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항만 인프라, 선박 대형화, 얼라이언스 등 신전략만큼 위기대응 중요

한국의 대외무역 의존도는 63.51%로 수출입화물의 99.7%가 선박을 통해 운송된다. 

특히 제조업의 핵심 원자재가 되는 원유, 철광석, 연료탄은 100% 해상 수송되는 등 해운업은 한국경제의 핵심 산업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1970년대 이후 다양한 정책과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이 더해져 해운업이 성장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진해운이 세계 7위의 해운사로 등극하는 등 찬란한 시대를 열었지만 한국 해운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경제침체에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등 끝없는 침체에 빠졌다.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해운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실행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가 기회로 작용해 다시 한번 도약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한국 경제발전에 든든한 역할을 담당해온 한국 해운업의 주요 역사를 알아보고 다시 한번 영광의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 봤다.

세계적 해운 국가로 성장했지만 한진해운 파산에 공든 탑 무너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국내 해운업계의 역사를 가장 잘 표현한 속담이라 단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한진해운이라는 기둥이 사라지고 찬란했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한진해운은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선사로 144척 규모의 선대와 미국, 일본, 대만 등 해외 8곳에 전용 터미널 운영을 통해 정기노선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한 해운 경기 악화, 유가 상승, 10년 장기로 맺은 고가의 용선 계약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한진해운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섰다.

또한 해운산업의 경쟁구조 변화로 인한 치킨게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및 전문성 부족, 정부의 지원 중단 등도 한진해운의 회생을 더욱 어렵게 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고비를 넘지 못하고 2017년 2월 17일 파산했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한국 해운산업이 수십 년에 걸쳐 개척한 노선 네트워크와 운항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무너진 해운업의 부활을 위해 2018년 4월, 국적 선사와 화주 간의 연계, 신조 발주 투자, 경영안정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16년 29조 원이던 해운업 매출액을 2022년까지 51조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18년 이후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은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국적선사인 HMM의 영업이익은 21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으며 부산항은 세계 2위의 환적 허브항만(컨테이너 처리 기준 세계 6위), 광양항은 세계 11위의 종합물류항만으로 성장했다.

해운업계, 다양한 위험요소 대응 중요해져
해운업계의 가장 큰 위험은 단언컨대 ‘환경규제’라 볼 수 있다. 전 산업에서 탄소 중립 및 친환경 정책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탄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추가적인 환경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2023년부터 규제에 앞서 선사들은 기준에 맞지 않고 비효율적인 노후화된 선박을 교체해야 한다.

IMO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08년 배출량의 50% 수준으로 감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제 시행까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재 우리 국적선사가 보유한 400톤 이상의 외항선 990척 중 844척이 EEXI(현존선 에너지효율지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조선 업계에서는 환경규제에 맞춰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건조하는 등 친환경 정책에 발맞추고 있지만 더 강력한 환경규제 도입 전에 차세대 연료 사용 선박 선점을 위해 연구 및 컨소시엄을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위험으로는 선사 간 얼라이언스 재편이 꼽힌다. 경쟁이 과열된 기존 항로 이외에 급부상 중인 지역의 항로 내 얼라이언스 형성으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성공적인 예로 ‘K-얼라이언스’가 꼽힌다. HMM, SM상선, 장금상선, 팬오션, 흥아라인 등 5개 국적 정기선사는 동남아 항로에서 효율적인 선대 운영, 과잉경쟁 방지를 위해 자율적인 협력모델인 ‘K-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최근 인트라아시아 지역은 글로벌 생산기지에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국적 정기선사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원양항로 운항 선사(HMM, SM상선)와 인트라아시아 중심 선사(장금상선, 팬오션, 흥아라인)가 협력해 아시아 역내 화물을 모아 미주, 유럽 등 원양항로로 운송하는 것이다. 실제로 K-얼라이언스는 선복 교환 및 공동 운항 등을 시작으로 원가 절감과 효율성 확대를 위해 다양한 협력방안을 실행해 갈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이 밖에도 해운업에서 원가 경쟁력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세계 해운업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선박을 대형화하는 추세다. 국내 해운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물동량 외 타 경쟁요소 고려 시 마이너스 수익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대형 선박 수용을 위한 항만 내 인프라 발전 속도가 선박 대형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항만의 경우 선박의 대형화로 항만 내 대기 선박이 늘어나고 있으며 정박지 수용 능력을 키울 방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항만이 정박 용량에 대한 추가 조치를 하지 못한다면 점점 대형화되는 선박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스쳐 가는 거점의 역할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선박 대형화는 해운업 내의 설비, 운영 등 조직과 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단편적으로 선박이 대형화되어 더 많은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견해다. 

이 때문에 정박지의 최대 시설 수용 능력을 확장하거나 주변 여건 등을 종합적 활용을 위한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프라 외에 잠재적 사고 발생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올해 3월, 수에즈 운하에서 2만 150TEU급 에버그린 컨테이너선이 추진력을 상실해 선체가 기울면서 운하의 제방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수에즈 운하 항로가 사고로 인해 차단되면서 대기 중이던 300여 척의 선박이 정상적으로 통과하기 위해 일주일 이상 대기했다. 이 때문에 HMM의 ‘프레스티지호’는 결국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을 우회하기로 했으며 지연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선박의 대형화가 강풍 등 위협적 기상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위험요소에 대한 선제대응 외에도 부채비율을 줄이고 손실에 대비해야지만 국내 해운업이 다시 한번 영광의 시대를 열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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