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조원의 지속적 투자, 수많은 일자리와 연계산업 발전시켜

초창기 택배사업은 신규 사업자에게 큰 재무적 부담 없이 가능해 다양한 중소 택배기업들까지 시장 진출에 나서게 했다. 이후 2000년대 택배 춘추전국시대를 맞으며 경쟁이 심화되자 대기업은 물론 중소규모 30여개의 택배기업들까지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렇게 치열한 시장 붙임을 보낸 뒤 2020년, 신규 택배 사업자로 시장에 진출하려면 적어도 5곳 이상의 시 도에 총 30개소의 택배 영업소를 갖추고, 화물분류시설 및 보관시설 3곳과 전국 택배화물 추적이 가능한 IT전산망 등을 보유해야 한다.

물론 단순 택배사업 허가를 위해 이 정도의 시설과 장비구비 비용은 큰 부담이 아니지만 최고의 택배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상 이상의 천문학적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CJ대한통운의 경기도 곤지암 택배허브 터미널 구축비용은 약 3천 8백억 원 가량이 투자됐으며, 오는 2022년 본격 운영을 앞둔 롯데글로벌로지스(이하, 롯데택배)의 진천 택배 메가허브터미널 역시 3천 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진 역시 1천 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터미널 확장 투자에 나섰다.

▲ CJ대한통운 곤지암 허브 터미널

그럼 택배기업들은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얼마의 투자를 이어 온 걸까? 일상에서 당연하게 제공되는 택배서비스는 사실 이처럼 기업들의 천문학적 투자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지속된 덕분이다.

이 때문에 택배산업은 6만 여명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기타 후방 산업 관련 일자리까지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일선 근로자를 비롯해 소비자들 모두는 이 같은 투자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한다. 택배기업들의 지속적인 일련의 투자 행보를 점검하고, 이런 노력들이 어떤 결실로 이어졌는지 알아봤다.

 ◆수 조원의 지속적인 투자 생활물류시장 필수 서비스로 등극

국내 택배업 원조기업인 ㈜한진은 최근 그룹 주체인 대한항공의 항공 산업 불황에도 불구, 1천 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데, 이런저런 재정적 어려움에도 한진의 유상증자 결정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이어온 택배부문에서의 재투자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란 지적이다.

한진의 이번 결정은 전자상거래 산업의 급성장과 급변하는 물류산업 환경에 따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함과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조치로 보인다. 특히 한진은 오는 2023년까지 택배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대전 메가 허브터미널 구축 및 주요 거점 지역의 서브 택배터미널 신·증축, 택배분류 자동화 설비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물류 인프라 확대 및 글로벌 이커머스 국제특송시장 공략을 위해 인천공항 GDC를 개장하는 등 약 4800억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지난해 롯데그룹 물류부문을 전담, 여타 유통물류산업 활황을 위해 사업을 본격화 한 롯데택배 역시 기업 인수 합병에 따라 멈췄던 택배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택배는 중부권 메가허브 터미널 구축을 위해 약 3천 억원의 투자를 통해 오는 2022년 1월부터 본격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택배가 인수 합병이후 첫 투자에 나선 충북 진천 메가허브터미널은 증가된 택배물량에 대비하고, 원가경쟁력 강화 및 배송 네트워크 체제 개선을 통한 수익성 제고 등이 목적이다. 시설운영이 본격화 되면 부지 4만평, 건축 연면적 약 5만평의 지상 3층 규모인 터미널에서 하루 15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고, 인공지능을 기반해 3분류, 5면 바코드 스캐너, Load balancing 등 DT장비 도입으로 첨단 자동화 터미널로 선보이게 된다.

▲ 롯데글로벌 로지스 영남권 물류통합센터 전경

이와 함께 롯데택배는 영남권 물류통합센터를 위한 예상 투자액만더 약 1,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롯데택배가 투자하고 있는 여주 의류통합센터 역시 약 1,6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규모만 부지 5만2천평, 건축연면적 약 3만평의 지상 3층 규모로, AGV1(Automatic Guide Vehicle), Pocket Sorter2 및 Put to wall3 등의 피킹 및 분배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규모는 오랜 기간 이미 투자된 금액과 비교해 빙산의 일각이다.

이처럼 국내 택배시장의 2, 3위 택배기업이 최근 투자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재정 규모만도 1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럼 국내 1위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의 택배관련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당장 CJ대한통운은 택배업 최초로 서브터미널 분류설비 완전 자동화 (전국 SUB터미널 170여 개소 휠소터 설치)에만 1400억원을 쏟아 부었다. CJ대한통운의 휠소터 투자결정은 온전히 배송기사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분류작업의 노동 강도를 낮출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렇게 CJ대한통운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170여개 SUB 터미널에 자동화 설비를 완료, 국내 최고의 택배화물 자동화 시설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분류작업 효율성은 약 2~4배 높아졌고, 근로자들의 편의성·안전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기존 분류작업 방식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 여타 경쟁사들의 변화까지 가져왔다. 일선 배송근로자들 대부분은 기존 ‘1일 1배송’이 아닌 ‘1일 다회전 배송’ 방식으로 효율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수입 증가와 작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워라벨 개선 등의 효과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택배물량 규모화를 이루기 위해 경기도 광주시에 곤지암 메가허브 터미널을 4천 억원을 투입했다. 이 터미널은 축구장 면적 40배 크기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1일 처리 물량만 170만 상자에 이른다. 이밖에 소형 택배상품 분류전담 자동화시설 멀티포인트(MP) 역시 오는 2021년까지 1,600억원을 투입, 총 77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중견 이형화물 택배기업들의 투자도 대기업 택배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다. 대신택배와 경동 합동택배의 경우 터미널 구축에 1천억 이상의 자금이 투자됐으며, 수도권 도심 내 영업소 부지 1곳 확보에도 100 억원에 가까운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뤄져 왔다.

 ◆수많은 신규 일자리 창출과 160조원 온라인 유통시장 지탱

이렇게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온 택배산업 플레이어들은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인 업의 존속을 위해 고객만을 바라보며 기업을 일궈왔다. 이들 택배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만 6만 여 개에 이르며, 여기에 4인 식구를 합산하면 현재 택배기업들의 투자만으로 24만 여명의 가계가 코로나19 정국에 산업시장에서 당당히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럼 이와 같은 대규모 금액의 산업시설 투자가 일자리만 창출했을까. 아니다. 당장 지난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규모만 134조원에 달하며,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 약 16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거대 대한민국 전자상거래 유통시장은 택배서비스 없인 단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시장이다.

따라서 고작 7조원 가량의 매출 시장인 택배서비스 산업이 160조원의 거대 유통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택배기업들의 지난 30여 년 동안 지속해온 투자 없이는 매년 급성장하는 미래 유통업의 꽃인 이커머스 산업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연이은 근로자들의 사망사고를 비난의 화살을 맞는 국내 택배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딱 1주일만 배송을 멈추고 싶다”며 “아마도 1주일은 고사하고 2~3일만 배송을 멈춰도 대한민국 160조원의 온라인 유통시장은 일순간 대 혼란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온몸과 정신이 너무 아프다’는 것이 택배일선 관계자들의 진심이다.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배송근로자들 뿐 아니라 수 천 억원, 수 조원의 대규모 투자와 이에 따른 투자 위험을 감수하고 전쟁터 같은 택배산업계 주역으로 자리한 택배기업들 역시 이번 사고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택배기업들은 말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소비자들과 함께 큰 산업으로 성장한 온라인 유통시장의 파트너로써 한순간의 서비스 멈춤 없이 꾸준히 이어온 투자와 노력을 쏟아낸 택배기업들의 고충들을 지금부터라도 경청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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