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총괄 기관과 지방정부 중심의 협력조직 필수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재난방지대책이 나왔지만, 교통사고 조사 체계의 개편은 미진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항공과 철도 사고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육상(도로)은 경찰청이, 해운사고는 해양안전심판원이 각각 사고조사와 사후조치를 시행한다. 이렇게 교통사고에 대한 조사 권한이 국토부, 경찰청, 해수부로 분리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조사기관이 분리돼 있다 보니 통합적 교통안전 정보가 부처 간에 적절하게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고조사에 대한 전문성이 교통 분야 간에 공유되지 않고 지속해서 축적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관련 보고서 등을 참고해 대형 교통재난에 대응하는 조직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교통재난 조사조직의 비독립성과 분산 문제부터 해결해야
교통재난 방지체계의 문제점을 검토하다 보면 제일 먼저 지적되는 것이 교통사고 조직의 비독립성 문제다. 교통재난의 원인이 어느 조직의 잘못으로 판정이 나느냐에 따라 해당 조직은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조직개편의 압력을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조사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조직 보호를 위해 부실한 조사나 조사 결과의 축소, 왜곡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교통재난 방지와 대응 체계 개선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는 교통사고 조사조직의 분산과 비독립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또한, 재난으로 얻은 교훈을 다른 교통 분야로 이전하는 일과 조직 학습의 미흡, 감독기관의 사전 안전관리 체제 붕괴, 민관유착, 지속적 안전문화의 구축 미흡 등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다. 궁극적으로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 긴급구조체계 기능 상실 등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은 수시연구 보고서 ‘교통재난 방지와 대응 체계 구축방안 : 행정조직과 법체계 개선을 중심으로’(2015.5)에서 교통재난방지체계의 개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우선, 교통사고 조사조직의 분산과 비독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신설을 대안으로 설정했다. 교통재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발생 시 공정한 조사를 통해 구조적 문제점까지 파악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이때 만든 개선 대책을 행정부처에 강제할 수 있도록 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는 국가교통안전위원회를 신설하여 작은 사고들에 대해 체계적인 사고조사를 통해 미래에 대형사고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사전에 교통재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OTI, 도로·철도·항공·해운 통합 ‘교통안전본부’ 신설 방안 제시
다음으로 교통안전 예방기능의 확충을 위해 국토부 내 교통안전본부의 신설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당시 신설된 국민안전처(2017년 행정안전부로 흡수)가 재난 대응에 초점을 맞춘 것과 관련해 보완적인 성격이 있다. 당시 국민안전처의 신설은 교통재난이 발생한 이후 사고수습, 인명구조 등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한다는 점에서는 일부 타당성이 있지만, 교통재난을 예방하는 관점에서는 분산된 교통안전 조직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는 모든 교통 안전기능을 국민안전처로 이관하기보다는 철도, 항공 등에 대한 안전기능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보유하고 있는 국토부가 교통안전 집행기능을 총괄하도록 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교통재난에 통합적으로 대응하고, 교통 부문별 재난교훈을 공유하고 학습하기 위해 국토부 내 도로, 철도, 항공, 해운 통합 ‘교통안전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이 대안의 포인트는 재난의 예방과 대응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재난의 예방은 국토교통부 등 담당부처에서 시행하고, 재난 발생 후 사고수습, 긴급 구조 등 효과적 대응은 국민안전처에서 전담하도록 역할 분담을 하자는 것이었다. 모든 재난 관련 행정기능을 국민안전처가 모두 수행한다면, 국민안전처는 매머드 조직이 될 것이므로 재난을 특성별로 그룹화하여 산하 중앙부처에서 안전기획과 집행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국민안전처는 성과관리체제를 통해 관리·감독하고 중재·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는 교통안전본부가 경찰청의 도로안전기능과 해양수산부의 해운안전기능을 흡수하여 신설된다면, 국민안전처는 교통안전본부의 정책기획과 집행에 대한 관리·감독과 성과평가를 시행하는데 한정하여 교통재난 방지업무를 하면 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만약 국토부 산하에 교통안전본부가 실행되지 못한다면 부처별로 분산된 교통 안전기능 한군데로 집중시켜 육·해·공 교통안전사고에 대한 최종책임과 관리를 하는 총괄 선임기관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대안은 중앙정부 체제에서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중앙부처 조직개편을 통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도로, 철도, 항공, 해운 행정기능을 포괄하는 통합적 중앙정부 부처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는 하지만 부서 간 이해충돌을 해소하고 협력을 끌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방에도 교통재난에 대응하는 조직 신설 필요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는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본부가 중앙의 교통재난 방지 활동을 하는 조직이라면, 지방에서도 교통재난방지의 정책기획과 집행 활동을 할 조직으로 지자체장이 중심이 되는 ‘지방통합교통안전위원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위원회는 단지 도로교통 안전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안전, 철도안전, 항공안전, 해운안전을 모두 담당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교통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논리에 근거를 둔 것으로, 교통재난의 방지뿐만 아니라 사고수습과 긴급 구조 등 대응 기능의 향상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는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본부와 지자체 산하 지방교통안전위원회 설립을 전제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에 도로, 철도, 항공, 해운 분야의 교통안전을 관리·감독하고 중재·조정하는 ‘교통안전국’의 신설을 제안했다. 특히, 재난 발생에 있어 교통 부문 재난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부문의 재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서 교통안전국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조직은 정책기획과 집행을 담당하는 교통안전본부 및 지방교통안전위원회와의 연계뿐 아니라 교육부 등 다른 부처의 안전기능까지 중재·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이외에도 재해·재난 대비 광역단위 협의체도 필요하다. 대형 재해·재난은 피해 정도가 한 지역에 국한되었다 하더라도 이후 상황 관리 측면에서 해당 지역의 행정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인근 지자체의 물류 인프라를 이용하면 대규모 재해·재난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형 재해·재난 시 인접 지자체 간 광역단위의 협조체계(예: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효과적인 지휘 통제와 책임 역할 분명히 해야
결론적으로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는 대규모 교통재난에 대응하는 조직체계 개선을 위해 첫째로 할 일은 재난 발생 시 교통관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책임 부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책임 부서가 재난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할과 책임 문제가 혼란스럽지 않게 평상시 관리부서의 연장선에 놓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책임 부서는 중앙뿐만 아니라 시·도, 시·군·구에도 설치하여 지역에까지 효과적으로 지휘 통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재난관리의 일차적인 책임은 시·군·구에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는 재난관리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신속한 현장 대응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효과적인 지휘 통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으로 그 근거를 명확하게 명시하여 재난에 즉각적이고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강제성 있는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며, 책임 역할을 분명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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