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 지방 정부의 불협화음은 또 다른 ‘재난’ 된다

대규모 재난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재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지적한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9.11 테러를 겪은 미국 역시 기관 간 정보공유 미흡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총괄조정과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재난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을 설립하고 조직과 기능을 대폭 확대하였다. 또한, 주정부 및 지방정부 등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서 강화함으로써 재난 현장 중심의 지휘체계를 만들고, 재난 컨트롤타워의 역량을 강화하였다. 미국에서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 재난 현장을 담당하는 지방정부가 최초 대응뿐만 아니라 복구까지 책임을 지고 추진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재난 대응, 복구를 지원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재난 발생 전의 예방, 대비, 경감, 보호 등을 위한 활동도 마찬가지로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며 이때에도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지원 역할을 한다.

다만,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전염병, 테러, 사이버 공격 등이 처음부터 예상이 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방정부의 역량을 넘어서는 규모로 재난이 진행될 경우 연방정부가 즉시 개입할 수 있도록 재난관리 기본법에 규정하고 있다.

美, 모든 위험에 대응하는 포괄적 비상 관리 조직 구축
미국의 재난관리조직 정점에는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DHS)가 있다. DHS는 2002년에 22개의 다른 연방 부처와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여 설립된 기관이다.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항공 및 국경보안에서부터 사이버보안까지 비상 대응의 다양한 업무에 24만 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국가안보의 임무는 광범위하지만 ▲테러방지 및 안보 강화(Prevent terrorism and enhancing security), ▲국경 경비 및 관리(Secure and manage a borders), ▲이민법 시행 및 관리(Enforce and administer immigration laws), ▲사이버안전(Safeguard and Secure Cyberspace), ▲철저한 재난복구(Ensure resilience to disasters) 등 다섯 가지가 제일 핵심이다.

국토안보부는 테러, 자연재해 또는 기타 대규모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난복구를 위해 연방, 주, 지방 및 민간부문과 함께 연방 차원의 조정(Coordinate) 및 포괄적인 연방 대응책(comprehensive federal response)을 제공한다. 또한, 정보공유, 협업 강화, 보조금 지급, 계획 수립, 교육 등을 통해 복구를 추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음으로는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이 있다. 미 의회는 2006년 모든 항만법 중 안전에 대한 부분은 연방재난관리청에서 책임지도록 법을 개정하고, 핵검출소(Domestic Nuclear Detection Office, DNDO) 역시 연방재난관리청으로 재편성하는 등 기능을 강화했다. 방사능 대비 프로그램과 화학성분 대비 업무도 연방재난관리청으로 이관시켰다.

연방재난관리청은 ‘재난(disasters) 발생 전(before), 중(during), 후(after)에 주민들을 지원하고 재난을 극복’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 영역은 대비, 보호, 대응, 복구 및 경감이라는 5가지로 분야로 구분되며, 자연재해·테러·인적 재난으로 인한 모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비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은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등이 재난의 규모에 따라 현장 지휘체계를 수립하고, 관련 부처 및 기관과 연계하여 일원화된 현장 대응 및 복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국가사건관리시스템(National Incident Management System, NIMS)에 따라 모든 재난 대응을 표준화하고, 비용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원과 인력에 대한 효율적 할당 체계를 갖추고 있다.

재난관리 활동을 위해 연방재난관리청은 대응복구국, 임무지원국, 미국소방청, 행정국, 적응국, 최고자문관실, 종교와 지역 기반의 DHS센터, 10개의 지역청을 두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은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자원봉사기관, 민간부문 등의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 통합적 재난대비체계(Integrated Disaster Preparedness System)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24시간 지원을 통해 모든 위험에 더욱더 빠르고 결단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으며, 비상 관리기술에 대한 교육 및 인증을 통해 직원들을 지속해서 전문화하고 있다. 외부기관과 협력하여 표준을 개선하고 업데이트하여 초기 재난 대응자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은 공공 및 민간의 전략적 파트너, 기증자, 계약업체와 협력하여 21세기형 재난 대응 물자(Disaster Logistics) 조달 시스템을 구현하고, 재난 피해자와 비상 대응자 등에게 필요한 공급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 식별, 추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연방재난관리청의 역할은 사고 발생 전, 진행 및 종료 이후에 통합된 재난통신 운영체계를 구축, 지원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재난 피해자, 재난관리 파트너 및 이해관계자에게 명확하고 일관되며 효과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 재난 커뮤니케이션(Public Disaster Communications), 비상 관리자·소방관·선출직 관리자 및 기타 비상 대응자를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 및 관련 국가인증시스템 구축도 연방재난관리청의 역할이다.

재난관리 주체 간 수평적 협력체계가 중요
미국은 재난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을 설립하고 조직과 기능을 대폭 확대하였으며, 주정부 및 지방정부 등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서 강화함으로써 재난 현장 중심의 지휘체계 즉, 재난 컨트롤타워의 역량을 강화하였다.

행정안전부의 관련 보고서(미국의 국가재난 대응 체계 및 총괄조정방식 연구, 오영석, 2019. 11)는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만큼 재난 컨트롤타워의 기능이 제대로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재난의 규모, 지속성 등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의 총괄조정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조직체계의 재정립과 이에 맞는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 대응 총괄조정 및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재난사례에서 보듯이 재난담당 기관 간 협력체계가 약화한 상태에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효율적인 지원과 대책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미국도 9.11 테러 당시 뉴욕시 뉴욕소방국이 설치한 사건지휘소에 뉴욕 경찰 고위관계자가 불참하는 등의 문제를 겪었다. 우리나라도 메르스 사태 때 대응 과정에서 정보공개 등의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정부, 비영리단체, 민간 간의 협조체계 약화는 또 다른 ‘재난’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은 자율성에 바탕을 둔 재난관리 주체 간 수평적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있고, 중앙과 지방 간의 상호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지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상대적으로 좀 더 수직적이고 중앙집권적인 협력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 역량 강화해야
행정안전부 보고서는 우리나라 재난관리체계의 개선 방안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역량 강화를 우선 꼽았다. 미국에서는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이 발생한 현장을 담당하는 지방정부가 최초 대응뿐만 아니라 복구까지 책임을 지고 추진한다. 그리고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재난 대응, 복구를 지원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이는 초기에 재난 대응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재난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신속하게 일차적으로 대응하여 피해가 확대되는 걸 방지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책임과 권한을 집중하여 현지의 모든 가용 가능한 재난 대응 자원을 신속히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하게 함으로써 지휘체계의 명확화와 단순화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 특성에 맞게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며, 인접 기초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 계약 등을 통해 효율적이고 빠른 재난 대응을 함으로써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체제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반드시 민관협력 있어야 시너지 효과 낼 수 있어
대형 재난은 공공부문만으로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미국도 재난관리를 위한 핵심자원의 많은 부분을 민간 부분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부문 간의 상호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민관협력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고서는 지역의 재난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단계마다 얼마만큼 민관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지는 지자체장의 의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자체장이 민관협력에 관심을 더욱 두도록 기존의 시상, 발표 등의 방법 외에 새로운 인센티브를 개발하여 민관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앙집권적 재난관리 조직은 재난만큼 위험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각 부처에 분산된 테러 대응 기능의 통합을 위해 국토안보법을 제정하고 국토안보부를 신설하였다. 전통적인 개념의 ‘재난’을 ‘국가 위기관리’의 포괄적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재난관리 조직과 기능이 부처별로 분리되어 다원적으로 관리되고 있어서 대규모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분야별로 분산된 재난관리를 총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대폭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미세먼지, 전염병 등 새로운 재난과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경우처럼 모든 재난과 위험을 포괄하는 재난 안전 관련 조직 및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보고서는 이렇게 강화된 중앙정부의 재난관리조직이 중앙집권적으로 현장의 모든 일까지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은 재난 현장에서의 주된 책임은 지방정부가 지되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재난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재난 시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초동조치 및 통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재난관리조직 재편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시도지사협의회 등 재난관리에 적극 이용도 방법
미국에는 비영리 초당파적 국가안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비상관리연합(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ssociation, NEMA)이 있다. NEMA는 대통령, 연방의회, 주지사, 주요 민간업체, 군부 그리고 기타 준정부기관과 연계하여 재난의 대비, 경감, 복구를 위한 전문가 지원, 정보교환, 파트너십 개발 등을 제공한다. 특히, 주정부의 재난관리책임자가 NEMA의 핵심구성원이며, 연방정부와 비영리단체 등도 구성원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NEMA는 대규모 재난 시 상호지원을 하는 비상관리지원협약(Emergency Management Assistance Compact, EMAC)에 따라 재난이 발생한 주의 주지사가 재난 선포를 하면 즉각적인 지원시스템을 가동하여 재난 피해지역에 필요한 물자, 인력,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행정안전부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이미 마련되어 있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조직을 재난관리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주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 보호에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이들 협의회는 재난관리 분야에 대한 적극적 역할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중앙정부,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민간기업 등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방자치단체 간 인적·물적 자원에 관한 정보를 실질적으로 공유하며, 자율방재조직의 참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적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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