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마일 배송 비용 20배까지 낮출 수 있어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배달 로봇이 정말 물류를 바꿀 수 있을까? 미국의 투자 전문 기업 ARK Invest는 이 질문에 자율주행 배송 로봇(Autonomous Delivery Robot, ADR)이 배달 비용을 20배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율 배달 로봇과 인간 운전자의 배송비 비교 /Source: ARK Investment Management LLC, 2018 / ark-invest.com; Starship Technologies; The Rideshare Guy
자율 배달 로봇과 인간 운전자의 배송비 비교 /Source: ARK Investment Management LLC, 2018 / ark-invest.com; Starship Technologies; The Rideshare Guy

라스트 마일 배송은 물류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구간이다. 인간 운전자를 통한 라스트 마일 배송 비용은 1.60 달러(2018년 기준)이지만 자율주행 배송 로봇이 급증함에 따라 이 비용은 0.06달러까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게 ARK의 전망이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의 효율(킬로와트당 1마일 기준)은 전기자동차보다 약 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의 주요 비용은 하드웨어, 전기, 원격 운영자다. 전기자동차에선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용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자율주행 배송 로봇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은 시간당 4마일 정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공기 저항으로 인해 에너지를 잃을 일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자율주행 배송 로봇은 큰 배터리가 필요 없다. 기존 전기차에 비해 하드웨어와 전기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ARK의 주장처럼 자율 배달 로봇이 만약 마일당 0.06달러에 라스트마일 배송을 가능하게 한다면 파급효과는 더 키질 수 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에 인공지능이 개입되면 단위 경제성을 더 크게 향상할 수 있다. 자율 기능이 향상될수록 원격 운영자는 더 많은 수의 로봇을 관리할 수 있게 되어 로봇당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저렴한 라스트 마일 배송이 가능해지면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일당 비용 내역 /Source: ARK Investment Management LLC, 2018 / ark-invest.com
배터리 효율성 /Source: ARK Investment Management LLC, 2018 / ark-invest.com; Chevy; Tesla

물류·소매는 물론 다른 산업에서도 쓰임 많아질 전망
대대적 자율주행 배송 로봇 공급업체인 스타십 테크놀로지는 201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이용한 배송 실적이 10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서비스 제공 지역 수요가 5배나 증가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의 이용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 같은 커다란 돌발 변수도 있지만 전통적으론 ▲고령화 심화, ▲배송 부하 가중, ▲소셜 커머스 시장의 급성장, ▲소비자 환경 의식 고조 등을 들 수 있다. 전 세계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9%에서 2050년 20%로 3배 증가가 전망된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물류·소매는 물론 다른 산업에서도 자율주행 배송 로봇의 쓰임은 더 많아질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라스트 마일에 걸리는 배송 부하도 점점 늘면서 자율주행 배송 로봇의 이용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글로벌 소셜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890억 달러에서 2027년 6,050억 달러로 급격히 확대가 전망된다. 소셜 미디어로 쇼핑하는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기 때문에 물류·소매 업계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자율주행 배송 로봇의 도입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거나, 환경 부담이 적은 물품의 구매를 선호하는 추세가 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은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감축하기 때문에 환경에 민감한 소비자 수요를 맞출 수 있다.

소비자 생활 속으로 깊게 들어온 무인 배달 서비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비접촉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무인 배달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중국, 영국, 스페인, 일본 등에선 무인 배달 서비스가 소비자 생활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배달 로봇 시장을 주도하는 스타십 테크놀로지스는 미국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간식거리 등을 자율주행 배송 로봇으로 배송하다 최근에는 마트 업체와 제휴해 일반도로를 이용해 온라인 식료품 배송을 하는 등 서비스 지역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십은 오프라인 기업인 세이브마트와 제휴를 맺고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식료품 배송에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식품 배달업체인 우버이츠는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이용한 무인 음식 배달 시범사업을 대도시인 LA에서 실시하고 있다. 고객이 음식 배달 옵션을 선택한 후 음식이 지정 장소에 도착하면 고객에게 알림 문자가 전송된다.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받은 비밀번호로 차량 또는 로봇의 잠금을 해제한 뒤 주문 음식을 받는다. 고객은 음식이 목적지로 오는 동안 우버이츠 앱으로 현재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우버이츠의 모기업 우버는 승차 공유 서비스로 유명했지만, 앞으로는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이용한 친환경 배달 서비스 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인간의 이동뿐 아니라 식료품과 간편식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배달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기술 스타트업인 코코(Coco)는 로봇을 이용한 배달 서비스를 LA를 거쳐 오스틴과 휴스턴으로 확대한 데 이어 댈러스와 마이애미에서도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정부의 엄격한 코로나 봉쇄 조치로 물자 수송에 드론과 함께 로봇 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쇼핑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지플러스(Gplus)와 샤오만루(XiaoManLu)라는 로봇을 제작해 배달 서비스에 투입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타십 테크놀로지의 배달 로봇을 대기오염 대책의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 중동부 케임브리지셔주에서는 대기질을 개선하려는 주 의회 환경 정책과 도로 혼잡 완화 대책의 하나로 로봇을 이용한 슈퍼마켓 배달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해당 지역 5,000여 가구, 1만 2,000여 주민을 대상으로 로봇으로 주문한 식료품을 배달하는데, 주 정부는 이 사업이 성공하면 대상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스페인의 카넷(CARNET) 사가 개발한 배달 로봇은 6개의 바퀴로 약 20㎝까지의 단차를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배달 로봇보다 한 단계 진화된 형태로 주목받는다. 이 로봇은 스페인·독일·헝가리 배송센터에서 라스트마일 시범 서비스에 투입됐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무인 배달 서비스는 생활 편의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교통 정체·공해를 낮추는 대책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3세대 배송 로봇은 어떤 모습?
배송 로봇 차량 메이커로 유명한 미국 뉴로 사가 올 초 3세대 배송 로봇 차량 뉴로(Nuro)를 공개했다. 기존 1세대와 2세대는 R1, R2로 불렸었다. 3세대 뉴로는 기존 모델보다 넓어진 저장 공간과 빠른 속도가 특징이다. 저장 공간은 기존 모델보다 2배 정도 커져 총 226㎏의 물품을 탑재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72㎞로 R2의 40㎞보다 월등하게 빨라졌다. 작업 효율성은 그만큼 올라갔다. 외부 전면에는 에어백이 부착돼 고하중을 감당하면서도 안전성은 강화됐다.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등을 고려해 일반 차량보다 폭이 20% 정도 좁게 제작됐다. 사용자는 칸막이 선반으로 유연하게 공간을 조절할 수도 있다. 모듈식 인서트는 음식 배송 칸을 차게 혹은 따뜻하게 하는 기능도 있다. 최저 영하 5.5℃에서 최고 영상 47℃까지 물품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차량 주변에는 360도 시야를 확보하고 다양한 날씨 조건에서도 작동하는 첨단 센서들이 장착돼 있다. 뉴로 3세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로 배터리는 텍사스 풍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충전된다.

3세대 배송 로봇 차량 뉴로(Nuro) /출처 : BYD
3세대 배송 로봇 차량 뉴로(Nuro) /출처 : BYD

미국 서브 로보틱스 사도 뉴로 3세대와 비슷한 시기에 완전 무인형 배송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1회 충전에 최대 18.7㎏의 물품을 싣고 40㎞ 거리까지 배송할 수 있다. 물품은 분리된 화물칸에서 보호되며, 사용자는 휴대폰 앱이나 패스 암호로 잠금을 해제하는 방식이다. 이 배송 로봇은 레벨4 자율성 아래 로스앤젤레스 인도를 주행하는 데 투입되며, 초음파 센서, 능동형 라이다(LiDAR), 수동형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의 최대 시장은 북미지만,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북미 지역은 자율주행 배송 로봇 기술 스타트업들과 제조업체의 활동이 가장 활발해 상대적 성장률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세계 최대 이커머스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일본 등에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 배송 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35만 달러에서 연평균 49.01% 성장해 2026년 382만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은 첨단 배송 시스템의 발달에 힘입어 물류·소매에 혁신을 일으키면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 신개념 라스트마일 배송 체제 특허 중

배송차에 탑재한 로봇 탑재 보조 차량으로 최종 소비자까지 상품 전달

아마존은 배송차 안에 탑재한 로봇 탑재 보조 차량을 활용해 최종 소비자까지 상품을 전달하는 신개념 라스트마일 배송 체제의 특허를 진행 중이다. 이 배송 체제는 상품을 운반하는 기본 차량(밴, 트럭 등)과 기본 차량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상품을 운반하는 보조 차량(로봇)으로 구성된다. 기본 차량은 인간에 의해 조종된다. 기본 차량이 목적지 근처에 도달하면 네트워크에서 주변 환경을 자동 스캔해 최적 이동 경로를 보조 차량에 지시하고, 보조 차량은 이를 토대로 현관으로 이동해 상품을 최종 배송한다. 기본 차량은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업데이트된 정보를 보조 차량에 전달한다. 보조 차량에는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장비가 장착돼 있다. 그래서 이동 시 장애물을 만나면 관련 이미지 또는 데이터를 기본 차량에 전송한다. 기본 차량과 보조 차량이 주변 정보를 상호교류하면서 라스트마일의 배송 효율성을 제고시킨다는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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