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물류 주체 모두 참여하는 PBCM 조직 만들어야

항만의 연속성 있는 기능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고베항의 경우다. 1995년 고베 대지진 시 대량의 화물이 고베항에서 부산항으로 옮겨 오면서 부산항은 단숨에 세계 3위 항만이 되었고, 반대로 고베항은 지진 복구 후에도 중소형 항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국토교통성은 항만 부분에서 약 40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지진으로 인한 항만, 도로 등의 파손뿐 아니라 수출입 지연에 따른 간접적 손해까지 포함한 것이다. 또한, 한신·아와지 지진의 피해액 약 10억 엔 중 항만 관련 직접 피해 규모만 약 1조 엔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지진 이후 수출입액은 첫해 전년 대비 38.9% 감소하였고 이듬해 49.9% 감소하였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항만지진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하지 않는다면 국가 경제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부산항이 3개월 폐쇄될 경우 약 70조 원의 국가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항만지진에 대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항만재난은 곧 국가재난… 미래 재난에 대비해야
항만은 국가 물류의 중요 연계시설이자 군사보안 시설이라는 점에서 항만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자연재난이면서 동시에 국가기반재난에 해당한다. 따라서, 항만에서의 재난피해 방지 노력과 재난 발생 시 피해 상황 복구, 그리고 파급효과 차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수출입 의존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재난에 의하여 항만 기능이 정지된다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지진 현상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지진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항만의 경우, 대형지진 등에 대비하기 위한 내진설계 등을 통한 시설물의 강화, 대응 체계의 수립, 대체 부두의 확보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항만 분야에서 재해·재난에 대응하는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 매년 재해 안전훈련을 시행하는 등 미래의 재해·재난에도 대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 국가기반체계 보호 기본계획’에 따라 국가기반시설인 무역항을 관리하고 있다.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은 국가 및 국민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물류대란을 방지하고 항만의 대외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기반시설의 재난관리체계는 비상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비상대책본부는 해운물류국장을 총괄 반장으로 한다.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네 단계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활동 내용도 단계별로 구성돼 있다.

우선순위는 복구 아닌 대체 물류 수단 찾기
기존의 재해·재난 대책은 재난 발생을 가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그러나 재해·재난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 방안의 추세는 재해·재난으로부터의 복구를 넘어 재난 발생 시 최단 시간 내에 기존의 기능을 복구하여 물류 흐름을 저해하지 않고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즉, 복구가 우선순위가 아니라 원활한 물류 흐름을 확보하는 대체 방안 찾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재난대비를 위한 물리적 조치만으로 자연재난을 완전하게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항만물류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항만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Port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PBCM) 개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BCM)는 기업의 영업 관점에서 도입된 개념으로 ‘여러 가지 재난 상황에서도 기업의 영업활동이 중단되지 않거나, 단기간에 정상 상태로 회복하여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BCM의 구축은 궁극적으로 영업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항만은 국가기반 시설이라는 점에서 수익적 관점의 BCM을 그대로 도입할 수는 없다. 항만은 수출입화물의 하역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지만 유사시 중요한 국방시설로서 기능해야 한다. 또 각 부두는 국가가 개발 및 소유하고 있으나, 실제 운영은 민간기업이 담당하고 있어 정부와 민간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시설 공간이기도 하다.

국가로부터 부두 운영권을 취득한 민간기업은 자사의 영업 범위 내에서 BCM 관리만을 수행하면 되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해당 항만의 모든 부두시설, 나아가 국가 전체 항만을 대상으로 부두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그 관리 범위의 영역이 민간기업과는 매우 다르다. 부두 운영사 입장에서는 자사가 운영하는 부두시설이 BCM의 대상이지만, 국가기관으로서는 해당 항만과 전국의 항만을 모두 BCM의 대상으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

화주, 물류 기업, 행정기관 등 다양한 관계자 참여가 중요
일반 교통시설의 경우 재난으로 인해 도로망을 이용하기 힘든 경우라도 철도, 항공, 해운 등 유사한 대체 수단을 생각할 수 있어서 교통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다소 쉽다. 대중교통 분야 역시 자가용, 버스, 지하철 등의 대체 수단이 있어서 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다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항만은 특정 항만 기능을 수행할 대체 수단이 같거나 유사한 인프라를 갖춘 항만 외에는 별다른 대응 수단이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항만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PBCM)는 ‘항만에서의 재난 및 재해 발생 시 항만 이용 선사 및 운영사 등 항만 이해관계자의 물류 흐름을 끊임없이 연속성 있게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관리체계’로 정의할 수 있다. 재해 발생 시에는 항만의 사업지속계획(BCP) 책정을 통해 항만의 주요 기능을 확보하고, 물류수송기능, 관련 해운 및 운송사업자 등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항만물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연관되어 있어 일부 기능만 정지되어도 기능 전체가 마비될 우려가 있기에 항만 업무 연속계획에서는 기존 방재의 관점과 다르게 다음과 같은 4가지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기본연구 보고서 ‘지진에 대비한 항만기능 유지의 필요성과 추진방안’(김우선·천민수, 2017. 12)에 따르면, BCP 계획대상인 항만물류 서비스는 터미널, 임항 도로, 항로·정박지 등으로 구성된 항만물류 루트 상의 모든 시설과 관계자들의 협력을 통해 창출되는 활동이기 때문에 항만물류 루트를 1개의 단위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보고서는 항만 BCP는 항만물류 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관계자들 간의 합의가 중요하며,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중앙안전소방본부, 국토교통부와 기상청, 민간사업자 등을 구성원으로 하는 조직(예: 협의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본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도입 단계에서 대체 부두·항만 계획 표준안 수립, 항만법 개정, 항만 BCP 지침 수립, 내진 강화 안벽 계획 수립, 내진 강화 크레인 계획 수립과 정책추진 성과 분석을 위한 위험도 평가시스템 마련을 수행한다.

항만공사는 시설물 구축 현황 및 이에 대한 파악을 담당하면서 대체항만 계획의 추진, 항만 기본계획을 반영한 항만별 개별 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항만운영사에서는 항만별 대체 부두 계획 수립, 내진 강화 안벽, 내진 강화 크레인 설치 및 유지 정비의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해양수산부, 각 지방해양항만청, 각 항만공사 및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그룹이 PBCM 관점에서 항만 재난 및 재해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항만운영사의 경우 자체 PBCM를 통해 고객 만족은 물론 계속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항만운영사의 경우 위기 대응 계획이나 매뉴얼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즉, 재난 대응매뉴얼의 구축 단계에서 더 나아가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모의훈련을 통해 소프트웨어 부문까지 강화할 수 있는 전사적인 활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보고서는 PBCM의 핵심은 비상시에 모든 조직이 효과적으로 움직여 실행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한 전사적인 교육과 훈련을 1년에 최소 1회가량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부산항만공사, 화물재난 발생 시 비상본부 설치하게 돼 있어
부산항만공사는 해일, 홍수, 기타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산항의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항만 안전관리 세부 집행계획을 수립하여 운영 중이다. (자료: 부산항만공사, 부산항 안전관리 세부집행계획, 2010) 부산항 안전관리 세부 집행계획은 크게 총론, 안전관리 계획 세부 대책, 서식 및 비상 연락망, 행정사항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 항만에 관련된 사항은 태풍·해일 및 지진재난 대책이다. 안전관리 세부대책에는 기본 대처 방향 및 단계별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의 재난 및 안전관리 체계는 자연재난 및 인적 재난과 국가기반재난(화물)을 구분하여 구축되어 있다. 자연재난 및 인적 재난의 경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총괄통제반, 지원반, 운영대책반, 복구대책반 등으로 하위부서를 설치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때 부산항만공사 건설본부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을 맡는다.

하지만 재난관리 대비단계 경계(Orange)부터는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되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재난관리는 단계별로 예방단계-대비단계-대응 단계-복구 단계 등 4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 ‘대비단계-경계’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개설하고 3개 실무반을 편성하며, 주야간 비상 근무체제로 전환하여 상황 종료 후 평상시 근무상태로 복귀하기 전까지 비상 근무체제를 유지하게 돼 있다.

국가기반 재난 중 화물 분야의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는 비상수송 대책본부가 설치되며 본부장은 사장이 맡는다. 총괄반과 종합지원반으로 나뉘며 총괄팀, 상황팀, 홍보팀, 지원팀 등 4개 팀을 둔다. 단, 대응단 계도 관심 단계-주의단계-경계단계 등으로 구분되는데, 사장이 비상대책본부장이 되는 단계는 경계단계부터이며 그 이전에는 고객지원팀장과 운영본부장이 대책본부를 주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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