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중심으로 개발 및 투자 줄이어…항만 등 적용 분야 점차 확대

자율주행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따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과 함께 미래 물류를 이끌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나 근래 들어서는 컨테이너 등 무거운 중량을 옮기는 대형트럭에서부터 라스트마일 분야의 소중량 물품 전문 자율주행로봇까지 물류 전체 단계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율주행이라는 카드가 장착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물류 산업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예측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과연, ‘자율주행’이라는 향은 전 세계 물류업계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을까?

도요타의 다목적 자율주행차 ‘e-Palette’
도요타는 지난 2018년에 열렸던 CES 2018에서 ‘e-Palette’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차량(Concept Vehicle)을 공개한 바 있다. 도요타는 ‘e-Palette’의 개념을 모바일 상점, 배달 유닛, 사무실 공간 또는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자가운전 전기기계(유연한 특수 목적 차량)로 정의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e-Palette를 구상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동성’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도요타에 따르면 ‘e-Palette’는 개방형 인테리어 디자인 레이아웃을 통해 차량을 소포 배달, 승용차 공유 또는 전자상거래 등 사용자 요구에 따라 맞춤형 인테리어로 꾸밀 수 있다. 이처럼 차량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이동을 위한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는 물론, 무인 물류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함께 공개했다.

도요타는 도시형 다목적 자율주행차인 ‘e-Palette’를 발표하면서 자율주행 차량, 이동성 서비스, 스마트시티를 묶는 개념인 주문형 도시(On-demand city)라는 개념도 함께 제시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완전자율주행 공유차량인 ‘e-Palette’는 도시 내에서 개인 이동뿐 아니라,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도 제공하며, 작업용 차량, 게임용 차량 등 다목적 기능(서비스)을 제공한다.

DB Schenker, 트럭의 군집주행 테스트 진행
독일 물류업체인 DB Schenker는 지난 2018년 초, 트럭 메이커인 MAN Truck&Bus로부터 군집주행(platooning)이 가능한 파일럿 트럭을 인도받아 일일 물류운영에 도입하기 위한 테스트 운행을 실시했다. 이는 물류업계에서 실제 응용을 위해 네트워크 트럭을 배치한 최초의 사례여서 당시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8년의 군집주행 테스트 운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DB Schenker는 그로부터 2년 전인 2016년부터 ‘European Truck Platooning Challenge’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중국 주하이항, 항만 내 자율주행 트럭 도입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스마트 시스템을 항만에 도입했던 중국. 중국 주하이항에서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항만 내 컨테이너 운송에 자율주행 트럭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트럭은 표준속도 30㎞로 운행되는 18m 길이의 무인화 트럭으로 터미널 해측 갠트리 크레인과 장치장 사이 구간을 운행한다.

중국 상하이 소재 Startwell Westwell Lab 사에서 개발한 이 트럭은 인공지능 기술(AI)을 탑재하고 있어 최적의 경로를 자동으로 계산하고 탐색할 수 있다. 또 다른 트럭과 항만 구조물 등 장애물을 피하고, 필요시 속도를 늦추거나 정지 또는 다른 경로로 우회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중국의 위성 시스템인 Beidou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을 기반으로 하여 레이더, 센서 등에 의해 2㎝ 이내의 오차범위로 이동하므로 정확하고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트럭은 인건비 절감과 함께 투자 대비 큰 비용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주하이항 측에서는 기존 트럭 운전자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비용이 약 30%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장점도 있다. 기존 항만을 최근 트렌드인 자동화 항만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야드 바닥의 트랜스폰더(무인 차량의 위치 감지 기능) 설치, 도로 특수 표면 처리 등의 개조 비용이 발생하나, 자율주행 무인트럭을 활용하면 개조비용 대비 적은 투자비용으로 자동화 항만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DFDS, 운전자석 없는 자율주행 트럭 테스트 진행
덴마크의 국제 해운·물류회사인 DFDS는 지난해 6월경 볼보트럭(Volvo Trucks)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커넥티드·자율주행 차량인 베라(Vera)를 이용해 항만-내륙 구간에서 운송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DFDS는 유럽과 터키 등지에 교통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약 20개국에 8,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베라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차량으로 물류센터나 공장, 항만 내의 반복적인 운송작업 같은 단거리·대량운송에 특화되어 있다.

테스트는 베라의 운행속도를 시속 40㎞로 제한하고 제어센터에서 운행을 모니터링 하는 형태로 진행됐으며 운전자석이 없는 자율주행트럭으로 컨테이너를 운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이 테스트의 결과에 따라 향후 자율주행 시스템의 성능이 향상이 되고 중앙제어센터에서 한 명의 모니터링 직원이 다수 차량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된다면 물류운송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SPS 우편배송도 자율주행 트럭이 한다
미국 USPS 역시 지난해 5월부터 자율주행 트럭을 활용한 우편배송 서비스의 테스트에 들어갔다. USPS는 이를 위해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인 TuSimple과 2주 파일럿 테스트 계약을 체결하고 애리조나 주 피닉스와 텍사스 주 달라스 간 1,000마일(약 1,608㎞) 구간을 5회 왕복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TuSimple의 자율주행 트럭은 22시간 연속주행을 실시했으며, 안전 운전자와 모니터링 요원이 탑승한 상태에서 테스트가 진행됐다.

미국 시장에서 장거리 우편배송은 보통 하루가 걸리고 2명의 운전사를 고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USPS는 이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자율주행 트럭을 활용해 트럭운전사 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월마트, 미들마일 배송 서비스에 자율주행 밴 도입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해 7월 신생 기술업체인 Gatik 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이 회사의 자율주행 식료품 밴(Autonomous Grocery Van) 차량을 이용해 자사 물류 창고에서 편도 2마일(약 3.2㎞) 내외에 위치한 상점을 주 대상으로 미들마일(middle mile)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미들마일 배송은 물품이 최종 소비자가 아닌 물류 거점 및 판매점으로 전달되는 서비스로, 일종의 B2B 거래이기 때문에 화물차와 자동화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특정 구간만을 반복해서 운행하기 때문에 감안해야 할 변수가 라스트마일 배송보다 훨씬 적고, 학습해야 할 구간이 정해져 있어 예측이 어렵지 않은 등 비교적 준비 과정이 간단하다. 월마트가 미들마일 배송에 자율주행 트럭을 도입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장점 때문이며, 자율주행 미들마일 배송은 라스트마일과 비교해 상용화 속도가 더 빠를 전망이다.

구글 Waymo, 운전자 문제 대안으로 자율주행 트럭 선택
구글 산하의 자율주행 기술회사 Waymo는 지난해 9월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8등급 트럭으로 화물을 적재하고 고속도로를 왕복하는 시험주행을 한 후, 2020년부터 이 기술을 모든 8등급 트럭과 라스트마일 배송 차량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Waymo는 자율주행이 물류 산업이 겪고 있는 운전자 고령화 및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공차 중량(Gross Vehicle Weight Rating, GVWR) 규정에 따라 트럭 차종을 1등급(Class 1)에서 8등급(Class 8)까지 분류하고 있다. 소형 트럭은 1~2a 등급, 중형 트럭은 2b~6 등급, 대형 트럭은 7~8 등급으로 구분된다. Waymo는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주에서 트랙터 트레일러 자율주행의 시험주행에 성공한데 이어 지난해 초에는 처음으로 8등급 트럭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 애틀랜타 구글 데이터 센터에서 화물을 적재하고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왕복 운행하는 시험주행까지 연달아 성공했다. Waymo는 렉서스, 재규어, 토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이 제작한 맞춤형 콤팩트 카와 밴 등 라스트마일 배송 차량에도 자율주행 기술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UPS의 전략적 대안… 자율주행 기술업체 투심플에 투자
미국의 대표적 배송업체인 UPS는 지난해 중국의 자율주행 차량업체인 투심플(TuSimple)의 일부 지분을 매입하는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배송업체가 자율주행 업체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발표 이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선 투심플이 어떤 기업인지를 알아야 한다. 투심플은 2021년 운전자가 전혀 필요 없는 배송을 목표로 악천후에서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한 카메라 중심의 자율주행 트럭 인식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다. 현재는 8등급 자율주행 견인 트레일러(1만 5,000㎏)를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투심플이 개발한 카메라 중심의 자율주행 트럭 인식 솔루션은 레벨 4의 기술이다. 레벨 4 기술은 특정 조건 아래 운전자 개입 없이 자동차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도록 하는 기술 수준으로 운전자가 수동 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자율주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UPS는 이 레벨 4 기술을 이용해 자율주행 트럭 기반의 물류 혁신을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UPS는 투심플의 레벨 4 기술이 접목된 자율주행 트럭이 물류 네트워크의 효율 및 배송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시키면서 공급사슬 혁신까지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UPS는 주문량이 폭주하는 피크 기간에는 제3의 배송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물량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투심플의 레벨 4 기술을 도입하면 이들 업체의 활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배송 비용을 30% 정도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대형트럭 고속도로 군집주행 국내 최초 시연 성공
현대자동차는 지난 해 11월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 내 대형트럭 군집주행 시연에 성공했다. 이 시연은 2018년부터 시작된 국토교통부 주관 정부과제의 일환으로 국토교통부 외 한국도로공사, 현대자동차, 국민대학교 등 민관산학이 함께 참여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시연 성공을 계기로 군집주행 기술 고도화는 물론, 고 단계의 대형트럭 자율주행 기술과 접목시켜 보다 완벽한 상용차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시연은 여주 스마트하이웨이(여주시험도로)에서 트레일러가 연결된 최대중량 40톤급 대형트럭 엑시언트 2대로 진행됐다.

이번 시연에서 2대 대형트럭 각각에 탑재된 V2V 시스템은 가속, 감속 등 차량의 제어정보뿐 아니라 카메라, 레이다 등 각종 센서에서 수집된 ADAS 정보를 군집주행 중인 차량들 간에 실시간으로 교환,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실시간 선두차량 전방영상 공유’ 기능도 V2V 기술을 활용해 구현했다. 선두 차량의 전방영상을 실시간으로 추종 차량 모니터에 보여줌으로써 전방 시야 감소를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국내 최초 시연 성공으로 현대자동차는 대형트럭 군집주행 기술 상용화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시연 성공에 그치지 않고 국토교통부 주관의 대형트럭 군집주행 정부과제 수행을 통해 군집차량 차간거리 축소, 도로교통 인프라 정보 활용 등 고 단계의 군집주행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 기술 경쟁력 제고 및 시장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고 관련 투자를 지속 확대해 왔다. 특히 상용차에 대한 군집주행 기술 외에도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트럭 개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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