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배송 시장에서 기존 판 뒤집을 게임 체인저로 주목

드론은 더 이상 ‘날아다니기만 하는 기체’가 아니다. 4차 산업 기술로 무장된 첨단 드론은 ▲주변 환경 인식 ▲물체 추적 ▲데이터 전송 등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면서 물류와 공급사슬의 혁신을 가져오는 차세대 디지털 기기로 위상이 격상됐다. 유통·배송 시장은 비대면 온라인 주문량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면 속도와 정확성, 편리성이 핵심 경쟁력이 됐고 첨단 드론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첨단 드론이 유통·배송 시장에서 기존 판을 뒤집는 게임 체인저로까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작은’ 드론이 미래 물류에선 ‘큰’ 역할 담당
미국 월마트는 드론으로 식료품과 가정용품을 특정 지역에 배송하는 것은 물론, 광학 스캐너가 장착된 드론으로는 물류센터 재고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AI와 IoT 등 첨단기술을 탑재한 드론은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식해 환경을 맵핑하고 특정된 상품을 추적하며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중앙 관제실에 전송한다. 이는 미래 물류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도구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드론의 활용법 중 하나이다.

초기 드론은 복잡한 도심이나 접근 자체가 어려운 도서산간에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저 날기만 하는 기체에서 AI와 IoT 등 4차 산업 첨단기술을 장착한 첨단 드론은 효율성과 경제성까지 보유하게 됐다. 특히 탑재된 카메라로 상품 바코드와 QR 코드 혹은 RFID를 인식·캡처, 재고관리를 자동으로 수행하면서 무인 창고에서 그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작은 몸체에 첨단 기술이 집약된 드론이 미래 물류의 새 지평을 여는 대표적 혁신 도구로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코버스 로보틱스(Corvus Robotics)사가 개발한 자율비행 드론 ‘코버스 원’(Corvus One)이다. 이 드론은 인간보다 물류창고 재고관리를 오류없이 10배나 빠르게 할 수 있다. 일반 물류센터에서는 전담 인력이 스캐너로 제품 바코드나 QR 코드를 읽는 방식으로 재고 관리를 한다. 반면, 코버스 원은 충전 도크와 내재된 지도를 통해 스스로 물류센터 내 경로를 설정해 비행하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물류센터는 동일한 형태의 적재 공간에 물건이 배치되기 때문에 드론이 선반과 물품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고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 또 제품이 20m 넘는 선반 위에까지 적재되어 있어 일반 로봇이나 인간이 접근하기 힘들다. 코버스 원은 10대의 첨단 카메라 어레이, 로봇운영체제(Robot Operating System, ROS)로 가동되는 자율스택, 실시간 비행 제어를 위한 PX4 플랫폼, 컴퓨터 비전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을 적용하고 있다. 또 영상 센서와 관성측정 센서를 사용해 특정 모습을 추정, 파악하는 기술인 비주얼-관성 슬램(Visual-inertial SLAM)이라는 기술도 적용됐다.

 자율비행 드론 '코버스 원'
 자율비행 드론 '코버스 원'

코버스 원은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물류창고 내부 모습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면서 재고 파악을 한다. 재고 추적에 드는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코버스 원은 시간당 200~400개의 선반 위치를 파악(충전 시간 포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과 근접한 곳에서는 인간과 비슷한 이동 속도를 보이지만 높은 곳에서는 시속 약 4㎞의 빠른 속도로 재고를 파악·추적한다. 코버스 원이 파악·추적한 재고는 물품 별로 분류돼 창고관리시스템(WMS)과 동기화되기 때문에 재고관리가 훨씬 쉽고 편리하다. 인간과 함께 작업하는 공간에서는 360도 비전 카메라와 장애물 회피 시스템이 있어 안전사고 예방도 가능하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 장치로 돌아가는 기능이 내장돼 있어 관리 일손도 줄여준다. 코버스 원을 개발한 회사 측은 인간이 없는 물류창고 환경에서 코버스 원을 3교대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코버스 원은 자율비행 드론이 지능적인 물류 창고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 사례로 꼽힌다.

첨단기술로 신속성에 경제성까지 갖춘 ‘드론’
물류 서비스의 생명은 ‘신속’에 있다. 그러나 육상 운송은 교통정체나 도로상황에 따라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라스트마일 서비스의 한계로 줄곧 지적되고 있다. 특히 차량 접근이 어려운 비도심권이나 도서산간에 배송 수요가 생기면 신속성에 더해 경제성이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물류 기업 입장에선 언제나 골치가 아닐 수 없다.

드론은 이런 문제에서 상대적 자유롭다. 초기 드론의 비행 거리가 반경 약 16~32㎞ 정도였다면 최근 나오는 드론은 첨단기술로 성능이 개선돼 이보다 훨씬 긴 80㎞의 장거리 비행도 가능해졌다. 드론 배송은 아마존 같은 몸집 큰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비자들의 비대면 쇼핑이 늘어나면서 소매유통 업체들도 경쟁 도구의 하나로 드론 배송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신속한 드론 배송으로 소비자의 만족을 얻는다면 아마존 같은 거대 유통기업과 경쟁하는 것도 해볼만 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드론 배송 수요가 미래의 주택 설계까지 바꿀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의 드론은 주택 뒷마당이나 진입로 등으로 주문 상품을 놓고 떠나는 형태다. 이는 분실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미래에는 드론 배송 전용 공간이 포함된 주택 설계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드론 배송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MarketsandMarkets는 2020년 5.3억 달러에 불과했던 글로벌 드론 배송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에는 390억 달러를 돌파해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평균 54% 증가라는 놀라운 수치다.

버스 타고 다니는 미래 드론도 눈앞에
대규모 멀티 드론 배송 시대도 머지않아 도래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스탠퍼드대 주도로 AI에 기반한 ‘교통망 활용 효율적 대규모 멀티 드론 배송’(Efficient Large-Scale Multi Drone Delivery Using Transit Networks) 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이다. 이름은 어렵지만 쉽게 설명하면 대중교통과 드론의 장점이 결합된 멀티 배송 시스템이다. 도시 안에선 드론의 비행이 금지되는 구역이 많기 때문에 이런 제약을 대중교통 수단으로 극복한다는 아이디어다. 드론이 상품을 적재하고 날아올라 도심에 진입하는 버스까지 비행해 지붕 위에 탄다.

버스가 도착지 근처에 이르면 다시 날아올라 소비자에게 주문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배송 차량에 의한 도로 혼잡이 줄고 에너지 소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사회를 앞당기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AI 알고리즘이 물류센터, 화물 도착지, 날씨 등 각종 교통 정보를 결합해 최적 배송 경로를 설정하면 드론이 가까운 거리는 버스 1대에만 올라타거나, 장거리 배송일 경우엔 수차례 환승하면서 주문 상품을 배송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4.5배 장거리 배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출처: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2-10408-4/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 드론배송 모델
출처: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2-10408-4/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 드론배송 모델

아마존과 UPS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도심 물류에 드론을 활용하기 위한 공을 들이는 이유도 차량 중심의 기존 물류 시스템으론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래 물류산업에서는 자율비행이 가능한 드론 같은 다양한 모빌리티가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안전사고 예방과 자동화로 인한 인력 재배치, 사회 안전망 구축 등은 선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선택 아닌 필수가 된 AI 로봇, 노동력 부족도 해결
이커머스 주문 물량이 늘수록 물류 현장에선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류업계는 고질적인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로봇을 활용한다.

하지만 기존 로봇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한계에 부딪쳤다. 그래서 AI 로봇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기존 로봇은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거의 동일한 작업 수행만 가능하다. 물품을 설정된 경로로 운반하다가 도중에 장애물을 만나면 경로에서 잠시 이탈하기도 한다. 반면 AI 로봇은 심층학습(deep learning)을 통해 인간과 가깝게 구동하도록 설계된다. 어떠한 물체도 모양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집어 들 수 있어 화물 분류와 포장 같은 창고 작업에 훨씬 더 유용하다.

이런 높은 유연성 때문에 물류 현장에서 AI 로봇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AI 로봇은 전 세계적으로 2,000대 정도 배치되어 있으나 물류산업이 성장하면서 수년 내 수 만 대로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AI 로봇 성장에는 코로나 팬데믹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로봇이 발달할수록 물류센터 작업은 모두 자동화될것이며 이는 멀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 모습이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물류기업에게 물류센터 자동화를 구현하는 AI 로봇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될 전망이다. AI 로봇은 물품을 집어 박스에 넣는 작업을 능숙하게 수행한다. 하지만 이건 기존 로봇도 가능한 일이다. AI 로봇 개발업체들은 여기에 더해 비닐봉지처럼 얇고 반투명한 재료를 다루는 고도화된 기술로 자동 포장(auto-bagging) 같은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까지 가능하도록 로봇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런 AI 로봇은 생각보다 훨씬 물류 현장에 가까이 와 있다. 실제로 아마존의 AI 자율주행 로봇 드라이브(Drive)는 선반 아래로 들어가 선반을 들어 올려 작업자 앞까지 이동시켜 인간의 창고 선반 작업 부담을 줄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력 부족 해결에 효과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창고 또한 이커머스에 특화된 물류센터에 선반운반용 무인 AI 로봇 50대를 도입해 피킹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AI가 가져온 무인화 효과, 그 반대편엔?
AI 기반 물류시스템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게는 물류센터 업무 자동화, 적재율 향상, 연료비 절감, 화물 도착 시각 예측, 재배달 감축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작업 효율화 못지않게 업무 관련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상상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개발 초기의 무인기계는 대부분 인간이 원격 조종하는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AI 기술을 탑재해 자동 조종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물류 현장에서도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 트럭을 결합해 물류 프로세스 대부분을 무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점은 향후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는 시선도 있다. AI 기술이 적용된 첨단 로봇과 드론이 물류의 자동화를 촉진하는 건 기정사실이지만 그 방향은 위험·단순 작업의 수행, 인간과 협조하는 두 가지 패턴으로 진화될 것이란 전망이 그것이다. 인간이 작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위험 현장이나, 단순 작업이 장시간 진행되는 현장에서는 AI 로봇이 인간 작업을 대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지금까지는 로봇에 유연성이 부족해 인간 바로 옆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AI 기술이 고도화돼 인간과 협조하는 작업 방식으로 바뀔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AI 로봇과 드론으로부터 직접 수령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AI 도입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작업 규정과 매뉴얼 등 바꿔야할 게 많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AI 로봇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류센터 같은 하드웨어를 바꿔야 한다. 새로운 기능이 효과적으로 구현되도록 이동 경로와 바닥 레이아웃을 변경하는 등 재설계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고용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력 부족으로 도입된 로봇이 그나마 남은 인력의 일자리까지 뺏을 것이란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 반면, 선제적으로 로봇을 도입한 기업은 경쟁력 제고와 성장 가속화 덕분에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 지는 ‘미래 물류’가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은 분명해 보인다.

AI 기술로 물류센터 근로자·배송기사 감시한 아마존

물류 현장에 AI가 도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준 사례가 있다. AI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AI 등 4차 산업 첨단기술을 악용해 물류센터 근로자와 배송기사를 밀착 감시하면서 불이익을 주고 심지어 해고까지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아마존은 물류센터에 구축된 AI 기반의 TOT(Time Off Task)라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정 시간 내 근로자의 상품 스캔 회수를 자동 계산하고 작업대 옆에 분 단위로 작업 속도를 측정하는 모니터를 설치해 근로자가 얼마나 오랜 시간 작업을 중단했는지 추적했다. 또 배송 차량에는 AI 카메라 시스템을 설치해 기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다가 과속과 불법 유턴 등 법규 위반이 포착되면 점수를 깎는 등급표를 작성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등급은 AI 카메라의 판단에 따라 1에서 10점까지 감점된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근로자의 업무 이탈 정도를 수치화하고 기준에 미달했다고 판단되는 직원은 불이익을 주거나 해고까지 했다. 문제는 AI 시스템이 불가피한 근로자 사정을 전혀 고려 않았다는 것이다.

비난이 일자 아마존은 안전규칙을 준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또 배송 차량에 설치된 AI 카메라 시스템으로 운행 안전성이 좋아졌다고 반박했다. 작업 중단 시간 등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는 1%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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