security Technology)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필자는 모빌리티 기술을 중심으로 CES2023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모빌리티 기술은 인간을 대신하여 향후 10년 내로 도래할 더 심화된 비대면사회의 새로운 매개체 역할로 등장하게 되는 다양한 자율주행형 지능형 물류로봇과, 3차원 공간의 이동성을 신속하게 만드는 이동체 플랫폼 기술로 대별할 수 있다. 첫 번째 화두는 ‘물류로봇’ 분야이다. 제일 먼저 LVCC 노스홀에서 눈에 띄었던 기술은 라스트마일의 아킬레스건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게 되는 미국의 현지 스타트업 오토노미이다. 아마존이나 월마트와 같은 거대 유통업체도 마지막 상점이나 최종 물류거점에서 각 가정으로 배달되는 라스트마일 배송을 제외하면 모두 다 일정한 운송경로만 오고 가는 기업간 B2B성 운송 프로세스이다. 그러므로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가장 운송시간이 짧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는 모든 이커머스나 물류기업에게 가히 난이도가 높은 해결과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오토노미(Ottonomy)는 한층 더 우수해진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배송 로봇 예티(Yeti)를 선보였다. 실외배송 전문 라스트마일 전문 물류로봇 생산업체 미국의 오토노미(Ottonomy)에서 출시된 예티는 보다 고성능의 3차원 라이다와 카메라를 탑재한 예티를 출시함으로써 고도의 자율 주행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실외 주행 과정에서 기존 배송 로봇들과 달리 훨씬 원활하게 장애물을 피해 다닐 수 있고 마트에서 산 물품을 싣고 주차장의 목표 지점을 찾을 수도 있다. 자동배출 메커니즘을 채택한 2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 카고 부문은 측면배출과 후면배출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최적화된 자동컨베이어가 설치되어 있다. 회사 측은 이 기능의 채택으로 완전 자율 무인 배송 로봇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이나 페덱스도 구현하지 못한 이 자동배출 메커니즘으로 무인택배가 가능해졌고 앞으로 이 기술은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등의 많은 공항, 소매업체 및 우편 서비스와 함께 파일럿을 실시해 가장 효과적인 사용 사례를 더 많이 확장해 가겠다고 전시회에 참가한 기술책임자는 전했다. 

또한 일본은 2025년도부터는 고령화시대가 가속화되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추어 완전무인택배시대가 도래한다고 일본 우정국 물류백서에서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이번에 CES2023에서 출시된 일본 로봇 스타트업인 아이올러스 로보틱스(Aeolus Robotics)는 이러한 일본 물류당국의 불가능해 보이던 예언을 가능케 할 수도 있다는 설레임을 가지게 한다. 이 회사는 인간을 대신할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이오(Aeo)를 선보였다. 그동안 시장에서 작업정밀도와 불안정한 모션 품질 때문에 각광을 받지 못하던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과는 달리 양팔이 달린 로봇 형태인 아이오는 배송 단계에서 사람을 완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물류로봇 들과 재조되는 확실한 차별점을 가진다. 로봇 자체에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 등을 통해 이동 경로를 설정하는 아이오는 향후 배달분야 등 물류업계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도 다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자율주행 물류로봇 전문업체 힐스로보틱스는 ‘로로봇’(로지스틱스 로봇)이라는 물류로봇과 박물관, 전시관, 도서관 등의 공공기관에서 활용되는 서비스로봇 ‘하이봇’을 한 공간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한 교차운영이 가능하도록 동시에 시연하는 모습을 통하여 시장의 관심과 신뢰를 얻었다. 힐스로보틱스는 금년도에는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 로봇을 출시하여 3년 연속 CES혁신상을 수상하였고, 물류산업현장에서 민감한 가성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KAIST의 적층형 라이다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슬램기술을 적용하여 이러한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함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힐스로보틱스는 이번에 출시된 우수한 인공지능기반 자율주행 로봇운영기술을 물류산업 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무인화 공정 및 각종 산업의 인더스트리 4.0를 구현하는 다양한 DX현장에 널리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번 로봇기술을 연매출 320억 유로 규모의 글로벌 공룡 다국적기업인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소덱소의 서비스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한국의 아웃도어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출시한 도심배달 물류서비스에 특화된 자율주행로봇 뉴비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뉴비는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멀티카메라 기반의 V-SLAM기술을 적용하여 운행환경과 주행가능 영역을 손쉽게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인구고밀도 도심의 복잡한 빌딩 운영환경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이외에도 한국의 스타트업 에바는 전기차의 자동충전시스템을 출시했다. 한국의 전기차 충전 솔루션 전문 기업 에바(EVAR)가 공개한 로봇 ‘파키(Parky)’는 사람이 호출하면 대상 차량이 주차한 위치를 스스로 찾아와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현재의 전기차 충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율 주행 충전 로봇을 이용하면 정해진 충전소의 충전 설비 바로 앞까지 자동차를 운전해 가야 하는 현재 방식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충전소와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는 공간의 제약과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이동시켜야 하는 시간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로봇 스타트업 ACWA로보틱스는 수도관을 따라 움직이는 뱀과 같은 유연성 다관절 구조체를 가지고 있는 ‘클린 워터 패스파인더’ 로봇을 공개했다. ACWA로보틱스는 프랑스 파리에서만 누수로 인해 매년 20% 이상의 수자원 손실이 발생하는 등 노후화된 수도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로봇을 개발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도관을 전면 교체하는 대신 로봇을 활용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이 업체는 향후 수도관의 유지보수 및 수리 기능도 로봇에 탑재할 계획이다. 

CES 2023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저먼바이오닉(German Bionic)의 엑소 스켈레톤(외골격)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크레이 엑스(Cray-X)’ 역시 인간 보호를 위해 기술이 이타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레이 엑스는 등산 배낭을 메는 것처럼 어깨끈을 걸고 끈 사이 버클을 고정하면 되는 로봇 슈트다. 탈착형 배터리를 사용하여 최대 30㎏까지 작업 중량을 가볍게 해준다.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때 착용자가 하중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물류·생산 및 건설 분야 노동자들이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혁신기술인 것이다.

다음으로 ‘모빌리티’ 분야이다. 한국의 HD현대는 배를 만드는 세계 제1위의 조선 기업에서 무인자율주행 지능형 선박을 만드는 대기업형 스타트업으로 일거에 변신했다. 금년도에는 선박자율주행 전문회사인 아비커스가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로 CES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어서 클로버스튜디오는 ‘3D맵기반 자율비행관제 및 임무자동화가 가능한 무인이동체 관제 플랫폼’으로 역시 CES혁신상을 수상했다. 수소전문기업 비티이는 두산 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함께 다목적수소충전장비(BHR-ST-350)와 수소연료전지로 구동하는 수소UGV(지상무인차량)을 출품해서 기술력과 혁신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드론 전문 스타트업 니나노컴퍼니는 역시 다목적, 고효율의 고중량 드론시스템 개발기술로 자체 개발 기술인 ‘테일시터’를 장착한 물류용 드론을 선보이며 CES시장에 첫 진출을 했다. 이번에 선보인 드론은 중형테일시터 드론의 경우 최대 20kg의 물품을 실고 한번에 90분간 비행이 가능한 모델로, 중장거리 운송과 감시정찰 등의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는 별도로 글로벌 모빌리티기업으로는 존디어가 역시 크게 눈에 띄었다. 농기계업체의 테슬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존디어는 CES참가 이후에 최초로 농기계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선정되어 기조연설을 했다. LVCC West hall에 진출한 전시장에는 100톤이 넘는 집채만한 크기의 거대한 트럭에 포크레인으로 흙을 실고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하지만 물론 운전석에는 운전하는 사람이 없다. 농기계업계의 자율주행 트럭이다. 이러한 자율주행 트럭을 운영하면서 비용은 20%줄이고 생산성은 30% 올라가게 한다는 것이 농슬라로 불리는 존디어의 설명이다.  

금년에도 CES2023이 개최되고 있는 라스베가스에 많은 한국 대학생들이 찾아왔다. 예년에는 전시기업들 중심으로 방문객들이 구성되었다. 정부관계자들이나 정부출연들과 같은 연구기관들이 그 다음으로 많은 방문객들이었다. 그러나 내일의 희망인 대한민국 꿈나무들은 유독 방문단을 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엔 대한민국 꿈나무들이 대거 방문단을 꾸려서 라스베가스를 찾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뜻있는 과학인들은 이야기한다. 포항공대가 281명 코로나 새내기 학번인 2020학번 학생들을 중심으로 CES방문단을 꾸린 것을 시작으로 한양대학교 30여명, 숭실대 30명, 서울대30여명, 카이스트 20여명, 한서대 20여명 등등 많은 대학생들이 미래의 웅대한 꿈을 가지고 신기술 테크전쟁을 벌이고 있는 라스베가스에 모였다. 글로벌 시장은 모빌리티와 물류로봇 분야의 중요성이 더해져 가고 있다. 내년엔 스마트 물류전문가를 꿈꾸고 있는 물류학도들로 라스베가스행 전세기를 꾸려보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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