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과로사 방지 위해 노동·배송물량 줄여야 하지만 임금 감소 안 돼

택배기업, 업무량 감소해야 하는데 임금 유지하려면 택배요금 인상해야

정부, 파업 따른 소비자 불편 없어야 하지만 택배 수수료 보존은 불가 

택배상품 분류작업에 대한 추가 인력을 요구하며 전격적인 파업에 나선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이 “과로사의 원인이 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배송 물량감소로 임금을 하락시키면 안 된다”고 주장해 정부와 택배사업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택배근로자들의 파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조와 택배기업 간 지금의 대결국면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이미 인상된 택배요금보다 더 큰 폭의 요금인상이 불가피 해질 전망이다.  

한편 이 같은 요구를 정부와 택배기업이 수용해 택배서비스가 정상화되려면 현재의 택배요금은 대폭 인상되어야 가능해 결국 고객들의 불만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택배산업 3자들의 입장을 점검해 봤다.

 

노동시간과 배송물량 줄여야 하지만 총 임금 하락 안 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공동대표 : 박석운, 강규혁, 김태완 이하 대책위)는 11일(금) 오후 2시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택배근로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지 위해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오히려 택배노동자들의 물량과 구역을 일방적으로 빼앗는 도구로 전락해가고 있다”며 “택배 작업시간을 줄이고 배송물량을 감소시켜야 하지만 이 때문에 근로자들의 임금이 하락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연구용역을 통해 택배노동자의 적정 노동시간을 산출하고 현재의 장시간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과로사 방지 대책수립의 기본 방향”이라면서도 “이 때문에 임금이 줄어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사회적 합의기구의 출범 당시, 이를 위해 ‘분류작업 택배기업 책임’과 더불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물량감축, 이에 따른 임금감소분의 경우 택배 수배송 수수료 인상을 통해 보전하는 방식, 소위 ‘적정물량/적정수수료’가 의제로 선정돼 지금까지 합의 수준에서 논의되어 왔다”며 “정부와 택배기업 측에게 이 같은 합의 수준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택배기업과 정부 측 관계자는 택배노조의 이 같은 주장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택배사업자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택배서비스 작업 시간을 줄이면서 현 임금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택배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 기구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택배요금 인상분이 결정된다고 해서 택배요금을 지불하는 모든 고객이 ‘예’라고 인정, 요금 인상분을 순순히 지급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현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요구사항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키려 할 경우 최종적으로 택배요금을 지불하는 고객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정부·택배사업자, 노조요구에 곤혹 … 여론추이 따라 역풍도 우려

노조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정부 역시 11일 오후 긴급 대책회의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지난 6월8일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회의를 주재한 국토부 역시 “임금 감소분의 대한 수수료보전 대책을 제외하고 물량 감축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만을 담은 사회적 합의 초안을 제출했으며 수수료 보전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택배요금의 경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각기 다른 택배기업 별로 자율적인 결정을 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보전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택배사업자 관계자는 “택배노조의 주장과 택배기업 간 견해 차이에 따른 결과가 택배서비스 파행이 될지, 재개일지는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가 수 천억원의 임금을 보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택배요금을 지불하는 고객이 택배사용을 줄이던 추가된 요금을 더 지불 하던지에 대한 결정은 시장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택배사업자들은 “현재 정부의 조정이 시장에 역행, 택배 사업자들의 입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돼 택배기업들이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 택배요금은 노조의 요구대로 인상될 것이며, 택배기업들이 서비스 파행을 견딜 수 있을 경우 노조와의 수수료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정부의 '노조 바라기식 조정'은 현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택배노조의 노동시간과 배송물량은 줄이면서도 현재의 임금은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택배기업과 정부관계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좀 더 향후 행보를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현재 파행 운영되고 있는 생활물류시장에서 최종 피해자인 고객들이 과연 어떤 여론으로 나타날지에 따라 택배노조 측 역풍도 우려된다.

과연 향후 택배산업과 연관된 노사정 관계자들의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치닫게 될지 시장의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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