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현장 고질병인 비용·운영 문제 단번에 해결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인터액트 애널리시스(Interact Analysis)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이동로봇(Autonomous Mobile Robot, AMR)을 포함한 모바일 로봇(Mobile Robot, MR)이 사상 최초로 10만 대를 돌파했다. 유형별로는 물류센터에서 적절한 압력으로 물품을 다루면서 피킹·포장 작업을 돕는 모바일 암(Mobile Arm)과 작업자가 위치한 곳까지 물품을 직접 전달하는 P2G(Person-to-Goods) 로봇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자상거래의 엄청난 성장이라는 파도를 맞은 제조 및 물류 회사가 만 성적인 노동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자동화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 인터액트 애널리시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3PL 비즈니스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많은 기업이 갑작스러운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PL 제공업체에 의존하게 되었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물류 기업이 모바일 로봇의 중요한 시장이 된 것이다. 최근 글로벌 특송 업체인 DHL이 P2G 로봇 2,000대를 구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모바일 로봇 시장은 물류, 특히 전자상거래의 수요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의류와 식료품 분야를 제외한 모든 소매업 영역에서 큰 성장세가 기대된다. 인터액트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21년에는 일반 상품 소매점에 2만 2천 대 이상의 모바일 로봇이 출하되었으며, 주문량 면에서 가장 근접한 부문은 1만 5천 대 이상이 자동차 제조였다. 그러나 2025년에는 범용 상품 부문에 대한 출하량이 15만 4천 대를 넘어 2021년에 비해 6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까지 물류 기업들이 자동화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고객과의 계약 기간이 짧다는 점 때문이다. 모바일 로봇은 이 지점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인터액트 애널리시스는 대규모 통합 자동화 솔루션은 비용이 500만 달러 이상 들고 ROI를 달성하는 데 7년 이상이 걸릴 수 있지만, 모바일 로봇은 그 몇분의 1 비용으로 쉽게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로봇 시장, AMR 중심을 재편될 듯
AMR은 그동안 비교적 고임금 국가에서 주로 도입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면서 저임금 국가 시장에서도 도입이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비중은 확대될 거란 전망에 근거해 글로벌 곳곳에서 새로운 물류센터가 설립되면서 AMR 수요도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코로나 팬데믹은 모바일 로봇 부문에는 양날의 칼이었다. 전자상거래의 급증과 거리 두기로 자동화의 필요성을 높아졌지만, 동시에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야 하는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물류센터 자동화가 심각한 인력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고, 전자상거래에 의한 물량 증가 속에서 속도와 효율성을 요구하는 흐름도 전례 없이 지속되고 있어 모바일 로봇, 특히 AMR의 역할이 강조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류 현장에서 AGV 밀어내고 안방 차지할 듯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오는 2025년 모바일 로봇(MR)의 글로벌 로봇 시장 침투율은 30%를 상회할 것이며, MR 시장은 자율이동로봇(AMR)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율 항법 기술을 기반으로 주문이행운영(Order Fulfillment Operations, OFO) 부문에서 확실한 장점을 보유한 AMR이 AGV를 점진적으로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다. AMR은 바닥에 설치된 마커나 마그넷, 와이어 등을 따라 물품을 적재·운반하는 AGV와 달리 AI·라이다(LiDAR)·GPS 등 기술을 활용해 탑재한 지도를 따라 목적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AGV보다 훨씬 많은 장점이 있다. 특히 AMR의 자연 항법(Natural Navigation) 기술은 다른 로봇 자동화 솔루션과도 통합할 수 있어 확장 가능성도 뛰어나다. 덴마크 미르 사가 개발한 AMR(MiR 1350)은 최대 1,350㎏까지 운반할 수 있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최근 출시되는 AMR은 고중량 물품을 운반할 수 있어 AMR의 AGV 대체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한다. 가격도 AGV가 7만 5천 달러 대인 반면 AMR은 평균 가격이 2만 달러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까지 있다. 소형 제품은 4,000달러 대도 출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여러 요인이 합쳐져 현재 모바일 로봇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AGV는 2025년 25%까지 하락하면서 글로벌 모바일 로봇 시장은 AMR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세로 떠오른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로봇
물류센터 자동화를 둘러싼 로봇 서비스 공급 경쟁도 다양한 측면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기기 자체의 사이즈 변화를 들 수 있다. 일본에서는 국토 특성상 창고 면적이 작아 한정된 공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AMR을 개발하고 있다. 라퓨타 로보틱스라는 기술업체는 가로 48㎝, 세로 140㎝ 사이즈의 AMR을 제작했다. 크기는 작지만, 복수의 AMR을 동시 제어하는 그룹제어 AI로 2~3명의 작업자가 담당하던 업무를 1명이 수행할 수 있다. 렉스플러스라는 기업은 AMR과 AGV의 특징을 결합한 소형 로봇(가로 60㎝, 세로 70㎝)을 2021년부터 공급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변경되는 업무는 AMR이 맡고, 규칙적인 업무는 AGV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형 로봇도 대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화를 위해서는 관련 물류 설비를 도입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대거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클라우드에서 로봇을 관리·제어하고 필요 기능만 제공해 비용 부담을 낮춘 구독형 서비스 로봇(Robot as a Service, RaaS)이 등장하고 있다. RaaS는 ‘서비스로서의 로봇’을 의미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클라우드 기반에서 로봇을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사용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라 초기 투자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인프라를 변경할 필요 없이 대부분의 작업 공간에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일본 시리우스 로보틱스는 태블릿 단말기에서 창고 내 이동 경로를 지정하는 AMR을 개발했는데, AI가 위치정보를 인식해 장소를 파악하고 클라우드 시스템이 로봇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미쓰이물산이 출자한 플러스 오토메이션은 여러 메이커의 로봇을 동시 제어하는 ‘플러스허브(+hub)’를 구축, 로봇과 창고관리시스템(WMS)의 데이터를 연계하는 로봇·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월정액 방식의 로보웨어(Roboware)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로봇에 지시하는 소프트웨어와 로봇 자체를 세트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기술업체는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로봇 도입 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실현할 수 있어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저렴한 비용, 유연성 그리고 확장성까지 갖춘

‘구독형 로봇 서비스’

물류 업계에 구독형 로봇 서비스(RaaS)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물류 RaaS는 로봇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구독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자본력이 부족한 기업이 큰 비용 부담 없이 자동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자상거래로 늘어난 물량 수요를 해결하는 건 물론이고 최소 비용으로 획기적·효율적 관리가 가능해 현금흐름도 개선할 수 있다. 고가의 기계를 구매하는 대신 클라우드에서 필요 기능만을 내려받아 사용해 오작동 등 유지관리 문제 해결에도 유용하다. 로봇과 시스템이 업데이트되더라도 구매하거나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다. 모바일 로봇 시스템의 운영을 중단해도 비교적 적은 손실만 발생하는 것도 장점이다. 기업은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숙명이다. RaaS를 활용하면 언제든 모바일 로봇 시스템을 시작하거나 종료할 수 있어 경영의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다. 유연성은 곧 확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정 자동화에 비해 중요한 강점 중 하나가 플릿(fleet) 규모로 확대하는 게 쉽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임시직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운 피크 기간에는 모바일 로봇 RaaS를 통해 단기간에만 서비스 규모를 확대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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