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류기술 및 설비, 여전히 뒤처져…미래물류 핵심은 ‘도심물류’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기술의 시대이다. AI(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한 4차산업혁명 기술들은 산업 전체에 빠르게 스며들며 이전 대비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 물류산업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인력이 투입되는 부분이 타 산업에 비해 여전히 많은 편인 물류산업에는 이제 인간을 대신할 로봇이나 AI 등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되며 그야말로 새로운 물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글로벌 물류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4차산업혁명 기술들이 적용된 상태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공룡으로 성장한 아마존을 필두로 DHL 등 다양한 물류기업들은 물류기술을 도입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물류업계 역시 다양한 물류기술을 적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글로벌 물류업계에 비해서는 그 속도가 더딘 것이 사실이다. 물류기술의 도입 속도와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국내 물류업계에 도입되어 있는 기술에 대한 파악과 함께 정책적인 지원을 위한 기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그리고 지난해 초,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4차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물류 시대의 도래에 따른 구조변화와 미래를 전망하고 나아가 물류 관련 중장기 투자추진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2020 물류기술정책지원사업’을 발표했다. 국내의 물류기술 및 시설의 도입현황과 향후 전망 등을 담은 이번 사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사업의 연구책임을 담당한 민연주 연구위원을 통해 ‘2020 물류기술정책지원사업’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물류시설장비, 여전히 외산 의존도 높아
이번 사업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수행한 물류기술 생산업체 및 수요업체에 대한 조사의 DB를 토대로 2020년대 국내 물류업체들의 물류기술 및 시설의 도입이 얼마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또 그들의 니즈는 어떠한지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들이 사용 중인 핵심 물류 시설 및 장비의 약 40% 가까이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수치는 지난 2015년 34.7%에서 2018년 39.2%로 증가해 더 눈에 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국내의 물류기술 제조업 생태계가 영세한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 아울러 외산 물류장비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만족도도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같은 기간 제자리걸음에 그친 국산장비에 대한 만족도와 대비되는 결과다. 이와 같은 국내 기업들의 물류시설에 대한 외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국내만의 기술적 차별화와 선도적인 기술 개발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물류시설 및 장비의 외산·국산 제품의 비율을 물류장비의 종류별로 살펴보니 AS/RS(Automated Storage / Retrieval System), 고속자동분류기 등 스마트 물류센터의 핵심 솔루션인 첨단 자동화 장비일수록 외산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 5년 내 신축된 자동화 물류센터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지난 2018년 오픈한 A 택배사의 터미널의 경우 99% 외산장비를 활용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으며 B 택배사의 경우도 외산 택배 자동분류장치를, C 유통업체 역시 풀필먼트 센터에 외산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바 있다.

또 물류활동 영역별로 외산·국산 제품의 활용비율을 살펴보면 범용기술이 많이 활용되는 포장 분야의 국산설비 활용률은 66.4%로 비교적 높은 수준인 데 반해 첨단 자동화 시설 및 장비를 활용하는 보관이나 하역분야의 경우 국산장비 활용률이 40%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외산 물류설비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능의 만족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물류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외국 기업에 비해 비교적 영세한 국내 물류기술 제조기업은 외산장비의 수입대행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장비 업그레이드 등의 사후지원이 어려워 기업들의 만족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국산장비를 선호하는 경우 가장 큰 이유를 구매비용으로 들었다. 외산설비를 사용하는 경우 부품을 현지로부터 수입해와야 하는 데다 수리를 원할 때도 전문기사를 불러야 하는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업무처리속도가 필수인 물류기업에게는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미래물류의 핵심 트렌드, ‘도심물류’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지난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자상거래를 필두로 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택배물량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택배물량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상승했으며 마침내 지난해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물동량 30억 개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택배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물류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도심 내 물류거점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유통기업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증가와 온라인 쇼핑사업자·택배사 등의 배송속도 전쟁이 일어나면서 수도권 주변으로 1만 평 이상의 대규모 물류시설과 자동화 설비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물류시설로 인한 교통량 증가와 소음발생 등으로 인해 물류시설 확충을 위한 부지확보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물류센터가 수도권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배송거리가 늘어나 경제성으로 따져봐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해외 물류시장에서는 도심 물류거점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에서 진행된 SMILE 프로젝트. Smart green Innovative urban Logistics for Energy efficient mediterranean cities의 준말인 이 프로젝트는 도심 지역에 친환경 이동형 컨테이너 기반의 소규모 분산물류 시설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로 대도시 중심부 내에 환적 포인트를 선정해 라스트마일 배송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스 등이 참여한 당시 프로젝트를 통해 프랑스는 UCC(Urban Consolidation Center), 집배송 포인트 확산 사업 등 도심 내 물류 원활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은 도심 내 물류를 위한 카드로 지하철을 선택했는데 그것이 바로 지하철 택배다. 일본 삿포로를 중심으로 지하철을 통한 화물 운송 시험을 진행했던 일본은 실제 도심에 유입되는 트럭대수를 기존 28대에서 3대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지하철을 활용한 물류시범사업은 프랑스에서도 있었는데 파리교통공단은 트럭 등으로 인한 도로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트램을 활용한 도심 내 화물수송방안인 ‘TramFret’을 시험운영한 바 있다.

‘TramFret’에 짐을 싣고 있는 모습
‘TramFret’에 짐을 싣고 있는 모습

프랑스와 함께 독일에서도 도심 물류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데 바로 지하화물운송시스템이 그것이다. ‘CargoCap’이라는 이 시스템은 인구와 공장의 밀집도가 높은 지역의 교통량을 해소하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하 파이프라인 관로를 이용해 24시간, 무인 자동으로 화물을 수송하는 것인데 현재 운송 범위 130km 반경 지역 내로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지하화물운송시스템 ‘CargoCap’
독일의 지하화물운송시스템 ‘CargoCap’
“국내 물류기술, 경쟁력 확보해야”
미니인터뷰 - 민연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Q. ‘2020 물류기술정책지원사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의미는 융복합 기술·산업의 동향과 현장은 조사분석해 스마트물류기술개발과 신규 산업정책을 선도하는 데 있습니다. 또 산업현장의 노하우와 학술분야 정보 및 이론을 융합한 신 물류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널리 알리고 공유함으로써 물류기술 산업과 서비스 산업을 연계한 실용화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주요 목적입니다.

Q. 물류 트렌드 분석이 시작된 지난 2014년과 비교해 2020년에 이르기까지 국내 물류업계는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십니까?
A. 가장 큰 변화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기술수요가 늘고 산업간 경계가 무너진 다양한 사업과 신규 창업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첨단기술의 외산기술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범용기술의 경우 중국기술이 국산기술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국내 물류기술의 수준은 세계시장과 비교해 어느정도 수준이며 경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18년 기술수준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내 물류분야 기술수준은 최고국 대비 78.5%, 기술격차는 3년 정도로 중국기술에 추월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물류기업의 첨단기술 투자가 활발해져야하며 이를 위해 국산기술 활용에 대한 세제혜택 등 정부차원의 지원정책이 필요합니다.

Q. 현재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A. 국토교통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약 1,000억 원이 넘는 R&D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또 최근 2년간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제, 우수 물류신기술지정제 등 신규 지원제도 도입과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Q. 최근 택배기사의 근로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물류신기술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A. 도심 내 배송센터 처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택배화물인식 등의 표준정보 활용과 근력보조장비 등의 안전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 배송기사들의 배송상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배송차량개발, 배송로봇, 드론 등의 기술개발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도심 내 센터 자동화 생산성 향상기술은 개발 즉시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정부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인 2023년을 기점으로 도심 배송수단의 친환경 수단도입은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Q. ‘2020 물류기술정책지원사업’을 기반으로 추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나 향후 진행 예정인 물류 관련 사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올해에는 대국민 물류산업 인식조사와 텍스트 마이닝 분석을 통해 과거에 비해 물류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변화와 정부에 바라는 점 등을 제안해보려 합니다. 또 코로나19로 가속화되고 있는 물류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 및 향후 시장변화 분석도 시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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