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설립 무산됐지만 근로환경 개선 목소리에 응답해야

아마존은 2019년부터 물류 서비스망 구축 등 배송 시간 단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지난해 4분기 수익은 870억 달러로 증가했다. 뉴욕 지역의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450,000평방 피트의 물류센터를 추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간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자산은 1,288억 달러에서 128억 달러가 늘었다.

아마존의 이러한 행보는 뉴욕 고객과 아마존 주주들은 만족해하겠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11월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600여 명의 노동자는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아마존에 제출했다.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노동자들은 창고 휴게실을 오가는데 최대 15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15분씩 2회 제공되는 휴식을 30분씩 1회로 통합시켜 줄 것과 더욱 안정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 등을 아마존에 요구했다.

아마존에서 피커로 근무하다 퇴사한 Juan Espinoza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각 항목당 처리 시간은 최대 7초 내이며 1시간에 많게는 400개를 처리해야 했다. 나는 로봇이 아니고 인간인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한 오더 피커는 일로 인해 만성 요통과 무릎 통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또 다른 오더 피커는 진통제를 일주일에 2~3회 복용해야 할 정도의 요통에 시달리고 있어 유급휴가, 반차를 내고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혹독한 근무 환경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항상 있었지만 아마존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있다. 노동자들은 아마존이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안전하게 지켜 줄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예로 아마존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별다른 안전예방 조치를 갖추지 않았고 마스크나 손 세정제도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근무 환경 속에서 강도 높은 업무를 강행하게 했다.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음료 페트병에 소변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지지했지만 실패한 ‘아마존의 노조 설립’
앨라배마 물류센터 노동자를 중심으로 시작된 아마존의 노조 설립 추진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유명인들까지 아마존의 노조 설립을 지지하면서 아마존 경영진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마존의 노조 결성은 처참히 실패했다. 앨라배마주 아마존 베세머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소매, 도매, 백화점 연합(RWDSU)’ 가입에 과반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참담한 투표 결과에 노조 추진 측은 아마존이 앨라배마 물류센터 일부를 면밀히 감시하고 노동조합 조성을 불법적으로 방해했으며 투표 과정에서도 사 측은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송했으며 급여 삭감이나 해고 등으로 직원을 위협하는 등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Heather Knox 아마존 대변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앨라바마 물류센터 직원 중 16%가 노조 가입에 찬성 투표를 했지만 RWDSU 노조는 직원들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대신 계속해서 사실 왜곡하고 있다. 다음 단계의 법적 절차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조에 대한 의문과 지역적 특성이 실패의 주요 원인
한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문제에 있어 회사 편에 선 이유에 대해 회사의 관대한 급여 정책과 복리 후생, 공격적 노조 캠페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이 앨라배마 물류센터의 투표 결과를 유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에서만 12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전 세계적으로 13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최대 직원 수를 보유한 월마트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다. 아마존은 노동자들에 연방 최저 시급인 7.5달러보다 두 배 높은 15달러 이상의 최저임금과 의료 보험 서비스 등을 입사 첫날부터 지원하기 때문에 노동자들도 안정적이고 포용적인 직장임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아마존 노동자들은 직업 안정성에 대해 우려와 노조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급여와 혜택을 현저하게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앨라배마 주의 특성도 아마존 노조 설립이 무산된 한 이유 중 하나다. 앨라배마 주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가장 낙후된 주 중 하나로 인종차별도 심각한 지역이다. 또한 헌츠빌의 NASA 스페이스 센터, 남부 멕시코만 연안의 모빌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전히 농촌 지역이다.

이번 노조 설립 무산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앨라배마라는 지역적 특성이 아니었다면 노조는 구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앨라배마 물류센터에 노조가 설립됐다면 아마존의 미국 내 다른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승리한 아마존, 근로환경 개선 약속…‘노동자들의 신뢰 높여야’
미국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민간 기업인 아마존은 여러 상황과 조건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노조 설립 무산이라는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

아마존은 노조 설립을 막는 데 성공하자 직원들을 달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는 노조 설립 무산에 대해 “아마존이 지구상 최고로 안전한 직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마음먹은 것에 실패한 적이 없다면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마존닷컴의 CEO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직위가 변경된 후에도 물류센터를 담당하는 팀과 협업해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내에 발생한 업무 재해의 40%가 반복적인 동작에 의한 염좌 혹은 근골격계 이상, 요통 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당장 올해부터 임직원들이 서로 다른 근육을 사용할 수 있는 업무에 교차 순환 근무할 수 있도록 업무 배치를 주기적으로 재조정해 산재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아마존은 승리에 기뻐하며 안심하기보다 노동자들을 위한 최상의 근무조건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노동자들이 아마존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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