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로지스틱스 (AGILE LOGISTICS) ⑥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공급망 관리의 목적이 과거에는 수익성 제고였다면,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성장’에 가치를 두고 있다. 기업이 성장을 위해 왜 고객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지 살펴보고, 이미 공급망 재편에 성공한 기업의 전략을 알아보고자 한다.

코트라와 인베스트코리아가 2020년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기업의 경영, 투자 전략 변경 계획’을 물은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4%가 코로나19를 맞아 공급망 재편을 마쳤거나 계획 중이라고 대답했다. 

또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츄어의 ‘A License For Growth’리포트에 따르면 9개국 900개 기업이 평균 1억 5340만달러(약 1738억원)을 투자해 ‘성장을 위한 공급망’으로 재편 중이라고 한다. 즉, 지금 공급망 변화의 키워드는 바로 ‘성장’이다.

안정적인 공급망은 기업이 위기 속에서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고,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한국은 양호했지만 세계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위기로 보건용품과 생활필수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이를 계기로 고객은 코로나19 같은 위기에서도 평소처럼 물품을 제공하는 강한 공급망을 가진 기업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고객의 신뢰는 곧 성장으로 이어지므로, ‘성장을 위한 공급망’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

  (출처: A License For Growth (Accenture, 2020)
  (출처: A License For Growth (Accenture, 2020)

고객중심 공급망을 만드는 네 가지 공식
고객중심 공급망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해답은 공급망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고객가치에 중심을 두고 공급망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재 기업은 공급망 재편을 위해 제품을 고객군과 조합해 여러 세그먼트로 나누고, 유사한 세그먼트를 묶어 그에 따른 공급망을 각각 정의해 고객이 제품을 더욱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축산유통플랫폼 미트프렌즈도 주요 고객인 식당과 정육점의 니즈에 맞춰 직배송과 택배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공급망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직영차와 지입차를 적절하게 분배했고, 관리 포인트를 합치기 위해 모든 차량을 한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입했다.

둘째는 데이터 분석으로 얻은 통찰이 기업의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시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면 통찰, 협업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은 공급망 관리에도 중요한 과제이다.

유니레버 네덜란드 지사는 코로나19 기간에 AI를 이용해 수백만 건의 배송과 수천 곳의 공급처를 관리했다. 재고부족을 사전에 감지하고 잠재적 위험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급망의 디지털 전환이 선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급망의 디지털 전환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공급망의 각 프로세스를 잇는 디지털 기반의 애자일 로지스틱스 도입이다. 

물건이 이동하면 정보도 함께 이동하고, 이동 순간마다 물류담당자, 센터담당자, 회계담당자 등 기업 내부 인력부터 협력사, 공급처, 고객까지 책임져야 할 주체도 달라진다. 이들이 원활하게 협력하기 위해서는 가시성을 갖춘 단일 통합물류플랫폼이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담당자가 동일한 정보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어떤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 최종적으로 고객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세번째는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한다.
고객중심 공급망 재편에 성공한 기업은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급망의 민첩성을 높이고 혁신을 촉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말해 우리 회사가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B2C 기업의 역량 중에서 ‘물류센터 자동화’는 한국에서도 화두이다. 초개인화 시대가 되면서 생산의 잣대는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이동했고, 재고를 파악하고 물건 배송을 준비해야 하는 물류센터의 일이 더욱 복잡해졌다.

내가 속한 조직이 ‘물류센터 자동화’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면, 물류센터에서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입출고관리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애자일 로지스틱스를 실현할 수 있다.

네번째는 경영진이 공급망 혁신을 논의하고 이끌어야 한다.
로지스팟의 ‘Logistics Digital Connect 2021’에 따르면 ‘물류 플랫폼 도입의 걸림돌’로 ‘담당 인력의 부족’과 ‘새로운 기술 도입을 꺼려하는 내부 조직 문화’를 1위와 3위로 꼽았다. 공급망 혁신이 기업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영진이 물류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어야 디지털물류를 기반으로 하는 애자일 로지스틱스가 가능하다.

‘고객만족’, ‘고객중심 공급망’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공급망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중요해지면서 최근 국내에도 미들마일의 디지털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더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을 통한 성장의 길에 들어서길 바란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