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통한 글로벌 항공화물시장 확대 필요

항공사 및 공항 평가기관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43개 항공사가 파산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2018년 56개사, 2019년 46개사와 비교하면 적지만 이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항공사를 살리기 위한 각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때문으로 해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각국 정부가 항공업계 지원을 위해 10월까지 총 16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6조원 상당의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여전히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항공업계에 30조원을 지원하며 “미국의 운송 시스템을 잃어버려서 안 된다”며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항공사들이 어려운 가운데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경영난에 빠진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16일, 정부는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결정했다. 통합을 통해 출범하는 초대형 항공사는 2019년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를 단순 합산할 경우 세계 7위권의 초대형 국적 항공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과연 이렇게 합병된 초대형 항공사의 항공화물 시너지는 가능할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효자 ‘항공화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1분기 항공업계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2분기엔 흑자로 돌아섰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2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 6909억원, 영업이익 1485억원을 기록, 3분기에도 매출 1조 5508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하는 등 예상외의 실적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해 2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8186억원, 영업이익이 1151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도 매출 7311억원, 영업이익 5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두 항공사가 나란히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많은 요인 중 하나는 ‘항공물류’ 부문의 실적을 꼽는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화물사업 매출만 1조 163억원을 올려 2분기에 이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매출은 3762억, 59% 증가했으며 수송량 역시 20%가량 늘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3분기 4845억원의 항공화물 운송매출을 기록, 지난해 매출 3,147억원 보다 54% 증가하는 등 양대 항공사 모두 항공화물 서비스로 쏠쏠한 실적을 올렸다.

항공사 관계자는 “3분기 항공화물 운임이 2분기에 비해 하락하고 외국 항공사들도 화물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영업이익이 줄긴 했지만, 코로나19 방역제품을 비롯해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한 항공화물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선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3위권 화물처리 능력 갖춰…‘장점 극대화해야’
블룸버그의 2019년 글로벌 항공화물 수송량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5위, 아시아나항공 18위에 올라있다. 두 항공사가 합병해 단순 수치를 더하면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을 제치고 세계 3위 단일 항공화물 항공사가 된다. 한편 2020년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화물기는 23대, 아시아나항공이 13대의 화물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여러 논란을 제쳐두고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두 항공사가 통합하게 된다면 항공화물시장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가 나와도 90~95%의 사라진 항공여객시장이 단숨에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며 반면 항공화물의 경우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합병 이전인 4분기에는 반도체, 이커머스 물량 등 전통적인 항공화물 성수기 바람을 타고 글로벌 코로나 위기 속에서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 치료제가 개발되면 의약품 항공 수요로 인해 기존 항공화물 처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두 항공사가 통합해 항공기 운항 스케줄과 각사가 갖추고 있는 글로벌 항공노선 네트워크, 영업력 등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상운송을 항공운송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었으며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전자제품, 바이오 등에 대한 전망도 좋아 항공물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3위권의 항공화물 처리능력을 가진 항공사가 탄생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항공화물 분야의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반대의견을 가진 또 다른 관계자는 “두 항공사의 합병이 지금과 같은 항공화물시장 활황에선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은 맞지만, 물동량이 감소할 경우 더 큰 리스크를 맞닥뜨릴 수 있다”며 “합병에 이점만 있는 건 아닌 만큼 지금의 통합이 만능 해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