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1명당 분류작업비 20만원 인상, 최종 소비자 몫으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 김태완, 이하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한 택배노동자 4,500여 명이 연중 최대 물동량이 쏟아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하면서 생활물류시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롯데택배와 한진, 로젠등 대형 택배기업들은 이번 분류작업 거부로 겉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속내는 전혀 다를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운영비 절감 한계, 분류작업 거부는 택배요금 인상 본격화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0여년 가까이 택배요금의 경우 전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저단가 경쟁으로 자체적인 운영 합리화를 통해 인상되어야 할 비용을 최적화했다”며 “하지만 자동화를 비롯해 다양한 운영비 절감 노력도 한계점에 도달,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택배노조가 분류작업을 빌미로 파업을 예고해 이번 기회에 택배가격 인상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분류작업 거부로 택배 현장 노동자들의 분류작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택배기사 한명의 배송 물량은 평균 300여개. 오전 6시30분 센터로 출근해 상품을 분류하는 시간은 4 ~ 5 시간, 이렇게 분류를 마친 상품을 차량에 적재한 뒤 배송에 나서는 시간은 오전 11시 전후다. 이후 본격적인 배송을 시작해 300여개의 상품을 모두 배송하면 반품되는 택배상품들과 신규 배송을 의뢰받은 상품을 수령한 뒤 센터로 복귀해 오후 7 ~ 8시 즈음에서야 귀가에 나선다.

이처럼 택배노동자들의 하루 일과 중 약 30%는 배송해야 할 상품의 분류작업, 나머지는 70% 정도는 배송과 상품 픽업등 수입과 직결되는 일이다. 현재 택배노조는 택배 배송노동자들의 전체 노동시간에서 약 35%의 분류작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공짜 노동을 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의 과동한 노동환경으로 일선 노동자들이 과로사 하는 만큼 일체의 임금도 지급되지 않는 분류작업을 택배기업이 별도 인력으로 대체해야 과로사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사실 전체 노동시간 중 70%를 차지하는 수배송 수수료엔 이미 30%의 분류작업비가 포함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택배상품 1개당 수배송 수수료는 약 850원으로 이중 약 6% 정도인 60원 가량은 택배상품의 수배송을 위한 분류 작업비인 셈이다. 따라서 하루 300개의 택배상품을 배송하는 경우 약 1만8000원 가량이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한 달로 환산하면 노동자 1인당 43만원 가량이 분류작업 수수료다.

과로사는 포장,  노동자 1인당 분류작업비 현재 매월 20여 만원 써

현재 택배노동자들은 자신이 배송해할 상품의 배송시간이 부족해 자신에게 할당된 화물을 택배센터에서 사비를 들여 분류작업에 도움을 받기위해 스스로 임시직까지 고용하고 있다. 택배물류센터에서는 배송노동자가 아닌 아르바이트 학생도 보이고, 주부들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분류작업만을 도와주는 임시직들이다.

택배배송 노동자들은 수배송 물량을 늘려야 수익을 높일 수 있지만 배송 물량이 늘면서 분류작업에만 하루 길게 4~5시간까지 걸리자 배송노동자들이 별도로 돈을 모아 따로 분류 작업만 전담하는 임시직을 고용하고 있다. 통상은 지역별로 6명~10명이 각각 비용을 모아 아르바이트 1명~2명을 쓰며 일감을 나누는 셈이다. 이들은 하루 3시간 분류 작업 비용으로 한 달에 약 120만 원에서 140만 원 가량을 지불한다. 이를 위해 택배노동자 한 사람당 약 20 ~ 25만 원가량의 별도 비용을 지불해, 이를 보상받고자 작업거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택배노조의 상품 분류작업 거부를 표방하며, 전체 배송서비스 파행을 예고한 배경은 매달 분류 작업비 약 20 ~30여 만원에 대한 임금 인상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행위이며, 과로사를 앞에 두고 포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B택배사 관계자는 “그 동안 택배운임을 지불하는 화주 고객들에게 요금인상을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못했으나, 이번 택배노조의 분류작업 거부로 서비스가 파행되고, 가격인상 명분도 생겼다”며 “택배노동자들의 이번 분류작업 거부는 최종적으로 생활물류 서비스시장에서 화주에게 요구되고, 최종 수혜자인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택배요금 인상으로 귀결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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